,"얼마 전 부활절 연휴 예약을 마감한 A여행사는 한가한 성수기를 보냈다. 예전 같으면 현지 여행사와의 업무 협의 차 끊이지 않던 전화벨 소리도 최근에는 드물었던 것이다.

A여행사의 이번 부활절 연휴 유치실적이 50% 이상 줄어들었다. 기대치 이하의 실적을 보인 이번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른 여행사도 A여행사와 비슷한 실적을 보였다는 후문.

9·11 테러 이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동남아 인바운드 업계는 아울러 일본이라는 복병을 만나고 있다.

전반적 침체 분위기

최근 부활절 연휴 기간의 동남아 인바운드 유치실적은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상당수 여행사들이 지난해 부활절 연휴에 비해 30~50% 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설로 이어진 전통적인 동남아의 특수 기간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30% 부진한 실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을 전문으로 하는 A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 인바운드 업체 가운데 전통적인 특수인 설 연휴와 부활절 연휴기간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50% 이상 물량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세린여행사 이명수 부장은 “올해 스키 시즌이 날씨 영향으로 일찍 마감돼 겨울 상품 판매 기간이 짧아진 이유도 있지만 전반적인 부진 이유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 감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부진은 한국으로 나가려는 고객층 자체가 좁아진 현상들로써 최근의 동남아 인바운드 부진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할 것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즉, 미시적으로 봤을 때는 예년에 비해 스키 시즌이 일찍 종료됐고, 곧이어 부활절 연휴가 일찍 시작된 데 원인이 있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동남아 지역에서의 한국행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동남아 인바운드에서는 지난해 9·11 테러 이후 2002년 1/4분기까지 불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요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활절 특수가 마무리되는 4월초부터 월드컵이 막을 내리는 6월말까지는 침체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또한 예년에 비해 비수기와 성수기 사이의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작인여행사의 김정숙 계장은 “예년에는 비성수기에도 관광객이 꾸준한 데 비해 최근에는 성수기에만 관광객이 몰리는 등 비수기와 성수기 편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지의 대형 홀세일러의 대형 단체를 유치해온 일부 인바운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경우 특히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업체들은 주요 연휴특수 기간을 제외하곤 월간 단체유치실적이 미미하거나 혹은 전무한 경우도 빈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박’을 기대했던 잇따른 연휴 시즌 기간 동안 예년에 크게 못미치는 유치실적을 거뒀다고 전했다.

관광여건 변화 크게 작용

관계자들은 이 같은 침체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로 9·11 테러로 인한 소비력 감소와 여행 심리에 타격을 준 점을 들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 시장 부상과 동남아 관광객에게 어필하는 신상품의 부재도 이에 한 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스키 시즌에 동남아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일본 투어비가 하락한 일본 시장과의 경쟁에서 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 가치 하락이 홍콩 및 싱가포르 관광객들에게 일본 스키리조트 등 타 목적지로 선회하게 된 것.

세린여행사 박춘성 계장은 “동남아 관광객이 최근 줄어든 이유는 9·11테러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관광여건 변화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일본의 지자체와 스키 리조트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힙입어 지난 스키 시즌에 일본 스키 관광으로 선회하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인바운드 여행사의 수익이 발생되는 관광기념품점에서의 쇼핑 구매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점도 인바운드 여행사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동남아 인바운드 업계의 위기감은 한국관광공사의 외래객 입국자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외래객 입국자 통계에 따르면 동남아 인바운드 물량을 이끄는 홍콩 등 주요 국가의 외래객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키 성수기를 맞은 2002년 1월의 경우 홍콩 입국객수는 약 1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2% 이상 감소했다. 2월 들어서서는 홍콩 입국객은 75% 이상 성장세를 보였지만 동남아 인바운드의 제 3시장인 싱가포르는 지난해 9월 이래 1월까지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는 등 전반적인 동남아 입국자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그나마 홍콩, 대만을 중심으로 동남아 입국객수가 늘곤 있지만 여행사들의 체감 온도는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동남아 여행 심리 및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낙관적인 전망은 아직 이르다”며 “인바운드의 비수기인 월드컵 기간 이후까지 당분간 이 같은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간 중 수요 창출이 힘들고, 상품 판매에 있어서도 호텔 및 항공, 가이드 비 상승 등 가격적인 상승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이르면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에 들어서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 프로모션 전략 필요

월드컵 기간 중 동남아 인바운드 업계는 개점휴업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일반 패키지 상품 판매가 거의 불가능하고 가이드비와 객실가 상승 등으로 수익 기대가 어렵다는 것.

한 관계자는 월드컵 관전 상품을 통해 틈새 시장을 노릴 뿐이라고 귀뜸했다. 또한 월드컵에 대한 해외 열기 조성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져 관람 상품 외에는 가격대가 크게 올라간 일반 패키지 상품 판매가 저조하다고 덧붙였다.

세린여행사 이명수 부장은 “드라마 인기에 힘입은 대만, 홍콩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된 ‘가을 동화’ 상품이 그나마 패키지 시장에서 선전 했지만 기존의 상품이 더 이상 동남아 지역 관광객에게 먹히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또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단기간에 한국행이 늘어날 것 같지 않다며 가격 경쟁력과 단기적 인기에 기대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신상품 개발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이번 한국 방문의 해의 경우 장기적 안목 없이 짧은 시야로 접근한 것 같아 아쉽다”며 “단기적인 처방에만 그치고 있는 프로모션 전략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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