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MAY DAY)를 기점으로 개막한 제15회 한국국제관광전(KOTFA)이 나흘간의 행사를 마치고 지난 4일 마감됐다.
그러나 출전업체 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늘어난 반면 관람객은 예년수준을 밑돌아 행사기간 내내 한산한 행사장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곳곳에 허점이 노출된 주최측의 진행도 업계의 아쉬움을 낳았다. 여행업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대규모 행사를 자랑하는 국제관광전을 둘러싸고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올해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마리 토끼잡기 ‘가능한가’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안은 ‘관광전의 목적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부스를 지키고 있던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일반인 대상인지 업계대상인지 도무지 관광전의 성격을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해 부스를 낸 모 관광청 관계자는 “첫날부터 일반인 출입을 허가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해외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 참석한 사람들이 단순히 일반인 홍보에만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비즈니스를 위해 일부러 방한한 업체의 수뇌부들이 정작 비즈니스 상담보다는 브로셔 배포 및 부스 지키기 등 단순홍보에만 투입되고 있는 실정. 내년부터는 아예 신입직원을 보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얘기가 오고 갈 정도다.

이같은 사실은 여행사의 저조한 참여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해 관광전에는 인·아웃바운드를 포함해 10여개의 여행사가 참가했을 뿐이며, 다른 여행사 역시 ‘뻔하다’는 이유로 참관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관광전에 참가를 하고 있지 않은 모 여행사 관계자는 “실질적인 구매가 없는 박람회에 패키지 업체가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없다”며 “그렇다고 ‘정보의 메카’로 대중적인 이미지가 구축돼있는 것도 아니여서 여행사라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필요성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행사 직원들의 참여저조를 통해 나름대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업체도 있다. 캐나다 관광청의 경우 “여행사 입장에서는 아무때나 관광청에 연락해서 자료 요청만 하면 되는 것을 굳이 발품 팔아 행사장까지 올 이유가 없다”며 “관광전이라고 해서 한군데 모아만 놨지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꺼리’가 없었다”고 풀이했다.

아예 일반인 대상의 홍보전으로 방향을 우회하기에도 무리가 많다. 당장 날짜선정이 실패다. 예년이라면 통상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해 막바지 홍보전에 열을 올리기 마련. 그러나 올해는 5월1일 메이데이의 휴일에 잠깐 붐볐을 뿐 대부분 한산한 행사장 풍경을 유지했다.

오랜만에 부스를 낸 모 여행사 관계자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한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며 “일반인 대상의 행사라면 일요일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 이정도 역사를 가진 관광전이 그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행사에 대한 탄탄한 구성 아쉬워

행사와 관련한 사전 홍보부족도 관람객이 적었던 이유지만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주최측의 탄탄하지 못한 진행도 업계인들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모 관광청 관계자는 “명색이 한국에서 가장 큰 관광전인데 시상식 시간을 전날에는 오전 11시로 공지했다가 당일 주최측 직원이 일일이 부수를 돌며 4시로의 연기를 알리고, 부스 철수 일정에 대해서도 ‘당일날까지 철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폐막일 오후에서야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상식과 개회식 때 전반적인 진행의 미숙도 관광전의 명성을 감안하면 말이 안된다는 의견과 부스의 위치 선정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참가 기관 중 가장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던 하와이, 필리핀 부스 등은 중앙에 설치하기보다는 약간 떨어뜨려 관람객들이 행사장 구석구석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국내 지자체관이 몰려있는 행사장 주변은 그야말로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2002 부산국제관광전’이 개최되는 부산관에는 널찍한 부스에 고운 한복을 입은 도우미가 자리를 지켰으나 아예 관람객의 발길이 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부스를 설치해주는 기능적인 부분 외에 주최측이 홍보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총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부스장식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업체가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예년에 비해 한층 화려한 부스들이 선보였으며 업체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장식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팬션을 홍보하는 업체의 경우 통나무집을 옮겨와 내부 구조를 관람객에게 전시했으며, 많은 행사를 벌인 관광청들의 부스도 작년보다 한층 세련된 맛을 자아냈다.

KATA, 별도 법인 관광전 유치 가능성 시사

업계를 대표하는 관광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관광전의 대표격으로 자리잡고 있던 한국국제관광전에게 변화의 목소리를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자유화 이후 여행자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데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업계는 여전히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전시회나 박람회 등을 통해 업계의 수준 향상은 물론 산업 자체에 대한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일 개최된 일반여행업협회(KATA) 이사회는 새로운 법인체의 출범에 동의했다.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되 KATA의 자회사로 자리매김할 이 법인은 ‘국제회의 기획업’종으로 등록돼 수익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KATA측은 “올해 안에 법인을 정식 발족시킬 예정이나 향후 활동과 관련해서는 계획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국제회의 기획업’종인만큼 새로운 관광전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관광전의 상담이 바뀐다

많은 업체들이 이번 관광전의 목적을 ‘고객DB확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메일 마케팅 및 여행에 관심있는 고객들의 정보를 보다 많이 확충하기 위해 여행사 및 관광청 모두 다양한 이벤트 및 행사를 선보였다. 한화투어몰의 경우 1,200여명의 이메일DB를 구축했으며, 캐나다관광청 역시 질문지를 통해 3,000여명의 답변서를 확보했다. 대부분의 관광청들은 이번 행사에서 해당 국가와 관련한 설문을 진행, 향후 펼쳐나갈 프로모션의 방향타로 잡았다.

여행지 정보에 대한 관람객들의 질문이나 요청도 한층 정교해졌다. 지도를 요청하는 관람객이 적지 않은데다 일반 관광정보보다 한층 세밀한 질문도 많았다. 관광청 관계자들은 “개별여행객이 증가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웬만한 정보로는 인터넷으로 무장한 관광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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