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울 수록 아웃바운드 업계에는 치열한 가격 경쟁이 불 붙고 있다.
태국, 필리핀, 괌 사이판 등을 대상으로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들던 20만원대는 물론 10만원대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이미 예상해 왔던 대로 월드컵으로 인해 여행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머리를 짜내도 가격밖에 묘수가 떠오르지 않더라”며 ‘저가로 위기 돌파’를 선언하고 나섰다.

월드컵이 부추기는 가격경쟁

지난 22일 수요일 모 일간지에 나온 여행사 광고에는 방콕-파타야 5일 일정에 ‘노팁, 노 옵션(No Tip, No Option)’까지 외치는 29만9,000원 상품이 부활했다. 마닐라-팍상한 상품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5월말과 6월 지방자치제 선거 날을 전후로 19만9,000원까지 내려갔다. 중국의 북경-만리장성 상품도 25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20일 월요일 본지에 중국 북경 4일 일정의 같은 상품이 30만원 초반까지 하락한 것에 비하면 이틀만에 다시 큰 폭이 하락한 셈이다. 일부 초저가 판매 여행사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마닐라-팍상한 19만9,000원 상품은 이미 많은 여행사가 동참해서 판매에 나서고 있다. 괌 4일도 29만9,000원, 사이판 4일도 26만9,000원으로 내렸다.

과당 가격 경쟁의 주범은 바로 월드컵 축구 대회. 6월은 예년에도 비수기였지만 6월 중순 이후는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 시작되면서 성수기를 예감하게 하는 기간이었다면 올해 6월은 20일경까지 침체된 분위기를 면키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6월 출발분에 대한 모객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K사 관계자는 지난 주 초 “우려했던 대로 지역 구분없이 모객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5월에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6월에는 이보다 더 심각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소비자 직접판매 여행사중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가 가장 좋다는 롯데 측도 “예약율이 그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며 “기존의 비수기 수준보다도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미취항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선수단 등이 들어옴에 따라 우리 판매에 대한 영업관리보다도 전세기 운항에 대한 업무와 본사 관계자 방한 등에 더욱 신경쓰고 있는 형편”이라며 “월드컵이 항공 여행업계에게는 별로 이득 될게 없다”고 말했다.

유럽의 모 항공사의 경우 한국의 총판대리점에게 ‘1라운드가 치러지는 6월초부터 중순까지 아예 본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를 전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가격경쟁이 악영향 미칠라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점 휴업 상태로 있느니 저가 상품으로라도 영업을 펼치는 게 낫지 않느냐”며 “현재로선 저가 상품이 먹혀들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항공사의 파격적인 가격제공도 단거리 패키지 상품의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중국 지역의 경우 항공기 추락사고 여파를 타개하기 위한 저가행진은 점차 그 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치열한 가격경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중에 알려진 방콕과 필리핀의 주중 단체 왕복 항공 요금은 30만원대. 수단이 좋아 항공사로부터 경쟁력있는 요금을 받는 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 요금은 결국 여행사들의 제살 깍기 경쟁의 결과라는 점이다.

랜드사와 가이드, 여행객으로 이어지는 이해 고리를 여전히 안고 있으며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패키지 여행의 폐해에 대해 소비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일부 업체에서는 항공요금을 먼저 받아놓은 것이 아니라 무작정 가격을 내리고 모객을 한 다음 항공사와 협의를 하려는 위험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 여행사 동남아 팀장은 “혹시나 싶어 20만원대 상품을 내놓긴 했지만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상황이 안좋다고 가격에 의존한 경쟁력은 오히려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업계 전문가들은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오히려 성수기의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데 있다”고 전했다. 한 여행사 직원은 “광고가 나간 같은 일정의 상품을 7월 출발 기준으로 뽑았을 경우 2배가 넘게 올라간다고 손님에게 얘기했더니 전혀 이해를 못했다”며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해 여행사 직원이 소비자를 설득하기도 어렵고 소비자가 이러한 이해관계와 상황을 이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행사 대부분이 5~6월의 부진을 7~8월에 만회할 심산이기 때문에 저가 경쟁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등에는 이러한 덤핑 경쟁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 경쟁 외에는 월드컵 악재를 극복할 길이 없냐는 질문에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글쎄’라며 말꼬리를 흐리고 있다.

분명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고 제2라운드로 넘어가면 시장 상황은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5월말부터 6월 말경까지의 한 달을 어떻게 넘겨야 하느냐가 판매 담당자들에게는 관건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편 여행업계에는 월드컵을 역으로 이용한 상품이나 마케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일여행사는 일찌감치 제1라운드 한국 축구 응원을 태국 또는 싱가포르에서 하는 2가지 상품을 출시했다.

호텔 대연회장에서 멀티비전을 마련해 한국 경기를 함께 응원한다는 태국 상품은 그런대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16강 진출시 대리점 수수료율 16%제공 행사도 한다. 싱가포르항공과 관광청은 공동으로 홈페이지를 이용한 16강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코오롱 등에서도 한국의 16강 진출시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경쟁으로만 활로를 모색할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편승해 장기적으로는 성수기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으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취약한 재무 구조의 고질적인 병폐를 안고 있어 단 한 달을 견디기도 어려운 대부분의 여행사들의 현실은 월드컵의 축제 분위기에만 빠져 있기에는 하루가 아쉬울 뿐이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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