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대회가 드디어 내일 막을 올린다. 월드컵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듯 들뜬 기분이 가득하다.

여행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월드컵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고, 시선을 텔레비전 앞에만 붙들어 맬 게 뻔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설렘과 기대는 커져만 간다.

이런 들뜬 분위기 때문일까. 월드컵이 업계의 신경과 감각을 한없이 무디고 둔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 같다. 평상시 같으면 분명히 문제제기를 하고 짚고 넘어갔을 문제인데도 요즘에는 무사통과다. 집단최면에라도 걸린 듯 업계 전체가 지나치게 관대해졌다.

최근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 덤핑상품만 해도 그렇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라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저 의아해할 뿐 비판적인 평가나 우려의 목소리는 내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할 수 있다는 표정이다.

한 술 더 떠 “우리도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겠다”며 진지한 표정을 짓기까지 한다. 모두들 월드컵 대회로 소비자들이 전혀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있으니 터무니없는 가격의 덤핑상품이라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투다.

모 항공사의 경우 여행사의 단말기를 임의로 조작해 경쟁항공사로 예약된 단체를 빼 내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지만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도로만 간주하고 만다. 요즘 같은 비상사태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눈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서로 같은 입장이다 보니 가격경쟁에 대해서는 별로 개의치 않고 있으며, 외부에서도 대부분 이해를 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월드컵 비수기’에 처한 동병상련 때문일까. 업계는 지금 위험할 정도로 둔감해졌다. 집단적인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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