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국인 해외 출국자수가 6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고속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기 이용객들도 늘고 있으며 기내에서의 예절 및 난동 사고도 매년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지에서 벌이는 추태와 무감각한 공공질서의식이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기내 예절의 실태 역시 출국자수의 가파른 성장곡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늘어나는 출국자수, 급증하는 기내난동

일반적으로 아시아권 승객들은 서양인에 비해 승무원을 동등한 위치의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개인 고용인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다.

국적항공사의 한 승무원은 한국인들에게 특히 부족한 기내 예절로, 기내 판매 물품 구입에 집착, 과도한 좌석 교체 요구, 비행기가 활주로에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일어나 짐을 챙기는 행위 등을 지적했다. 기내에서의 기본적인 예절뿐만 아니라 난동, 폭행 등 기내 사고도 최근 전년대비 50%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을 알면 막을 수 있다

기내난동행위(Air Rage)는 자제력을 잃은 승객이 승무원의 정상적인 임무수행을 방해하거나 불안전한 기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기내난동 사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영국의 항공안전위원회에 보고된 사례를 보면 항공기내 사고의 70%는 남성에 의해, 65%는 20~30대에 의해 발생하고 30% 정도는 혼자 여행하는 승객으로 나타났다.

기내사고의 가장 큰 주범으로 지적되는 것은 알콜이다. 항공기내 폭력행위의 60%이상이 음주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항공기내의 산소 부족현상 등 특수한 조건으로 인해 지상에서보다 빨리 취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과도한 주류 제공을 규제하는 내부규칙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승객들이 소지하고 온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어 단속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음으로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아시아지역 항공사의 통계를 보면 기내 난동 승객 대부분이 흡연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흡연자들은 금연으로 인한 니코틴의 부족을 음주로 보충하려고 해서 과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각종 항공안전조치에 대한 불만도 원인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보안검색절차를 수반하는 탑승 과정과 승무원 지시 사항 이행 등 여러 제한에 대해서 승객들은 반발심을 가질 수 있다. 최근 항공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좌석밀집에 따른 스트레스 또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승객들이 밀집해 있는 기내의 특수한 상황은 승객들의 불만도를 높인다.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승객들은 기본적으로 심기가 불편한 상태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약간의 불만 사항이 발생했을 때에는 평소보다 쉽게 흥분 상태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기대에 못미치는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해 폭력까지 이어지는 경우, 또 객실 클래스의 구분에 따른 서비스의 차이에 불만을 품어 자존심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폭력행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실태 및 대응방안

사례1-2000년 2월 뉴욕발 서울행 KE082편의 남자승객이 동석한 약혼녀와 언쟁을 벌이다가 약혼녀의 목을 조르고 와인병을 내리쳐 자해를 하겠다며 발작적인 행동을 보인 적이 있었다. 부기장이 직접 상황을 파악한 후 기장과의 협의를 거쳐 앵커리지로의 회항을 결정했다.

이 승객은 미연방수사국(FBI)에 인도됐으며 앵커리지 연방법원에서 폭행 및 소란죄로 벌금과 집행유해 1년 및 대한항공 배상금 미화 6,780불을 선고 받았고 부친이 배상금을 지불한 후 석방됐다.

사례2-지난해 11월 서울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OZ202편에 탄 재미교포 김모씨는 비행 도중 여객기 비상문을 발로 걷어차며 소란을 피워 공항 도착 때까지 수갑을 채운 뒤 도착 즉시 현지 경찰에 구속돼 FBI에 넘겨졌다.

이 같은 법적 조치 사례도 있지만 실제로 항공사의 입장에서 자사 항공기를 이용한 고객을 고소, 고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송료를 받고 있는 항공사는 대외적인 이미지와 고객관리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대한항공의 서울발 제주행 항공기에 탑승한 50대 남자가 만취해 신혼여행 중인 여승객에게 폭행을 가하고 “비행기가 폭발한다”며 승객들을 공포로 몰고 가는 등 난동을 부렸다. 그는 착륙 즉시 공항경찰에 넘겨졌지만 5만원의 범칙금만 내고 풀려났다. 심지어는 악천후로 항공 스케줄이 변동됐을 경우 등에 불만을 품고 시위를 벌이는 주동자에게 무료항공권 등을 지급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내난동을 예방하고 항공기 안전운항 보장을 위해 ‘난동대응 시행규정’을 제정해 2000년 10월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또 국제여객운송약관 제8조 제1항에 승객이 다른 승객에게 불안을 초래하거나 불쾌감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여객 또는 재산에 대해 유해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당해 운송을 거절하거나 강제로 하기시킬 수 있도록 돼있다.

이외에 항공기에 탑승 가능한 동물도 지정돼 있다. 애완용 개, 고양이, 새로 한정하는데 크기가 너무 크면 안되고 기본적으로 한 클래스당 한 마리씩만 허용되지만 항공기 크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항공기 보안 강화

항공기내 사고가 증가하면서 월드컵을 맞아 올해 항공보안이 크게 강화됐다. 건교부는 지난 4월 하순부터 양국적항공사 승무원들이 비살상용 무기를 갖고 탑승하도록 하는 항공보안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기내 무기류 탑재가 가능한 국가에 취항하는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에 전기 충격기(항공기 1대 당 1~2개)를 지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5월 초부터 가스 분사기를 항공기에 비치하고 있다.

또 건교부는 지난달 국적항공사에 운송, 객실, 운항, 정비, 기내식 전 부문에 걸친 보안지침을 하달하고 기내에 제공되는 주류 서비스를 최소화 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김포공항 등 16개 국내공항에 39종 6,925점의 보안검색장비 등의 설치를 완료하고 폭발물 탐지요원도 증원했다.

외국항공사들도 기내 안전 강화방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 컨티넨탈 에어라인은 국제선 이코노미 클래스에 무료로 제공하던 술 서비스를 유료화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지난 17일 미국으로 운항하는 모든 외국 항공사에 대해 항공기 내부의 객실과 조종실을 연결하는 문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조치로 대한항공은 조종실 문의 걸쇠를 강화하고 문 안쪽에 쇠봉을 설치했다.

김혜진 기자 jspac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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