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한국의 대규모 거리 응원이 세계적인 화제를 낳고 있다. 외국 언론들은 ‘놀랍다’ ‘이런 폭발적인 열기는 처음 본다’며 거리 응원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거리 응원의 단합된 힘과 뜨거운 열기에 잔뜩 고무되어 있다.

지난 화요일 광화문과 시청앞에 100만명이 모였고, 전국적으로 420만명이 길거리 응원에 나섰다. 그 현장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도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구나’라는 뜨거운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큰 변화를 느끼고 체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광화문 응원인파 속에서 한국 관광발전의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발견했다.

첫째, 거리 응원을 위해 쏟아져 나온 수백만명의 인파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밝고 건강했다. 주체 할 수 없을 만큼의 힘과 열기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곳저곳 불쑥불쑥 오고가는 누구와도 쉽게 손잡고 휩쓸려 덩어리를 이루었다.

둘째, 축제를 마음껏 즐긴다는 점이다. 80년대를 경험한 30대 중반이상의 세대에게 ‘대한민국’, ‘태극기’와 ‘애국가’는 항상 뭔가 복잡한 기억과 함께 떠오른다. 반갑고 즐거운 대상이 아니라 비장함, 두려움이 한데 뒤섞인 미묘한 감정의 대상이었다. 그날 거리에 물결친 청소년, 젊은이들의 ‘대한민국’ ‘태극기’ ‘애국가’는 당당했다. 권위를 떨치고 진정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셋째, 세계인들과 호흡한다는 개방된 생각이다. 외국인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발을 구르며 춤을 추었다. 자주 만나고 부딪쳐야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한국관광을 가로막는 국민정서로 지적되던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나 혐오증이 불식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값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넷째, 자발적 참여이다. 지금까지 많은 축제와 이벤트가 관주도 관객동원형이었다. 자연히 활기와 역동성이 부족했다. 이번만은 달랐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단순히 경기를 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참여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뜨거운 열기를 체험했다. 쓰레기를 말끔히 줍고 뒷정리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응원 이상의 뿌듯한 감동을 맛보았다.

그동안 한국관광의 발전을 가로막아 온 걸림돌은 호텔과 관광단지같은 인프라 부족이 아니었다. 많은 연구와 토론의 결론은 늘 국민의 인식과 의식수준으로 귀착되었다. 관광업계의 노력만으로 안되는 한계였기에 그때마다 ‘친절과 질서’ 캠페인으로 대응했다.

한국인의 표정은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어딘지 모르게 무겁고 딱딱하다. 한국인에게 지난 세월은 신발 끈을 조여가며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가난도 극복해야 했고 민주화도 이뤄내야 했다. 우리 얼굴에는 남을 배려하는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방인을 만나면 더욱 긴장한다. 일상을 행복하게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친절과 감동이 있겠는가.

관광선진국은 독특한 볼거리와 훌륭한 인프라가 아니라 친절한 사람들의 표정에서 시작된다. 그런 밝은 미소는 우리 스스로 행복한 여유를 즐길 때 나온다. 이번 월드컵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해 세계인들과 함께 축제를 즐겼다는 것, 감동은 어디서 오는지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자산이다. 업그레이된 시민의식과 열린 마음. 한국 관광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반가운 증거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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