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스페인마저 꺾고 4강에 오른 날, 독일과의 준결승전을 뛰어넘어 요코하마에서의 이러한 결승전을 꿈꾸어 보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단상에 나란히 앉아 태극전사들의 선전에 함께 마음졸이고 기뻐하며 그리고 통일에 대한 열정적 논의와 구체적 진전이 이루어지는, 그래서 21세기 한민족 앞에 희망과 비전을 던져주는 그런 결승전을 말이다.

결승에 오르는 꿈은 아쉽게 사라졌지만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놀랍고 가슴 벅찬 연승행진과 세계의 축구응원 문화를 바꾸고 진정한 축제의 모습을 보여준 붉은 응원단으로부터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사회의 각계각층은 교훈 얻기에 골몰하는 듯 하다. 또 그 효과를 연계해 오겠다는 곳도 경제계를 포함, 정치권, 교육계 등 예외가 없어 보인다.

각자의 입장에서 주관적 당위성을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필자도 이중 상당부분이 월드컵을 오독(misreading)하거나 잘못 유도(misleading)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첫 번째 오독은 붉은 응원단 현상을 쇼비니즘, 파시즘, 더 심하게는 집단적 히스테리라고 폄훼 하는 것이다. 확언하건대 붉은 응원단 안에는 대표팀의 선전에 호응하는 자발적인 기쁨으로 가득차 있고, 이것의 근저는 일탈욕구와 함께 공동체 일원으로의 정체성 회귀 욕구가 있을 뿐이다.

두 번째 misleading은 아직까지 경제발전이 중요한 국가과제임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을 표면에 두는 것은 영 못마땅하다. 경제와 관광은 이젠 결과로서 때론 수단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오히려 이러한 열기는 이 사회의 부패와 반질서, 비효율에 대한 견제와 응징의 에너지로, 또 국민의 자긍심회복과 선진문화국가로의 진전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틈만 나면 불치의 한국병이니 한국인은 이래서 안 된다느니, 또 국민을 얕잡아 보고 미국 대사관을 꽁꽁 에워싸도록 지시하고 열등감을 주입시킨 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은 이제 그 옹색한 모습을 만천하에 보이고 있는 셈이다.

준비된 국민의 이러한 모습은 결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멀리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상륙한 20만의 정예 왜병에 맞서 전국 곳곳에서 불꽃처럼 일어난 의병들이야말로 이 땅의 진정한 수호자였다.

가까이는 1998년의 금모으기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관광목적 출국자제, 2000년의 국회의원 낙선운동과 2002년 초 경선열풍, 그리고 6월 세계를 놀라게 한 4,700만 붉은 응원단으로부터 우리사회의 패러다임변화(paradigm shift)와 열정을 읽는다.

그래서 5000년의 유구한 역사의 민족이 이룬 세계 11위의 교역대국이고, OECD 선진국이며 조선, 반도체, 가전, 자동차, IT에서 정상급에 서있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정부의 주도가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세계적인 축제문화를 만들어낸 국민들에게 이제는 선진 일류국민이라는 올바른 평가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리 훌륭한 축제를 치뤄냈어도 월드컵 이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왜 관광객이 정부의 예상보다 적게 왔으며, 조직위는 정말 제대로 움직였는가와 왜 관광업계는 투자의 시점인 월드컵을 수확의 시점으로 잘못 봤느냐에 대한 것들이다.

한국관광연구원연구위원
stkim@k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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