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세계 생태관광의 해

올해는 유엔(UN)에서 정한 ‘세계 생태관광의 해(The International Year of Ecotourism)’다. 각박해진 도시 문명 속에서 인간은 누구나 태고적 자연을 그리워하고 그 속에서 활력을 얻기 마련이다. 관광 개발도 자연과 환경의 보호없이는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이에 지난 5월19일부터 22일까지 캐나다 퀘벡에서는 유엔 산하 지속가능개발위원회(CSD)가 주최한 세계 생태관광대회(World Ecotourism Summit)가 열리기도 했다. 133개국 1,100여 명의 대표가 참석한 이 대회에서는 생태관광의 정책과 계획, 생태관광의 규정, 생태관광 상품개발과 마케팅, 프로모션, 생태관광 비용 등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으며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됐다. 퀘벡에서는 ‘지구자원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생태관광의 밑거름이 될 지속가능한 개발은 생태관광의 기본’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생태관광의 해를 맞아 많은 국가들은 생태관광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생태관광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육성하는가 하면, 호주는 ‘생태관광 국가전략 보고서’를 완성시켜 놓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생태관광과 관련된 국내 현황과 전망, 해외의 개발 사례 등의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21세기 관광 - 자연과 환경으로 돌아가자’

상 - 한국생태관광의 현실과 과제
중 - 해외선진관광 사례에서 배운다
하 - 떠오르는 생태관광지 카자흐스탄

‘황금거위’를 사수하라

대부분의 관광활동이 자연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면밀히 고려되지 않으면 안된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은 환경적으로 취약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해안이나 산악, 소규모 도서 등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대중관광으로 불리는 기존의 관광행태나 대단위 관광개발 방식은 자연을 훼손하고 지역사회 공동체를 해체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광개발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황금 알을 꺼내기 위해 황금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에 비유되어 왔다. 생태관광은 바로 이러한 대중관광(mass tourism)과 대단위 관광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대안으로써 등장하게 된 것이다.

생태관광 개념의 등장은 관광개발이 생태자원을 파괴 또는 훼손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오히려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결국 생태관광이란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관광활동이 이루어지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관광객도 만족하고 환경도 보전하면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도 높이는, 말하자면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전략이다.

개발되는 관광시설도 환경친화적으로 소규모로 설치하게 되고, 관광행태도 기존에 먹고 마시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체험하고 충분히 느끼면서 자연의 소중함, 생명의 귀중함을 느끼게 되며, 이 때문에 생태관광에서는 교육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이를 자원으로 관광객에게 생태체험을 제공하며, 이로 인한 수익을 지역주민들은 물론 해당 자원을 보전하는데 재투자하는 것이다.

이제는 생태관광이다

관광산업의 관점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환경도 상품도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과 관광을 결합한 생태관광(eco-tourism)이 빠르게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연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 중 특화된 형태인 생태관광은 이미 세계 여행시장의 5~1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10~15%씩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잘 보전된 환경이나 오염되지 않는 자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갯벌 체험이나 숲 해설 프로그램, 오지여행, 탐조여행 등이 점차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참가하는 관광객수 또한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실제 생태관광으로 일컫지는 않고 있지만 이미 많은 국민들이 생태관광에 참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도 갯벌에는 연간 700만명이 방문한 바 있으며, 이들 방문객 대부분은 갯벌생물이나 갯벌체험에 관심이 있는 만큼 생태관광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어린이 및 청소년 체험학습이 중요시되면서 습지나 철새도래지, 갯벌, 숲, 자연휴양림 등이 생태관광의 대상지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생태관광의 개념에 충실한 시설을 갖추었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만한 생태관광지는 일부 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없다.

생태관광지의 개발뿐만 아니라 생태관광상품은 관광객에게 생태관광을 눈에 보이는 경험으로 현실화시켜 실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도 트렉코리아, 유미여행클럽, 그린지오, 두레와 같이 생태관광을 표방하는 전문 여행사 또는 여행클럽에서 생태관광상품을 선보이면서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생태 관광으로 가는 길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것

생태관광 개념을 지나치게 협의로 해석하여 이상적인 개념의 논의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며,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여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도입초기인 점을 감안하여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규정하기보다는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관광을 생태관광으로 보고 생태관광에서 강조하는 원칙을 접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참여정도, 생태자원의 특성, 환경교육 프로그램의 유무 등 기준에 따라서 다양한 유형의 생태관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우리 나라에서는 생태관광에 적합한 자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열대 원시림과 같은 야생동식물이 풍부한 지역만이 생태관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에나 독특한 생태자원은 존재하며 그 자체가 생태관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오름이나 계곡, 숲과 습지는 개발 여하에 따라서 훌륭한 생태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한편 기존의 국립공원과 관광지의 개발과 관리에도 생태관광을 적용할 수 있다.

실천방안을 모색해야

국내에서 생태관광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도입가능성이나 개념 자체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다.
외국의 경우 생태계 보전과 지역개발 방안으로서 생태관광 프로젝트 적용과 그 결과에 대한 평가, 사례보고가 활발히 등장하고 있음을 볼 때, 국내에서도 이제 실천적 적용을 통한 개념과 원칙의 논의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

여기에는 국가전략보고서의 채택,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행, 생태관광지 및 시설의 개발, 생태관광상품의 개발, 생태관광객의 윤리지침 개발, 지역주민의 참여와 경제적 이익의 실현 방안 등 실행하면서 우리의 생태자원에 적합한 전략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1997년 환경보전법에 처음으로 생태관광이라는 용어가 포함된 바 있지만 생태관광과 관련된 정부차원의 가시화된 성과물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생태관광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업발굴과 실행은 적극적이지 못하다.

관광업계에서 생태관광 상품을 활발히 개발하여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며, 관광업계 스스로도 다양한 생태관광상품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올해 유엔이 정한 ‘세계 생태관광의 해’를 맞아 국내 에서도 생태관광 발전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생태관광은 가치있는 대안임에도 여전히 틈새시장에 머물고 있다.

이제 생태관광자원 및 지역사회의 특성, 생태관광객의 동기 등에 따라 다양한 실천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며, 이를 위하여 학계와 행정당국, 업계, 시민단체의 협력적 노력이 요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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