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도에 벌어진 이모저모

▲93년도에도 덤핑 논란은 여전했다. 해외여행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93년도 여행신문 신년호에는 해외여행 자유화 초기 50만원 대였던 대만 4박5일 상품이 35만원까지 떨어졌으며 선우관광은 28만원대 상품까지 개발해 충격을 주고 있다며 저가 기획 상품의 확산을 우려했다. 하지만 10만원대 까지 떨어진 지금의 태국이나 필리핀, 중국 상품을 보면 당시의 덤핑은 엄살로만 여겨질 정도다.

▲해외여행시 면세 통과가 허락되는 지금의 양주 한 병, 담배 한 보루의 제한은 1993년 7월부터 적용됐다. 91년도 3억5,700만 달러, 92년 5억2,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관세청은 7월부터 양주 2병, 담배 2보루의 면세 기준을 절반으로 낮췄기 때문.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무료로 호텔을 제공하는 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태국 정부는 8월에 태국을 방문하는 각국의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방콕과 치앙마이, 푸켓의 호텔에서 2박을 무료로 제공하는 ‘THE WORLD OUR AGENT(세계는 우리의 에이전트)’캠페인을 실시했다.

▲지금은 당연한 일이 돼 버린 기내 금연이지만 당시에는 조심스런 시험단계에 불과했다. 금연 운동에 앞장서 온 아시아나항공이 92년 9월부터 1시간30분 이내의 비행 구간에 대한 금연 조치를 실시한 데 이어 93년에는 3시간 30분 이내의 구간인 서울-도쿄, 서울-홍콩 등에 금연 조치를 단행했다.

각종 제도 개선 숨가쁜 한 해

해외여행 완전 자유화 5년째를 맞는 93년도의 국내 관광 시장은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해외여행 초창기의 어수선함을 넘겼다. 자유화 5년만에 기획여행과 랜드사 신고제 등을 포함한 관광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여행업과 호텔업이 소비성 서비스 업종에서 제외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1 베트남 여행 완전 자유화

외무부는 3월8일 ‘특정국가 여행에 관한 세부 시행지침국가’에서 베트남을 완전 제외했다. 당시의 조치는 92년 12월 22일 베트남과의 외교관계수립 이후 특정국가 여행에 관한 세부지침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취해진 후속조치.

이 조치로 베트남을 여행하기 위해 사전에 여행허가나 신고 등이 필요 없어 졌으며 93년도 하반기에는 한국과 베트남간의 항공 노설 개설이 러쉬를 이룬다. 6월 4일 대한항공이 서울과 호치민간을 주 1회 운항하기 시작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7월1일부터 같은 구간을 주 2회 취항하고 베트남항공도 7월4일 부터 주2회 운항을 개시하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의욕이 높았으나 관광 수요 창출은 실패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2 여행알선 수수료율 자율화

교통부는 3월 들어 경제행정규제완화방침에 따라 그동안 여행알선 수수료를 항공료와 지상비에 대해서만 10%를 적용해 오던 것을 여행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에서는 직접 판매되는 여행상품의 간접 판매 분에 대해서도 수수료율을 자율 결정할 수 있어 도·소매업의 정착에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교통부는 또 동일법인이 국외여행업과 국내여행업을 동일 장소에서 겸업할 경우 공동사용분에 해당하는 사무실 규모 면적을 공통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3 관광산업 소비성 서비스업 제외

정부는 3월 24일 일반여행업은 물론, 국외여행업, 국내여행업, 콘도미니엄업 등 모든 관광사업을 소비성 서비스업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과소비 억제를 이유로 90년 관광산업을 세법상 소비성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왔으나 여행업을 비롯해 관광유람선업, 전세버스운송사업 등 모든 관광산업을 소비성 서비스업에서 제외키로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관광산업도 광고비와 접대비 등의 손비 처리가 가능해 졌다. 이밖에 호텔업에서도 사우나의 주 1회 휴무제 폐지, 부대업장 영업시간 완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4 여행업종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

경제기획원은 4월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을 개정하면서 국내, 국제 항공여객의 피해 보상을 명문화해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 여객은 여객사정으로 항공권 미사용 및 분실의 경우 미사용 구간 운임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보상기준이 마련됐으며 국제항공 여객은 위탁수하물의 분실이나 파손 등 사고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국외여행의 경우도 여행자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취소될 경우 1일 전 20% 배상, 당일 50% 배상 등의 취소료 규정을 마련했다. 이같은 규정은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 표준 약관에 규정돼 있으나 소비자와의 분쟁 시 참고자료로만 활용될 뿐 구속력을 가지지 못해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어 8월에는 여행계약서 교부화도 의무적으로 실시됐다.

5 여행업 기획상품제 도입

정부는 6월 26일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기획여행 신고제와 랜드사 신고제 등의 도입을 발표했다. 당시의 기획여행 신고제는 여행사가 광고 등을 통해 여행기획상품을 판매하고자 할 때 일정금액 이상을 사업자 단체에 예치하고 여행지, 기간, 경비, 교통수단, 숙박시설, 식사, 관광지 등을 신고한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기획여행신고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 또 외국 여행사의 국내 연락사무소를 가리키는 랜드사에 대한 신고제도 입법 예고 됐다.

6 OZ733 추락 사고

7월 26일에는 당시까지 발생했던 국내 항공사고 중 사상 최대의 참변이 발생했다. 악천후 속에서 고도를 낮춰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던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OZ733)가 전남 해안군 화원면 운거산에 추락해 대파된 것.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잇따라 울산-제주 노선을 개설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중에 발생한 당시 사고는 낙후된 지방공항 시설과 안전 운항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아시아나 추락 사고는 항공기가 대파되는 대형 사고 속에서도 승객 110명중 44명이 기적적으로 생존해 다시 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7 중국 관광객 유치와 무단이탈

법무부가 ‘중국 단체관광객 사증 발급 등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을 마련해 7월부터 적용해 나가기로 하면서 중국 인바운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지침에는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가 92년도의 외화획득액 100만달러 이상 또는 중국인 유치 상위 10위권 이내인 업체를 지정여행사로 선정하고 업체 자율관리위원회를 설치 운영토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는 7월부터 9월 초까지 입국한 297명 중 115명이 이탈하는 등 우려했던 관광객 단체 이탈이 잦아지면서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당시의 지정 여행사는 중국 여행사가 모집하거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상사가 추천한 중국인을 대상으로 체류 기간 15일 이내의 10∼40인 이하 단체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또 30명당 1명의 안내원을 지정하고 여권은 입국 시일괄 회수해 여행사에서 책임보관, 관리토록 하는 등의 책임도 따랐다.

8 항공사 FIT 상품 속속 개발

93년도에는 항공사 주체의 여행상품 개발이 활기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추락사고 이후 양 국적 항공사는 국내선 수요 창출을 위해 대한항공이 ‘탐라여행 이야기’를 아시아나항공이 ‘하루방 패키지’와 ‘색동 패키지’ 시리즈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외국 항공사들의 경우도 이소라를 모델로 내세우고 광고전을 펼친 노스웨스트항공의 괌·사이판 ‘노스팩’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항공사들의 자체 패키지 상품 기획이 줄을 이어 이뤄졌다.

델타항공의 델타팩, 컨티넨탈항공의 컨티팩, 일본항공의 잘팩, 필리핀항공의 아일랜드 리조트 클럽 등 이 패키지 상품 설명회 등을 통해 선두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다.

9 말 많고 탈 많은 쇼핑은 93년에도

쇼핑 문제는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특히 저가 상품 판매에 따른 원가 보전의 수단으로 쇼핑이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극단적인 부작용이 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특히 93년만 해도 외상 쇼핑이 기승을 부렸다. 당시의 외상 쇼핑이란 동남아 등지의 쇼핑센터에서 고급 의류와 보석, 한약재 등의 고가품을 쇼핑한 관광객이 돈이 부족할 경우 일단 외상으로 이를 판매한 후 한국에 돌아와서 결제하도록 하는 놀라운 신용판매(?) 방법.

하지만 암암리에 진행돼 온 외상 쇼핑도 홍콩의 한 보석상 직원에 의해 덜미가 붙잡혔다. 공교롭게도 보석 밀수 혐의로 정밀 검색을 받던 이 직원에게서 보석대신 외상판매 명세서와 한국 내에서 개설한 은행 통장 4개 등이 발견된 것.

장부에는 200여 명의 고객 연락처와 함께 100만원에서 700만원을 입금한 120여 명의 입금자 명단까지 적혀 있었다. 92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3억7,000만원을 수금한 것으로 조사된 이 보석상 직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됐으며 관계기관이 명단을 바탕으로 진상 조사에 나서게 되는 헤프닝을 겪었다.

10 한국미스관광선발대회

93년도에는 94 한국 방문의해를 앞두고 해외 홍보사절 등으로 활동할 한국미스관광선발대회가 실시됐다. 미스 코리아 대회도 점차 외면 받는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이색적인 행사.

평가 방법은 한복과 양장, 수영복 테스트 외에 품위와 건강미 테스트, 외국어 테스트 등이 까다롭게 진행됐다. 총318명이 응모한 93년 한국미스관광 대상은 대한항공 승무원 김보향씨가 차지했으며 상금 600만원과 티코 자동차가 부상으로 수여됐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