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달 여행업계를 강타했던 월드컵 한파는 호텔가도 비켜가지 않았다.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다 오히려 된서리를 맞기는 호텔업계도 마찬가지.

FIFA 숙박사업체 바이롬사와 계약했던 대부분의 특급호텔들의 경우 때늦은 객실해지로 인해 막판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급급했던 모습을 보이며 애초 기대치보다 한창 밑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월드컵 기간 비춰진 호텔가의 다양한 표정들과 더불어 몇 가지 제기된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저조한 인바운드, 속썩인 바이롬사

당초 정부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만 10만명 넘게 입국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인바운드의 실적은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저조했다.

오히려 한, 일 공동개최의 여파로 인한 일본 인바운드의 입국 전무 사태는 훨씬 심각해, 전체 인바운드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한편 호텔업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인바운드 및 FIT 물량도 예상을 훨씬 밑도는 수치를 보이며 호텔업계를 고전케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바이롬사의 4월 말 최종 객실해지 상황은 호텔가들을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월드컵을 한달 여 정도 앞두고 50~70%정도의 객실을 반환당한 호텔들은 막판 객실판매에 총력을 기울이며 여행사들이나 기업체들을 상대로 활발한 판촉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워낙 저조한 인바운드 물량을 잡기는 역부족.

한 호텔 세일즈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동안 인근 호텔별로 서로 단체 물량을 끌어오기 위한 판촉경쟁이 심했다”고 밝히며 “물량 유치를 위해 객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택한 호텔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시내 한 특급호텔은 동남아 단체들에 대해 최저 7, 8만원대의 요금으로 객실을 판매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이 관계자는 전했다.

바이롬사의 객실해지와 관련해 대부분의 특급호텔들이 애초 예상한 목표치에 크게 벗어나면서 피해치도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객실 보유수가 많을 수록 손해를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1,500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L호텔의 경우 예상밖의 부진으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재 경주의 한 특급호텔은 바이롬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체적으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분위기이다.

객실편중, 우와좌왕 객단가

월드컵 기간 동안 나타난 호텔들의 객실점유율은 극과 극을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가 있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객실편중이 가장 심해 P호텔의 경우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은 객실점유율 100%를 기록한 반면, 6월 한달 평균 객실점유율이 60% 정도에 지나지 않아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월드컵 기간 벌어진 거리응원의 효과를 업고 나타난 것으로 특히 시청이나 코엑스, 강남 일대의 특급 호텔들이 월드컵 반짝 특수를 누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외의 날들에 대한 객실점유율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FIFA 관련 귀빈층들이 사용한 그랜드 하얏트와 신라호텔을 제외한 대부분의 호텔들은 6월1일부터 25일까지의 객실점유율이 80%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호텔은 객실점유율 7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각 나라 대표팀들의 성적도 호텔들의 객실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숙소로 사용한 호텔들은 두 나라의 이른 탈락에 당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남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이 기간 객실점유율과 매출간의 비례관계는 무척 복잡하다”며 “객실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객단가를 낮게 책정한 호텔이 있는가 하면, 객단가를 높이 책정해 객실점유율이 다소 떨어진 호텔도 있는 만큼 꼭 매출이 비례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워낙 짧은 시간안에 물량을 유치하려다보니 날짜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객단가가 일정하게 매겨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하다보니 객단가 책정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등 월드컵 기간 동안 요금체계가 뒤엉커버렸다”면서 “특히 특급호텔들은 객실점유율을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짙어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월드컵에 울고 웃고

대체적으로 바이롬사와 계약한 특급호텔들은 대부분이 객실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개관이래 최고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한 호텔들도 있다. 리베라 호텔의 이재성 객실판촉부장은 “바이롬사와의 계약에도 불구하고 애초 객실해지 이후 상황을 우려해 여러 다른 루트의 판촉활동을 펼쳐왔다”고 말하며 “오히려 바이롬사를 통한 판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바이롬사와 계약을 맺지 않은 호텔들도 오히려 제 값을 받으며 적정물량을 유치, 월드컵 기간 동안 환한 표정을 지은 경우. 올림피아 호텔 서울은 처음부터 바이롬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미리 독자적인 판매망을 통한 판촉활동에 나서 두배 이상의 객단가를 유지하면서도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급수가 낮은 호텔들이 비교적 월드컵 특수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초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특급호텔들이 객단가를 두배 이상 올렸지만 요금을 맞추기 못한 많은 단체들이 초반부터 1, 2급 호텔들로 몰린데다 FIT 여행객들도 일찌감치 중저가 숙박업체 등으로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호텔가를 살린건 외식사업. 월드컵 기간 동안 다채로운 행사와 프로모션들을 기획한 호텔들 대부분이 톡톡히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내 중심가의 호텔들은 거리 응원과 관련, 전망 좋은 외식 업장들의 자리가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루는 등 텅빈 객실과는 대조적으로 북새통인 모습을 연출했다.

또 ‘월드컵 칵테일’, ‘월드컵 특선 메뉴’ 등 여러 가지 프로모션들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끌어내기도. 시내 한 특급호텔은 재한 일본인들이 한국 대표팀의 준결승전에 한국을 응원하기위해 200여명의 단체가 연회예약을 하는 등 기간동안 많은 호텔이 연회부분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업계도 변화해야

월드컵 기간 동안 호텔들 대부분이 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호텔업계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높은 객단가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오랫동안 인바운드 판촉을 담당해온 한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에 너무 비싸게 책정된 호텔요금으로 애초부터 많은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하며 “아울러 막판에 단체 물량을 잡기 위해 요금을 계속적으로 낮추는 등 오히려 고무줄식의 요금정책은 한국 호텔의 이미지만 나쁘게 만들어버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롬사와의 계약에서도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워낙에 당초 바이롬사에서 제시한 요금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별로 따져보지 않고 계약한 측면이 많다”고 말하며 사실 처음부터 호텔쪽에 불리한 조건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호텔들이 평소에 해외 판매망 관리를 소홀히 해온 탓도 크다”며 앞으로 이에 대한 튼실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높다.

여행사들과의 협력관계 구축에도 그 동안 미진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여행사 관계자는 “평소 장사가 잘된다면서 여행사 등 협력사들과의 관계에 소홀했다”며 자업자득이라는 표정을 짓기도.

호텔들이 처음부터 너무 높은 목표치를 잡았다는 소리도 한편에선 나오고 있다. 이에 맞추다 보니 너무 무리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실제 월드컵 기간에 심한 타격을 받을 정도로 최악의 사태를 맞은 호텔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호텔들의 객단가가 높은 탓에 객실점유율이 기대치와는 거리가 멀었을 뿐이라는 후문. 하지만 분명 보다 치밀한 준비와 자체적인 계획들을 사전에 세워놨다면 충분히 어느 정도의 특수를 누릴 수도 있었다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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