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No! 시로 아침을 엽니다

내년이면 80주년을 맞는 대한여행사의 사옥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 최초의 여행사답게 고풍스런 붉은 벽돌의 4층 건물이다. 익숙한 이름 KTB를 발견하긴 했지만 건물 내부에는 여행사임을 알 만한 어떤 간판이나 홍보물도 없다. 흔하디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기에 관광을 전공한 김도형씨도 입사전에는 정체파악이 힘들었다고.

하지만 일본연수를 마치고 인턴실습을 통해 대한여행사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2년하고 반년이 지났다. 많지 않은 나이 때문에 아직도 인바운드 수배담당자들의 모임에서는 막내축에 속하지만 수배 담당자로서의 짠밥에서는 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배팀에서 김도형씨는 지방과 제주도의 호텔을 담당하고 있다. 상하관계가 굳어져버린 서울과는 달리 지방은 아직 ‘힘’이 있어서 그나마 여행사가 호텔에 부탁을 받는 입장일 때가 많지만 호텔과 여행사는 엄연히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파트너라는 생각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지상과제를 수행하려다 보면 수배과 직원들은 다른 분야의 영업직 뺨칠 정도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술자리도 많은 편이지만 김도형씨는 가능하면 술자리를 피한다.

입사 첫주에 왕창 마셔둔 술이 2년이 넘도록 해독이 안 된탓도 있지만 그런 ‘접대’ 혹은 ‘로비’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가 구사하는 전략은 애교가 넘친다.

초창기에는 여직원들이 많은 호텔 예약담당자들에게 아침마다 시를 한 편씩(사람마다 다른 시를 팩스로 보냈다고) 보내는 방법으로 친근함을 쌓았다.

“요새처럼 바빠졌을 때에는 평소에 쌓아둔 관계가 중요하다. 월드컵 기간에는 하루에 20건으로 줄었던 예약이 요즘은 다시 성수기 수준인 80~100건으로 늘어났다. 어르고 구슬러서 안 될 것만 같던 방을 풀어도 그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은근히 섭섭한 내색을 하지만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뿌듯함은 알아주지 않아도 족한 자부심이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