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명랑한 여행사를 소비자들에게 추천해준다는 거창한 슬로건을 걸고, 그러나 대단히 장난스럽게 운영하고 있는 ‘딴지인증여행사제도’로 인해 인증신청여행사에 대한 심사가 나의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심사라고 해야 뭐 특별할 것은 없다. 알고있는 여행업 종사자에게 후보들의 뒷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다. 뒷조사라고 해서 몰래카메라처럼 비밀스러울 것도 없다. 후보 여행사와 대표가 어떠한지 물어보면 뒷조사 끝이다.

이때의 반응을 수학적 통계로 분석해보면 ‘잘몰라’ 혹은 ‘노코멘트’가 약 20%, 훌륭하다는 응답이 0.5%, 나머지 79.5%는 우물쭈물 끝에 나오는 부정적 평가와 이어서 ‘너만 알고 있어라’를 전제로 한 험담이다.

한 개의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는 동종업계의 생리상 그 어떤 직종에 있어서 파트너에게 너그러울 수 있겠냐마는 여행업의 경우 적군과 아군의 구별이 유난스럽다. 여행업 종사자들이 모두 순자의 성악설에 대표 모델로 뽑혀서 다들 나쁜 사람들이거나, 남에게 나쁜 말만 하도록 뒤틀린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옳은 것일까?

잠시 우리의 슈퍼 히어로 히딩크 아저씨를 이야기하자. 월드컵 한국전이 열리기전 기자회견장에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히딩크가 했던 명대사는 “상대를 존중하지만 무서워하지 않는다”였다.

스물한 살의 이천수가 서른세 살의 홍명보에게 게임 중 ‘명보 패스해’ 라고 말하는 권위적 언어파괴를 주문하면서도 사족으로 달았던 지시는 “ 경쟁은 하되 상대를 존중해라”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바른 생활에서 읽은 이후 잊어버리고 있던 존중이라는 단어가 실생활에 접목되었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로 승화될 수 있는지 히딩크는 우리 국민들에게 라이브로 보여주었다.

나에게 와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면 쓸데없는 소문발에 농락당하며 덩달아 그를 욕하기 보다는 차라리 무관심을 보이며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비하하고 뒷통수를 쳐댈 때 이는 결국 자기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것이며, 사회에서 바라보는 여행업 자체의 위상을 스스로 깍아내리는 행위이다. 그런 속담도 있지 않는가? 집에서 구박받는 강아지, 밖에서도 천대받는다고.

그러나 상호 깍아내리기의 가장 큰 폐해는 뭐니 뭐니해도 사회적 연대감의 상실이다. 수천개나 되는 한국의 여행사에서 제대로 된 노조하나 가진 여행사가 손가락 다섯 개로 꼽아도 남아버리는 현실은 업계의 영세성과 구성원의 정치적 의식부재와 더불어 직장 내부에서 조차 연대의 끈이 부재하다는 의미이다.

어느 항공사가 어느 리조트 회사가, 또는 어느 대형 도매여행사가 자사의 이익에 맞춰 수수료를 낮추고 객실 판매를 제한하고, 직영판매를 한다고 해서 한바탕 시끌법적 소란이 있었지만 이런 아우성이 그저 무교동 낙지골목에서 소주잔 속에 묻히는 것으로 끝났던 이유도 외부적 환경에 연대할 수 있는 힘을 우리 여행업은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가 내 욕을 하고 내가 그의 욕을 하는데 단합이 어찌 이루어지랴?

고로 오늘의 결론은 “남을 깍아내리지 말자”라는 것이다. 존중을 하려 해도 존중할 구석이 없거들랑 차라리 신경을 훌렁 꺼버리자는 것이다. 인생의 교훈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는 어느 책 제목은 오늘 여행업 현실에 아주 적절한 진리다. 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는 건, 유치원 다니는 내 아들도 아는 말이다.

윤용인 딴지사업국 이사

※ 여행신문은 한달에 한번 관련업계에 종사하고 있으신 분들을 비정기적인 칼럼니스트로 초대합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