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토대 닦아 월드컵으로 간다

해외여행 자유화 7년째를 맞는 95년도는 제 1기 민선 지방자치제 실시와 월드컵을 유치키로 한 결정으로 여행업계의 크고 작은 관광진흥책이 세워진 한 해였다. 1인당 해외여행 경비의 증액도 해외 여행이 종전의 사치·낭비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정부 차원에서 불식시킨 계기가 됐다.

정부의 여권 업무가 종전 외무부에서 서울 4개 구청으로 이관됐고, 대기업에 관광업 문호가 활짝 열렸다. 양 국적사의 신규 노선 확대 및 증개편과 더불어 유럽에 기반을 둔 외국항공사들의 증편도 대거 이뤄졌다.

1. 관광진흥 10개년 계획 수립

당시 관광분야 주무 부처였던 문화체육부는 관광산업 세계화 전략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21세기의 관광진흥 전략을 모색하는 등 사업성을 띤 관광분야 정책 개발에 주력했다.

문체부의 적극적인 관광정책 추진과 함께 95년 9월에 있은 세계관광의 날 기념 관광진흥 촉진대회에 참석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21세기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광진흥 10개년 계획 수립을 천명해 관광분야 발전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21세기 관광산업 세계화 추진전략을 토대로 한 관광진흥 10개년 계획에는 한국관광산업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과 육성 방안 등이 반영됐었다. 관광진흥법 등 관련 볍규의 재정비, 관광진흥을 위해 새로운 법적 장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신규 입법하는 방안도 적극 반영됐다.

94년 한국방문의 해 사업을 펼쳐 당초 목표만큼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실패했지만 한국관광의 이미지 제고와 관광객 수용태세 확충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에 따른 시도다.

2. 1인당 해외여행 경비 1만 달러 증액

1인당 해외여행 경비 1만 달러로 확대됐다. 또한 해외신용카드도 5,000달러까지로 한도액이 늘어났다.
1995년 2월 재정경제원은 한 달 이내의 해외여행을 할 때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경비를 기존의 5,000달러에서 1만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또 한달 이내의 기본 경비의 경우 1만달러, 1개월 초과 1년 미만 체재 때 기본경비에 추가되는 금액은 매달 1만달러, 1년 이상 체재시의 정착비는 5만달러로 대폭 인상됐다. 해외 현지 치료비 등은 별도로 인정키로 함에 따라 그동안 해외여행이 사치 낭비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정부 차원에서 불식시켰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3. 국적항공사 신규 취항 봇물

95년은 국적항공사의 신규 취항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한·중 정기항로 취항 1년을 맞이한 중국 노선의 경우 폭발적인 수요와 인기를 끌었다. 한중 노선은 양국 5개 항공사가 교환 탑승 및 공동 운항으로 협조 체제를 보이면서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양 국적항공사의 신규 노선 개설이 활발하게 진행된 가운데 기존 취항 항공사들의 운항 횟수 증편 및 직항편 개설 등이 줄을 이었다. 아시아나 항공은 7년 만에 유럽과 호주에 진출하는 중요한 전기를 맞이한 한 해였다.

대한항공은 유럽노선을 크게 증·개편한 데 이어 동남아를 경유해 들어오던 영국항공과 스위스항공이 서울 직항편을 개설했고, 에어프랑스, KLM 네덜란드항공, 루프트한자 등이 일제히 증편을 단행, 급작스런 공급 증거에 따른 유럽 노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려가 일기도 했다. 유럽 노선의 공급이 47%나 늘어났지만 동시에 유럽행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 공급과잉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씻고 ‘황금을 낳는 노선’으로 자리매김했다.

4. 여권 발급 업무의 이관

서울의 경우 외무부 여권과에서 발급하던 여권발급 업무가 종로, 영등포, 서초, 노원구청 등 4개 구청으로 이관돼 국민 편의를 크게 증진시켰다. 또한 서울시는 국외 및 국내여행업의 등록업무를 각 일선 구청으로 위임하는 등 업무를 분산시켜 효과적인 민원처리를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여권발급 업무가 지역별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4개 구청에서는 관광, 유학, 취업 등과 관련된 일반 여권 발급을 주소지와 상관없이 손쉽게 발급받게 되었다.

5. 국내 항공권 예약 제도 변화

95년에는 국내선 항공권 예약제도에 여러 가지 큰 변화가 발생했다. 우선 항공권 예약제도가 탑승일 기준에서 예약 기준으로 변경되고 예약 취소 수수료 부과제도가 크게 강화되는 등 변화가 일었다. 또한 예약취소 수수료율을 10~20%로 크게 올려 위약금 징수제가 시행됐다.

종전에는 항공권을 예약하고 탑승 4일 전까지만 발권하면 됐으나 이 제도 시행 이후에는 예약 1~3일 이내에 항공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예약이 자동취소가 됐다. 전화를 통한 항공권 신용카드 예매제가 실시돼 별도의 항공권 없이 공항에서 간단한 확인만으로 탑승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국내선 가명 탑승 불허돼, 적발되면 통상운임 2배 범칙금 징수하는 등 국내선 항공 탑승에 관련한 새로운 규제가 시행됐다.

6. 기획여행상품 사전 심의제 강화

문화체육부는 기획여행 광고를 해당 사업자 단체가 사전에 심의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과 관광불편신고처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토록 했다. 여행사 기획여행상품 사전 심의제는 소비자의 여행상품 선택 시 편의를 증진하고 예약 문화 정착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개정된 관광진흥법 및 하위법령에서는 여행상품의 신고와 광고 시에 반드시 게재해야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시행 초기에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지적됐으나 사전 심의제가 여행업계의 자율경영권을 보장하고 군소업체들의 무의미한 광고 전을 절제하게 돼 긍정적 효과도 인정받기도 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와 지역관광협회 등이 사전 심의기관을 맡았으며 문체부는 사전 심의제를 어기는 여행업체에 대해서는 심의 기간과에서 등록 관청에 통보해 행정처분 등 제재를 가했다.

7. KAL 여행개발, 패키지 본격화

대형 그룹사의 패키지 여행업 진출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금강개발 산업 여행사업본부는 서진항공과 합병 이후로 현대드림투어로 사명을 변경하고 팀을 재정비했다. 서울지역 및 울산, 부산 등지에 영업소 설치를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등 현대그룹 계열사 실적 우수주 1,600명의 인센티브 투어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KAL 여행개발이 드디어 ‘KAL PAK’이라는 고품격 여행상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회사 출범때부터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의 등록취소 요청, 대한항공 항공 불매 운동 등 여행업계의 큰 반발을 샀던 KAL 여행개발은 최대 국적항공사가 만든 도매영업 전담회사로 시작을 알렸다. 캐나다와 미주, 남태평양 지역과 중국 등 44종의 상품 개발을 시작으로 고가 상품 정책을 고수했다.

8. 관광호텔 봉사료 기본급화 확산

특급관광호텔을 중심으로 봉사료의 기본급화가 확산된 한 해였다. 1994년부터 일기 시작한 봉사료의 기본급화는 1995년 상반기에 정점을 이루었다. 일제히 실시된 특급 관광호텔의 노사간 임금협상에서 봉사료의 기본급화는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1994년에는 타워호텔, 앰배서더호텔, 라마다올림피아호텔 등 10개 호텔에서 봉사료의 기본급화를 시행한 데 이어 1995년에는 롯데호텔, 그랜드하얏트호텔, 쉐라톤워커힐호텔, 경주조선호텔 등 12개 호텔이 이 제도에 동참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봉사료의 기본급화와 직무별 봉사료의 차등 지급 등의 안건은 관광호텔 노사 임금협상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9. 민선 지자체 출범

1995년 민선 지자체의 출범과 함께 지자체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지방자치제갸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된 관광산업 육성이 활기를 띄었다. 지금까지 관광지를 개발할 때에는 중앙 정부의 협의 및 예산지원으로 민간기업에게 위탁개발하는 방식을 취했던 것을 이제는 지자체가 전권을 쥐고 민간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제 3섹터 방식의 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형태의 개발이 일반화됐다.

10. 대기업의 관광산업 진출

대기업의 관광산업 진출이 본격화됐다. 1995년 4월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외래 관광객의 적극적인 유치를 위해서 종전의 10대 재벌사에게 적용되던 여신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이에 따라 금강개발산업, 한화그룹 등 대기업이 여행사, 호텔, 콘도미니엄 등의 관광산업의 진출하게 됐다. 이번 조치는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의 관광호텔 신규 건축을 독려할 수 있으나 기존의 중소형 관광호텔의 고질적인 경영난 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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