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의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7월과 8월도 절반 가량 흘러가고 있지만 올해 여름은 분명 여느 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연일 올 여름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막대한 여행수지적자를 우려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나 항공사 사무실에서는 정신없이 바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 많다는 여행객은 어디로 간 걸까?

해외여행객 통계로만 사상최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세관은 지난 11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7월19일부터 8월11일까지 24일간의 하계 성수기 기간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하루 평균 7만5,000명(총 181만2,000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후 각 언론들은 ‘올 여름 해외여행객 사상최다’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행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경고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다. 인천공항의 발표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특히 8월 4일과 11일에 가장 많은 여객이 몰려 8만4,000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며 434대의 항공기가 운항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보도를 접한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사상최대라는 여행객 증가를 전혀 실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언론에서 해외여행 증가에 찬물을 붓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될 정도로 체감 경기는 한산하며 항공 좌석도 여유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보도가 있고 난 뒤 KRT는 ‘여름 휴가 항공좌석 많이 있습니다’란 이색 문구를 포함시킨 광고를 내보내며 여행객 유치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한편에서는 해외여행객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데 반해 여행업계에서는 성수기 같지 않은 성수기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여행객은 어디로 갔을까?

사상최다는 공항이용객

우선, 해외여행객 사상최다라는 보도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발표한 성수기 하루 평균 7만5,000명은 해외여행객의 수가 아닌 인천공항의 이용객 수를 의미한다. 즉 출국과 입국객을 모두 합한 공항 이용객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것이지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다라는 발표는 전혀 없었다.

좀더 차분히 따져보면 해외여행객과 외국관광객이 모두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공항시설 점검과 안내서비스 강화, 편의시설 개선 등을 위해 성수기 대책반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인천공항측의 주요 발표 내용이다.

물론 최근의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실제 올 여름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수는 있겠지만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경제가 안정을 유지한다면 이는 어쩜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언론 보도와 달리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 못한 여행사라고 해도 당장 그리 낙담할 필요는 없다.

특정 여행사 여행객 집중 가속

그렇다고 올 여름 해외여행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월드컵의 엄청난 열기에 모든 여행사들이 일손을 놓은 것 같은 분위기였던 6월 한 달 동안도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작년 동기보다 6.2% 많은 53만8,110명으로 집계됐다.

장사를 포기했다는 여행업계의 엄살이나 월드컵 여파로 손님이 뚝 끊겼다는 언론 보도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통계상의 숫자놀음만이 아니다. 항공권 판매 전문 여행사로 유명한 탑항공의 경우도 지난 6월 매출이 예년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올 7월과 8월도 마찬가지. 성수기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7월과 8월은 가장 많은 여행객이 몰리는 성수기다. 하나와 모두 등 홀세일을 비롯해 롯데를 중심으로 한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은 전년도 동기간에 비해 모객 인원 등에 있어서는 뚜렷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경우 7월과 8월의 여행상품 판매 실적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모두투어의 경우도 작년 동기간보다 6,000명 가량 늘어난 2만6,000명 가량의 모객이 가능할 전망이다.

수요예측 빗나간 과다 공급

이처럼 여행객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많은 수의 패키지 여행사와 중·소 여행사들은 7월의 실적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미치지 못하며 8월 예약이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T여행사 관계자는 “7월말과 8월초와 같은 성수기에도 방콕 등 일부 인기 지역의 좌석이 남아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해외여행객이 많다는 말을 전혀 실감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여행사의 ‘빈익빈 부익부’를 꼽고 있으며 당초 우려했던 대로 전세기와 임시편의 대거 투입으로 확대된 좌석 공급이 해외여행객 증가를 추월해 버렸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해외여행객은 분명 늘었지만 항공사와 여행사의 수요예측이 이를 앞지르면서 지나치게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천국제공항측은 이번 성수기 특별기간중 항공기 운항 예상 횟수를 9,485회(하루 평균 395회)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16%, 지난 4∼6월의 하루 평균 344대 보다는 14.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올 여름 성수기를 맞아 총 27회의 삿포로 전세기 운항을 비롯해 덴파사(8회), 푸켓(8회), 쿠알라룸푸르(30회), 런던(3회), 로마(3회) 등에 전세기를 투입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이밖에 방콕(5회), 괌(8회), 도쿄(12회), 시카고(10회), 베이징(기종 변경으로 편도 800석 증가)으로의 임시편 운항도 공급 좌석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7월 한 달 동안 방콕, 홍콩, 괌, 사이판, 마닐라, 코타키나발루, 푸켓 등지에 43편의 전세기와 임시편을 투입했으며 아사히까와, 오키나와, 요나고 등으로 10편을 추가 운항했다. 8월 들어서는 공급 좌석이 더욱 늘어나 일본 노선 14편, 동남아 노선 등에 54편 등 68편의 전세기와 임시편을 투입할 예정이다.

과열 전세기 여파, 성수기 혼란

좌석이 여유를 보이자 지난 25일 푸켓 AD 투어를 실시한 여행사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싱가포르항공을 시작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8월 중의 동남아시아 노선 항공 요금을 비수기 요금 수준으로 앞 다퉈 내리는 등 항공사간의 요금 인하경쟁까지 야기되고 있다.

때문에 홀세일여행사의 경우 중·소 여행사들이 단체가 형성되면 직접 행사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상대적인 타격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패키지 여행사간에도 같은 지역의 전세기를 두고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지방 공항에서 직접 취항하는 전세기가 늘어나면서 충청 이남권에서 발생한 여행객이 지방에서 고스란히 소화된다는 점도 서울과 수도권 여행사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OK투어 이도행 영업총괄부장은 “부산을 비롯해 광주 등지에서 전세기가 취항하면서 서울까지 넘어오는 지방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지방수요 감소와 함께 갈수록 최성수기의 구분도 사라지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특히, 방콕의 경우 양 국적항공사의 푸켓 전세기 외에 올 초 오리엔트타이항공의 취항 등으로 좌석 공급이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효자 노선으로서의 지위가 무색해진 형편이다. K여행사 관계자는 “올해는 전세기 취항 지역이 다양해지면서 경쟁 목적지가 늘어났고 좌석도 충분해 황금 노선이었던 방콕노선 좌석이 지금은 짐처럼 느껴진다”며 “좀처럼 태국 상품의 모객이 되지 않고 있어 (항공좌석)보증금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경쟁적인 전세기 투입과 증편 등 수요 예측의 실패로 올 여름 성수기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혼란을 겪으면서 반성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C여행사 관계자는 “누구 하나 잘된다고 하면 치밀한 조사없이 그대로 모방하는 풍토가 지금과 같은 전세기 남발과 공급과다를 야기했다”며 “여행사간에도 성수기 계획을 잡기 전에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이익을 나누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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