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의 관광업계는 숨가쁘게 변화하는 사회·경제적인 총체적 위기와 맞서야 했다. 특히 여행업계는 상반기 최고조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행진을 기록하는 듯했지만 하반기 환율 상승과 경제침체에 의해 한없이 추락하는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결국 12월 IMF 국가경제위기가 실질적으로 닥치며 언제 회복될 지도 모르는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며 한해를 마감했다. 그나마 인바운드는 상대적으로 낮아진 원화로 인해 일본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1. IMF한파

1997년의 큰 사건으로는 무엇보다 IMF 국가경제위기를 빼놓을 수 없다. 총체적인 위기는 그 전부터 예고됐지만 대형 여행사의 연이은 부도, 예고없는 감원, 급여동결, 사무실평수 줄이기, 불필요한 예산삭감 등은 악조건하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해외여행에 대한 환상은 이미 사진진지 오래.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이 서둘러 인바운드에 눈길을 돌리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2. 대한항공기 괌서 추락

한국인들이 휴양지로 많이 찾는 괌에 비행기 추락. 8월6일 새벽 괌에서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해 승객 254명 가운데 22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사고로 인해 남태평양 지역의 관광 수요 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의 관광수요를 급감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여행사 단체관광객이었고 한창 여름 성수기간 중 일어난 국적항공사의 사고여서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 사고 후 소비자들의 여행지 변경은 물론 국내 여행도 취소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3. 여행수지 흑자로 전환

적자, 적자, 적자. 무역외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몰리던 여행수지가 11월 9,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 95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특이할 만한 점은 그 요인이 다양한 관광 상품이나 행사 등을 벌여 외국인을 많이 유치해서가 아니라 경기 침체에 따른 해외여행 인구가 줄었다는 데 있다.

4. 관광진흥기금 징수

7월1일부터 관광목적으로 출국하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관광진흥기금의 일환으로 출국세 1만원의 징수를 시행했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말썽 많던 출국세 징수 문제는 징수직원과 여행객의 잦은 시비, 관광진흥기금 전환 등을 둘러싸고 연말까지 논란을 일으켰다.

5 여행사 연쇄부도

대한항공의 괌추락 사건 이후 여행업계는 부도설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동남아 연무 등의 악재가 겹쳐 성수기 관광 경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8월말 세진여행사가 가장 먼저 쓰러졌다. 이후 한 달도 못돼 수도항공여행사의 부도. 설상가상으로 경제파탄까지 합세, 아웃바운드 실적 10위권의 온누리, 씨에프랑스, 삼흥여행사가 문을 닫고 오아시스, 푸른세계, 월드팩 여행사 등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6. 동남아 연무사태

빽빽한 수풀림을 자랑하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보루네오섬에서 대형 산불발생. 불은 인도네시아서 나고 연기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인근 동남아 관광지로 번져 여름 성수기 말미부터 여행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동남아행 해외여행객들 출발 계획 취소, 연기, 목적지 변경 사례가 10월 초까지 이어져 상당한 악재가 됐다.

7. 대만과 관광교류회의 개최

7월1일 대만과 한국의 비정부 관광교류회의가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와 대만관광협회 등 민간기구주재로 92년 단교후 처음으로 재개됐다. 5년만에 재개된 관광협회간의 긴밀한 관계 회복으로 양국의 관광교류에 다시 물꼬가 트기를 기대했으며 이후 매년 6월 경에 양국에서 번갈아 교류회의를 열어오고 있다.

8. 관광특별법 시행

2000년 ASEM과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관광숙박 시설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1997년 초에 제정, 4월14일부로 시행에 들어갔다. 호텔사업관련 각종 인·허가절차 간소화, 교통유발 부담금, 환경개선 부담금, 개발 부담금 등의 각종 부담금이 경감돼 기업이 경비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결정적으로 호텔업 진출 열쇠인 차관도입 문제는 미해결됐다.

9. KE, OZ 김포 시대 개막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사옥을 김포에 오픈하면서 김포 시대를 열었다. 기존의 서소문과 회현동 건물에는 영업 등 일부 부서만을 남기고 김포로 모두 이전했다. 양 민항의 김포시대는 다가오는 인천국제공항의 오픈을 대비해 김포와 인천을 연결하는 교두보로 삼기 위한 전략에서 였다.

10. 공사사장 관협 회장 겸임

한국관광협회는 연말 12월10일에 98년 신임회장으로 한국관광공사 이경문 사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업계문제의 해결과 조정을 정부기구의 힘을 동원하면 한결 나아질까하는 기대 때문이었을까. 그 결과는 지금의 협회 모습을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끝없는 추락 아웃바운드 365일
제살깎기 경쟁에서 연쇄부도까지…

97년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은 관광 분야는 바로 해외여행 부문이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상반기까지는 매년 경신해온 내국인 출국자수의 기록을 상회하며 연승 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 또한 거품이었음을 나타내는 증후가 여름 성수기가 닥치기도 전에 곳곳에 나타났다.

상반기 국외여행을 취급하는 여행사 수가 계속 늘어나고 항공사도 수요 이상의 항공 좌석 공급 수를 늘리면서 저가 과열 경쟁으로 인한 폐해에 대한 논란이 급격히 수면위로 떠올랐다.

태국에서는 3월 저가 지상비, 퇴폐 관광이 일반 언론의 도마위에 올랐고 호주에서는 불법 업체를 대대적으로 공개하겠다고 해 마찰을 빚었다. 노마진 상품의 등장은 패키지 상품 가격을 놓고 여행사 간의 감정 싸움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4월까지 목표대비 70%도 달성 못해 긴급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미 앞서 겨울에 성수기를 겪었던 호주에서는 상반기 현지 랜드사가 연속 부도를 냈고 박당 지상비 적자는 쇼핑으로도 메울 수 없다는 한탄이 쏟아져 나왔다. 여행사들도 제살깎기식 덤핑 과당 경쟁을 막고자 6월말 건전여행추진위원회(위원장 용계명 계명여행사 사장)를 만들면서 지역별 패키지 상품 하한가 설정, 광고 크기 제한 등의 조치를 마련했지만 오히려 지상비는 그대로 둔채 여행사 몫만 챙기려한다는 랜드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지속된 과열 경쟁 속에 건추위의 활동은 유야무야 막을 내렸다.

달러화 강세는 97년 초부터 나타났다. 일주일 사이에 1달러당 원하가 30~40원씩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여름 성수기에는 달러 강세로 인해 해외 여행이 기피되기 시작했고 성수기간에도 환율을 둘러싼 결재 시스템을 놓고 현지랜드사와 한국내 여행사가 격돌했다. 이탈리아에서 고정환율제를 둘러싼 논란 끝에 한창 시즌 중인 7월 단체의 지상 행사를 포기한 사태는 전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경기 침체는 예상보다 조용한 여름 성수기를 만들어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부채질했다. 게다가 8월초 대한항공 801편의 괌 추락 사고와 동남아시아 연무 사태는 추락 속도를 가속화했다.

여행 경기 침체는 하반기 극심한 경쟁체제에 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공조를 낳기도 했다. 양 국적항공사는 지역별로 단체항공권 소지자의 개인 귀국 일정 변경 불가, 할인항공권 판매광고 금지, 지역별 개인 및 단체 항공요금 조정 등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IMF 체제하로 들어가서 기록된 환율은 1달러당 최고 2,000원에 이르렀다. 8월말부터 중견 국외여행업체였던 세진여행사의 부도로부터 촉발된 연쇄 부도는 11월말 최대 아웃바운드 업체였던 온누리의 부도와 함께 랜드사의 동반 부도로 이어지며 국제 관광업계에 한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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