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양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펜션'이라 불리는 고급 민박이 새로운 숙박시설로 급부상하면서 수요와 공급 모두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이 같은 펜션 문화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별장식 고급 민박으로 알려진 펜션(pension)은 유럽에서는 이미 중세시대부터 발달돼온 대중적인 레저 숙박시설이다. 특히 관광지 주변이나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에 위치해 자연적이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팡시온이라 부르며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B&B(Bed&Breakfast),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Lodge가 펜션과 유사한 형태로 분류된다.

일본은 1970년대 초부터 유럽으로부터 펜션이 도입돼 한창 신축붐을 일으킨 바 있다. 전국 곳곳에 온천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작은 온천 단지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숙박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불과 10년만에 3,000여 곳에 달하는 펜션이 생겨났다. 일본의 펜션은 유럽과 비교해 보다 고급스런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 도입된 펜션 모델은 일본을 본딴 것이 대부분으로 현재 신축중이거나 운영중인 펜션 거의가 고급스런 민박을 표방하고 있다.

수요 못 따라가는 공급망

국내에서는 99년 제주도에 처음으로 도입돼 그 이듬해에 약 10개소로 늘더니 지난해 90여개, 올해 100여개가 훌쩍 넘으며 계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펜션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중인 한 업체는 시장분석조사를 통해 2005년까지 약 5,000여 개소로 증가, 앞으로 몇 년간 펜션 시설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늘어나는 펜션 시설과 관련해 대부분의 펜션 사업 업체들은 여관이나 민박, 콘도미니엄을 대신해 펜션이 새로운 숙박시설로 떠오르는 만큼 시장 규모도 막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내년에만 1조 2천억원, 2005년에는 1조 6천억원으로 앞으로 펜션 시장규모가 최소 1조원대는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막대한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펜션 공급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 펜션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만큼 펜션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이다. 때문에 매체 광고나 여타의 홍보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보유하고 있는 펜션을 최대한 활용해 회원들에게 보다 많은 이용 기회를 부여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연 친화적인 것이 인기 비결

펜션 수요층이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국내 여행유형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족 중심의 숙박문화와 개성적이고도 자연 친화적인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데 주요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급스러운 호텔과 같은 내부시설을 갖췄으면서도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을뿐더러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예약 가능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한 점도 펜션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또 펜션이 위치해 있는 대부분이 전원지이나 자연을 배경으로 한 곳인 경우가 많아 자연친화적 휴양 여행으로 바뀌고 있는 여행 문화 패턴과 맞아 떨어진 부분도 없지 않다. 전원주택과 같은 건축 양식도 펜션 이용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더불어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을 앞두고 펜션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인 펜션 프랜차이즈 선두 업체인 (주)렛츠고 펜션 월드 한 관계자는 이같이 펜션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에 대해 “철근 콘트리트와는 달리 목조 건물이 주는 아늑함과 펜션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환경들이 여행객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친환경적인 여행문화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업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숙박지로 팬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자연과 접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콘도미니엄과 비해 팬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부분으로는 ‘내 별장에 온 듯한 편안하고 조용한 휴식처’가 제일 많았다.

펜션, 옥석 가리기가 필요

하지만 펜션 시장이 커지면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펜션 사업체들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다. 특히 펜션에 대한 기준 자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기존의 콘도형 민박들이 펜션으로 상호 표기를 변경하고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을뿐더러 펜션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에도 분명한 기준 없이 가맹점을 모집,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더러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 단체 협의회 한 간사는 “신종 업종일수록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아직 피해 접수된 사례는 없지만 펜션의 경우 대부분이 화재가 취약한 곳에 위치해 있어 특히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나 시설, 관리 등에 대한 문제들이 가장 많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펜션 사업 한 관계자는 “펜션 시장의 전망이 밝은 만큼 최근 들어 너나 할 것없이 뛰어 들어 시장 자체가 혼탁해 지는 경향도 있다”고 말하며 “정부 관할 부처도 뚜렷하지 않아 이에 대한 관련 제도나 법규에 대한 보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대안 숙박시설로 각광받는 펜션. 국내 여행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펜션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향후 발전적인 모습을 위한 펜션 업체들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