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도에 벌어진이모저모

▲패키지 수효가 죽은 대신 상용수효가 관광수효의 2배가 넘는 현상이 발생하자 할인 항공권이라는 신조어 탄생했다. 상용 항공권의 수효가 늘어나자 모찌코미 형태의 알선행위가 횡행해 전체의 20-30를 차지하기도 했다.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호텔 객실료 떨어져 인바운드 활성화에 보탬이 됐다. 세계 16개국 주요도시 중에서 한국의 호텔가가 4번째로 저렴하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저가 마케팅이 활발했다. 특히 유럽 항공사들의 경우 가족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단체보다 싼 4인특별 요금을 내놓아 여행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밖에도 그룹 항공요금이 불법, 편법으로 사용되자 4월에는 항공권판매정상화위원회가 탄생했다.

▲중국전담여행사 지정을 둘러 싼 KATA와 여행사들이 갈등이 제기됐다. 100만불 외화획득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둘러싸고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KATA가 일부 회원사들의 편을 들어 독점적인 이익을 봐주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불만이 높아지자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35개사를 지정 여행사로 결정했지만 이 역시 선정과정의 공정성이 문제가 됐다.

▲11월에 한국관광호텔협회는 오락업 부활을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이는 등 정부의 규제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지역 24개 관광호텔을 비롯, 전국의 일부 관광호텔들이 12월1일 하루 동안 연숙박객과 외국인 손님을 제외한 투숙객을 받지 않았다.

생존위한 치열한 접전의 한 해

98년의 여행업계는 97년 말 찾아온 IMF로 여행사들의 생존이 갈리는 치열한 접전의 현장이었다. 대형 여행사들이 속속 부도처리되면서 실직자들을 중심으로 모찌코미(개인이 수수료를 받고 고객과 여행사를 중개하는 행위)가 성행되어 시장이 더욱 혼탁해졌으며 방콕-파타야 29만9,000원 상품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초저가 상품 시대를 열었다.

또한 많은 항공사들이 운행을 중단한 가운데 호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이 가열되고 좌석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등 항공권가격정책이 일년 내내 여행사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하지만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인바운드 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띄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관광 홍보를 위한 CF 제작에 참여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부의 노력도 가세해 여행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정도로 관광객이 급증하고 쇼핑도 늘었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1. 외래객 유치 400만명 돌파

12월9일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이 400만명을 돌파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자 인바운드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강화됐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관광객과 해외 교포들의 방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연초부터 일본의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국가 경제 위기의 주범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여행수지도 7년만에 35억불의 흑자를 기록했다.

2. 문화관광부 출범

관광전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2월25일 출범했다. 신정부는 문화체육부의 체육행정을 민간기구로 이관하고 관광행정을 격상시켜 문화관광부로 부처명칭을 개편했다.

업계는 교통부에서 문화체육부로 주무부처가 이동되면서 그동안 셋방살이를 면치 못했지만 새집을 얻게 됐다며 환영을 표했다.

이 밖에도 국내 최초의 인바운드 트래블 마트가 개최되고, 김대중 대통령의 해외관광홍보 CF 출연 등 인바운드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아져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을 한국방문의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3. 한국, 중국인 해외여행자유화국가로

4월부터 제주도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고 5월부터는 중국인 해외여행자유화국가로 한국이 지정되는 등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물꼬가 트였다. 이로써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던 대중관광수지 개선이 점쳐졌지만 비자발급 절차가 까다로워 기대만큼 유치인원이 급성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중국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4. 아웃바운드 치열한 생존경쟁

아웃바운드는 고통스러운 한해를 보냈다. 10월말까지 내국인 출국자수가 248만명으로 전년대비 37.8%가 감소했다. 그나마 순수 관광을 목적으로 한 출국수요는 44만5,000명으로 75.9%가 감소했다. 97년 9월부터 시작된 패키지 여행사들의 부도는 98년에도 계속됐다. 특히 자금력이 떨어지는 6월과 8월의 대란설이 돌면서 실제로 많은 여행사들이 상반기 중에 문을 닫았다.

이 밖에도 항공사의 오락가락 가격정책과 온라인, 우체국 등을 통한 직판강화로 여행사들의 입지가 좁아진데다가 기획여행신고제도의 실시로 자금력을 갖춘 대형여행사와 중소 여행사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됐다.

5. 기획여행업 실시

영업보증보험 5억원을 들어야 신문에 광고를 내고 패키지 상품 판매가 가능한 기획여행신고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됐으며 3월에는 전국기획여행업협회가 출범했다.

12월초까지 60여개의 일반, 국외여행업체가 동참했지만 신고 업체들의 원성을 살 정도로 미신고 업체의 광고가 여전히 횡행하는 등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KATA 등 업계에서는 수차례 영업보증금 5억원이 지나치게 많다며 여행업체의 규모에 비례하는 체증식 구조로 변경하거나 보증금액을 하향조정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6. 최고 히트상품은 ‘방-파 299’

봄 비수기에 접어들자 방콕-파타야 4박5일에 29만9,000원이라는 초저가 상품이 등장해 덤핑 상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단발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모 여행사에서는 하루에 170명을 모객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자 19만9,000원 상품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얼어붙은 해외여행 패키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결국 여행사는 항공수수료를 포기하고, 랜드는 지상비를 포기하면서 쇼핑과 옵션에 의존하는 관행이 더 심각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또 쇼핑이 안 될 경우 가이드가 손님들을 외면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내부적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컸지만 초저가 관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7. 금강산 관광, 한을 풀다

11월 18일 금강산호가 관광객 880명을 포함한 1,400여명을 태우고 북한땅으로 첫 출항했다. 대리점과 상품가격 결정 등에 진통을 겪은 끝에 첫 출항을 개시했지만 영업 이익을 노렸던 여행사들은 현대의 자사 이기주의에 속을 태웠다.

연평균 1억5,000만달러를 북한에 지불해야 했던 현대는 모객이 저조하자 요금을 내리고 대리점 수를 늘리는 등 고육지책을 동원했지만 신청절차가 복잡하고 추첨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예약절차에다가 날씨까지 갑자기 쌀쌀해져 기대치에 미치치 못했다.

8. TC자격제 전면 실시

12월1일부터 자격증이 없는 TC는 팀을 인솔할 수 없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문화체육부 관광국은 국외여행인솔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TC자격증이 필요하며 이를 교부받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정식승인교육을 수료해야 한다고 확정고지했다.

여행업계 경력 2년 이상이면 15시간 소양교육을 받아야 하고 경력이 없는 관광관련학과 졸업생이나 졸업예정자, 6개월 이상 2년 미만 경력자는 384시간 양성교육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교육비용과 시간부족 등의 문제로 여행사들은 반발하는 입장을 보였다. 12월까지의 유예기간이 끝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행사들로 인해 자격증을 소유한 TC에 대한 때 아닌 구인열풍이 불기도 했다.

9. 외국항공사, 관광청 대거 철수

한국의 경제위기로 외국항공사와 관광청의 철수가 잇따랐다. 컨티넨탈 마이크로네시아, 터키항공이 97년 말부터 운행 중단에 들어갔고 에어 뉴질랜드, 안셋 호주항공, 콴타스호주항공 등 대양주 항공사들과 영국항공, 스위스항공 등 유럽항공사들도 운행을 중단했다.

이 밖에도 가루다인도네시아, 인도항공, 바스피브라질 항공 등이 서울 운항 노선을 폐쇄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운휴와 감편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때문에 여름 성수기에는 좌석공급 부족으로 여행사들은 어렵게 모객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필리핀, 영국, 타히티 등 외국관광청들도 상반기 중에 문을 닫았다.

10. 한국관광협회 중앙회로 승격

한국관광협회가 관광업계의 여러 협회를 아우르는 중앙회로 승격했다. 3월23일 문화관광부는 관광협회 승격을 위한 정관을 승인하고 5월 총회를 통해 이를 선포했다.

이에 한국관광호텔협회, 카지노협회 등 타 협회들이 중앙회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뿔뿔이 흩어진 업종별 협회를 다시 모으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일부 협회와는 지금까지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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