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여행사가 지난달에 돌아온 최종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 된 뒤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팀별로 다른 회사에 넘겨주는 방안 등을 포함하여 회사의 정리방안을 놓고 여러 갈래로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심각한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여행업체 중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건실한 업체로서 그 동안 우리여행업계의 발전을 위하여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코오롱 여행사가 하루 아침에 그런 참담한 모습으로 바뀔 줄이야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코오롱 여행사는 지난 월드컵 때 휘장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경영난을 부채질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15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휘장사업에 5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거의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하니 무리한 경영이 회사의 파탄을 자초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러한 위기상황은 비단 어느 특정업체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 우리 회사는 잘 되어가고 있는데 설마 한들 그런일이야 당하겠느냐고 방심한다면 그 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말도 있다. 남의 산에 박혀있는 돌은 눈에 잘 들어 오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이나 조직 또는 개인이 위기에 처했다면 왜 위기를 맞게 되었으며 그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내가 만약 그런 위기에 처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위기관리와 관련하여 종종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생명을 잃었다면, 그 소식을 듣는 순간에는 비명에 목숨을 잃은 친구에 대한 동정심이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친구의 처지가 되지 않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정서적인 쾌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경쟁기업이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곧 자신의 교훈으로 삼아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단지 자신이 불행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안일한 카타르시스에 빠진다면 그 기업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실패학(失敗學)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남이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하여 실패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번의 “코오롱 사태”야말로 우리 여행업계에 실패학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위기를 당한 경우 간과하기 쉬운 점 하나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이다.

어느 기업치고 국민의 성원 없이 성장할 수 기업은 없는 만큼 위기에 처한 바로 그 시점에서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상황을 알려 국민들의 염려를 덜게 하는 것은 기업인의 기초 윤리에 속한다. 사전에 준비된(proactive) 메시지가 있을 때 허둥대지 않고 차분하게 전략을 수립할 수가 있게 된다.

오늘날 국내외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각종 최첨단 기술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 닥치는 바람과 밀려드는 험한 파고(波高)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 새로운 정보 입수와 함께 위기상황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지구상 어느 곳에도 영원한 일류회사, 영원한 일등 국가는 있을 수 없다. 오직 위기에 강한 회사와 기업만이 살아 남을 뿐이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 kyonghae@comm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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