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수첩이나 명합첩을 뒤적이다 보면 기억의 한켠이 꿈틀거릴 때가 있다.
‘어... 분명 뭔가 있었는데...’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오래전 떠들썩했던 사건들을 떠올린다. 황급히 전화연결을 해 보지만 오래 잊고 있던 사안일수록 무산, 취소, 무기한 연기 등 황망한 대답을 듣기 일쑤다.

여행업계에는 유난히 ‘부도수표’가 많다. 작게는 팸투어 때 공모된 연합상품 출시건부터 지사설립, 컨소시움, 합병 등이 발표 후 조용히 사그라든다. 물론 이유도 각양각색. 갑작스런 자금난이나 예상치를 밑돌았던 시장상황 등 속내를 듣다보면 오히려 마음고생 심했을 상대방이 안쓰러워진다.

그럼에도 ‘부도수표’라고 과감히 말하는 것은 되풀이되는 성급함과 멀리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안목 때문이다. 최근(?) 사건 중 가장 압권은 양국적항공사의 ‘온라인 여행사 설립’건이 아닐까.

세계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지난해 1월 양국적사는 ‘국내 중소여행사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협력관계 구축 조인식을 가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가칭 ‘에어라인 포탈’이었다.

1년6개월이 훨씬 넘은 지금 양국적사 모두 ‘연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조심스런 대답뿐이다. 한 관계자는 “9.11 테러로 인해 양항공사 모두 투자에 조심스러워 진 듯하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키도 했지만 당초 에어라인 포탈 설립의 이유였던 ‘중소여행사 보호’는 ‘투자’가 아닌 ‘당위’가 아니었던가.

하긴 조그만 개인 여행사도 아닌 덩치큰 국적사가, 그것도 하나가 아닌 양국적사의 부도수표니 기억한들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다만 유행처럼 지나갔던 당시의 공약(空約)만이 아쉬울 뿐.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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