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바다 빛 … 휴식

발리를 처음 찾은 관광객은 해변을 보고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옥의 티’라고 해야하나? 빛깔 고운 파란 바다를 상상한 관광객에게 사실 발리의 바다 빛은 흡족하지 못할 수 있다. 발리의 바다 빛은 달력이나 잡지에서 보아 온 크리스탈 블루의 짙푸름과는 거리가 있다.

머리 속에 그려 온 바다를 마주하고 허니문을 보내고 싶다면 발리 인근의 렘봉안 섬이 제격이다. 렘봉안은 발리와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바다 빛은 다른 나라를 연상케 할 정도로 눈이 부시다.

항공편이 없는 탓에 발리에서 렘봉안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쾌속선을 이용한다. 항해는 배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빵과 음료를 즐기며 1시간30분 가량 소요되는데 날씨만 나쁘지 않다면 가볍게 흔들리는 배의 출렁임에 스르르 잠이 들만큼 여유롭다.

투명한 파라다이스

나른한 기분에 빠져 있을 즈음 렘봉안 섬이 보이기 시작하면 ‘아,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바다 빛이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보물섬에라도 도착한 듯 뿌듯한 마음으로 해변에 내려서 주위를 돌아보면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파란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져 세상이 온통 푸른 빛으로 가득 채워지는 듯하다. 발리를 찾은 관광객이 하루 일정으로 선택관광을 나와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갈 만큼 렘봉안의 바다는 투명하다.

렘봉안의 바닷가 한편에는 자그마한 절벽이 있고 그 절벽 위로 누사 렘봉안 리조트가 세워져 있다. 때묻지 않는 바다를 닮은 렘봉안 리조트의 첫 느낌은 순수다. 해변과 바로 연결되게 놓여진 돌계단을 오르면 로비와 풀장이 펼쳐지고 그 뒷편으로 바다를 내려보며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리조트 자체가 절벽 위에 세워진 탓에 렘봉안 리조트는 세상에서 한발 떨어진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갖는다. 우선 렘봉안 리조트의 수영장은 마치 낭떠러지에 세워 놓은 것처럼 아찔하다. 바다와 접한 절벽 끝에 수영장을 설계한 탓에 목까지 올라오는 풀장에 들어가면 수영장 너머 바다가 연이어 펼쳐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대형 호텔 수영장에 익숙해 온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다소 작은 듯 싶기도 하겠지만, 리조트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리는 해변과 리조트 중간에 있는 워터 슬라이드와 식당을 갖춘 수영장에서 느긋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느긋이 바라보고 쉬는 여행

풀장 주변에는 여느 리조트와 마찬가지로 파라솔이 펼쳐져 있지만 느낌만은 크게 다르다. 수영장을 바라보거나 백사장에 놓여 있는 파라솔과 달리 렘봉안의 파라솔은 한결같이 바다를 내려볼 수 있게 돼 있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보면 더 멀리 더 많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상에서 벗어난 완벽한 휴식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렘봉안 리조트의 가장 큰 미덕. 렘봉안은 함께 어울려 노는 리조트라기 보다 느긋이 바라보고 쉬는 리조트다. 때문에 렘봉안 리조트에서는 요란스러운 웃음소리가 흘러 넘치지 않고 왁자한 소란스러움이 없다.

단독 빌라 형태로 지어진 리조트 객실도 전체적으로 은은한 조명 아래 차분히 정리돼 있다. 분위기 있게 꾸며진 킹사이즈의 침대를 중심으로 벽면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소파, 흔들의자 등이 잘 배치돼 있다. 객실 뒷편으로는 욕실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는 데 통유리로 마감을 해 노천 온천의 분위기를 살린 욕조를 사이에 두고 샤워부스와 화장실이 마주보도록 위치해 있다.

화려함보다는 자연친화적으로 꾸며진 램봉안의 빌라는 TV는 물론 요새 유행하는 전용풀장도 없고 바다가 탁 트여 보이지도 않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렘봉안의 모든 빌라는 저마다 널찍한 전용 발코니에 벤치와 티 테이블을 꾸며 놓아 파도 소리를 벗삼아 책을 읽거나 밤하늘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파도 소리가 단조롭다면 객실에 최신 오디오가 설치돼 있으므로 사전에 음악 CD를 챙겨 가도 운치 있는 저녁을 보낼 수 있다.

촛불, 파도소리 … 저녁 만찬

렘봉안에는 한국 신혼부부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도 준비돼 있다. 해 질 무렵 렘봉안의 바닷가 절벽에는 20개의 촛불로 한껏 분위기를 낸 둘만의 캔들 라이트 디너가 차려진다. 세상 어느 고급 레스토랑보다 훌륭한 전망을 갖춘 야외 테라스에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를 밝힌 초보다 훨씬 많은 별들이 머리 위를 비추면 둘만의 저녁 만찬은 더 없이 근사하게 무르익는다.

식사는 에피타이저와 샤베트, 연어 스테이크를 비롯해 아이스크림까지 5가지 코스가 격식을 갖춰 나오며 2명의 종업원이 전담으로 지켜서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캔들 라이트 디너를 더욱 성공적으로 즐기는 방법은 해지는 시간을 확인해 30분 정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해지는 시간에 정확히 맞추면 금새 어두워져 감동하는 신부의 모습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렘봉안은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엔 최적의 장소지만 그만큼 리조트 주변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 때문에 한국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심심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하므로 자신의 스타일을 잘 생각해 보고 1박 정도만 머무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하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윈트래블 02-774-0508

[인터뷰] 발리 한국어 가이드 꼬망 스와르사나

‘안녕 하세요?’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1년 반이라는 꼬망 스와르사나(Komang Suarsana)씨는 발리에 거주하는 한국어 가이드. 짧은 시간 익힌 것임에도 꼬망씨의 한국어 실력이 어색하지 않다. 한국인이 가이드를 하지 못하는 탓에 발리 가이드 사이에는 한국어 학습 열기가 대단하다.

꼬망씨는 “숫자로만 따지면 일본인 관광객이 훨씬 많지만 그만큼 일본어 가이드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배우기 어려운 한국어 가이드가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다”며 한국어 가이드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름처럼 웃는 얼굴도 순수한 꼬망 씨는 아직 결혼 전의 총각이지만 신혼부부들을 많이 인솔한 탓에 신혼여행에 있어서 만은 전문가. 발리가 주 근무지지만 렘봉안 리조트에 투숙하는 손님들을 인솔하고 체크인과 시설 이용법, 캔들 라이트 디너 예약 등을 처리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허니문 일정에 포함돼 있는 바나나 보트나 스노쿨링 예약도 그의 몫이다. 렘봉안에 같이 머물지는 않지만 체크인 후 필요한 사항을 말하면 사람 좋은 웃음과 친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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