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악재가 겹쳐 도심공항터미널이 운영상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항공사들은 입주를 꺼리고 있고 그나마 입주해있던 항공사들도 철수하고 있다. 공항이용료 감면혜택까지 줄어들어 이용객들의 외면은 더욱 커졌고 이용객 감소에 따라 항공사들도 도심공항터미널 입주에 대해 더욱 큰 회의감을 품고 있다.

속속 늘어나지만

지난 1990년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이 최초로 들어선 이후 10여년간 지속돼온 단일 운영체제는 최근 들어 복수 도심공항터미널 체제로 변화됐다.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계기로 지난해 5월부터 김포공항 옛 국제선 2청사에 두 번째 도심공항터미널이 들어선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도 제3의 도심공항터미널이 마련돼 현재 총 3개의 도심공항터미널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해당 지역 내에 지방 도심공항터미널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지방에도 도심공항터미널이 신설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5월 인천시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에 가칭 ‘인천공항터미널’을 건설키로 하고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으며, 경기관광공사 또한 지난 7월14일 경기도 지역 주민들의 공항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도심공항터미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점점 외면받는…

인천공항 이용객의 분산과 지역경제 발전을 목표로 새로운 도심공항터미널이 속속 들어서고 신규 건설도 적극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미 들어선 3개 터미널의 운영실적은 당초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어 관련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제2의 도심공항터미널로 들어선 김포공항 도심공항터미널의 경우 현재 하루 이용객은 대략 400명선에 그치고 있다. 리무진 버스 이용객을 제외하고 김포터미널에서 탑승수속을 밟은 순수 수요만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5월 오픈 이후 지난 7월까지 15개월 동안 총 14만4,660명이 이용해 하루평균 320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당초 건설교통부가 교통개발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해 예상한 3,183명의 10%에 불과한 수치다. 또한 운영주체인 한국도심공항터미널(주) 김포지점 측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손익분기선인 하루평균 1,500명 수준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적이다.

올해 2월23일부터 제3의 도심공항터미널로 본격 운영에 돌입한 센트럴시티 도심공항터미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번달로 운영 6개월을 맞이하지만 오픈 당시의 저조한 이용률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센트럴시티 도심공항터미널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하루평균 이용객 수는 약 100명 정도로 초기 60명 선에서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최소목표치로 삼고 있는 300명 선에는 크게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개별 여행객을 중심으로 활발한 이용이 이뤄졌던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 역시 연이은 신규 도심공항터미널의 등장과 지난해 미국 9·11 테러사건 등의 악재로 이용객 수는 급격한 하락추세로 접어들었다.

원인은 있다

도심공항터미널 관계자들이 분석하고 있는 저조한 이용실적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지난해 미국 9·11 테러사건이 도심공항터미널 추락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테러사건 이후 전세계적으로 강화된 보안체계로 공항 이외의 시설을 통한 탑승수속이 금지되거나 폐지됐기 때문. 이에 따라 기존에 입주해 있던 항공사들이 일시에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철수했고, 항공사 신규 유치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의 경우 미국 테러사건 이후 캐세이패시픽항공이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철수했으며, 전일본항공도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다. 현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싱가포르항공의 탑승수속이 가능한 상태지만 싱가포르항공의 경우 미주노선은 불가능하다. 외항사의 철수로 그만큼 서비스 폭이 좁아진 셈이다.

테러사건의 여파로 김포도심공항터미널과 센트럴시티 도심공항터미널의 신규 항공사 유치작업에도 전혀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포 터미널의 경우 현재 양 국적기의 탑승수속만 가능한 상태며, 센트럴시티 터미널은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에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도심공항터미널(주) 김포지점 이종호 지점장은 “국적기 이외에 외항사를 유치하는 게 절실하지만 테러사건 이후 입주해있던 항공사마저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규 유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테러사건 이외에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3월15일부터는 도심공항터미널에 적용됐던 공항이용료 50% 감면혜택이 30%로 축소됐으며, 오는 2004년 5월 이후에는 아예 폐지하기로 결정됐다. 도심공항 이용의 주요 혜택 중 하나였던 비용절감 폭이 대폭 줄어들어 이용객의 외면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K여행사 관계자는 “종전에는 소규모 단체를 중심으로 김포 터미널을 자주 이용했지만 감면혜택이 줄어든 이후에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별다른 매력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손님들 대부분이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입주 항공사의 철수와 감면혜택 축소로 이용객이 줄어들고, 이용객 감소에 따라 항공사 또한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입주를 꺼리고 있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도심공항터미널 살리기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설교통부는 지난 6월 교통개발연구원에 ‘도심공항터미널의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송청호 연구원은 “크게 4가지 부문에 초점을 맞춰 도심공항터미널이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공익적인 시설인 만큼 좀 더 폭 넓고 장기적인 시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가지 부문은 ▲항공법상의 문제 ▲터미널 운영상의 문제 ▲리무진 버스 서비스상의 문제 ▲인천공항 외부시설로서의 기능강화 측면이다.

각 부문별로 살펴보면 항공법상 도심공항터미널은 엄연한 공항시설이면서도 현재 ‘공항구역외 시설’로 지정돼 있어 충분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측은 테러사건 이후 도심공항터미널을 통한 출국수속이 보안상 문제가 있다고 금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도심공항터미널은 이중보안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인천공항까지의 거리가 장거리가 아닌데도 리무진 버스의 좌석수를 27인석 이하로 제한해 각종 재정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인천공항 외부시설로서의 기능강화 측면과 관련해서 송 연구원은 “인천공항의 연간 적정 여객처리량은 2,700만명으로 현재 2,000만명 수준에까지 도달했으며 2005년이면 2,700만명 수준을 돌파해 포화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인천공항을 보완하는 시설로서 도심공항터미널의 기능을 보강할 필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오는 11월까지 도심공항터미널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정책적 건의를 도출해낼 계획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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