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투어시스템의 지창국 차장에 의하면 여행사 수배 담당자들의 애칭은 ‘오리’다. 유유자적 수면을 누비지만 항상 물밑으로 발을 바둥거려야 하는 수배담당자들을 비유한 것.

그렇다면 지 자창은 유황오리, 아니 대왕 오리쯤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 처절한 몸놀림을 10년 이상 해 왔으니 한 발로도 헤엄을 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알다시피 이 바닥이 또 그렇지가 않다.

“지금이야 다른 여행사 수배담당자들도 연배가 비슷하고 주로 만나는 호텔 지배인들도 나이차이가 많지 않지만 호텔쪽 사람들이 자주 바뀌고 점점 더 어려진다”고 토로한다.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상황은 부담이 된다.

단순히 나이가 많고 적음에서 발생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문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박탈감과 정체감의 문제다. 영세한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3말4초에 접어든 한참 일할 나이의 실무자들에게 적절한 기회와 더 높은 단계를 위한 성취욕을 북돋아 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그에게 가장 피부로 와 닿는 문제이자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듣다 보니 꽤 심각한 이야기들인데 항상 싱글벙글, 낙천적인 그는 이런 얘기를 우울하지 않게 풀어낸다. 놀면서 놀지 않아야 하는 수배담당자들의 생존전략이 몸에 밴 것처럼 자연스럽다.

워낙 운동과 다양한 종류의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그런 ‘활동’을 통해 맺은 업계의 혈맹들도 꽤 된다. 그러니 ‘노는 것’이 ‘노는 것’이 아니요, ‘자유’가 ‘자유’가 아니지만, 때로는 그 반대로 ‘일’이 ‘일’이 아닐때도 있다.

지 차장은 롯데관광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고 잠시 호텔로 옮겨 ‘탈’ 오리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혈맹’의 정에 이끌려 다시 연못 속으로 몸을 던진 상태다.

그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마지막 여행사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달에 1,500여명의 수배를 혼자서 하다보니 물갈퀴에 모터라도 달아야 할 지경이지만 업계에서는 손꼽히는 상위 연봉자의 능력이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