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노을속 평화로운 쉼터

생기기 비치 호텔(Senggigi Beach Hotel)은 풋풋한 시골 아가씨를 닮았다. 객실 내부도 최신 현대식 설비보다는 롬복의 자연에 가깝게 꾸며져 있으며 작은 발코니는 대지와 호흡하기 쉽도록 조촐하다.

생기기 비치 호텔은 잠자리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롬복의 평화스러움과 매력을 느끼기 원하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숙소다. 그렇다고 호텔 시설이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아무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도록 3개의 식당과 만다라 스파, 수영장 등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괜히 주눅 들 필요 없이 마음 편히 머물기에 적당하다. 화려함보다 편안함의 미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생기기 비치의 미덕이다.

둘이 머물기에 적당한 크기의 객실 중앙에는 킹 사이즈 침대가 놓여 있고 화장대와 TV, 둘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티 테이블이 있다. 객실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화장실과 샤워실이 분리된 욕실이 있으며 조만간 욕조도 들어설 예정이다. 객실 밖으로는 자그마한 발코니가 있어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다.

호텔 이름 그대로 생기기 해변을 접하고 있는 생기기 비치 호텔은 해변과 객실 사이에 만들어진 연못처럼 커다란 정원을 끼고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해변과 정원이 잘 조화를 이룬 모습이 어스름한 저녁이나 새벽에는 운치를 더한다.

외부에서 본 객실 모습은 하나의 지붕아래 두 개의 객실이 등을 맞대고 있는 방갈로 형태로 개인 빌라처럼 독립적인 공간은 덜하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생기기 해변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노을 속 다채로운 풍경 즐기기

생기기 비치는 롬복에서도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변으로 저녁이면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관객이 해변 카페에 몰려든다. 적당한 파라솔에 자리 잡고 간단한 음료를 시킨 뒤 찬찬히 지는 석양을 음미하는 것도 생기기의 추억을 남기는 좋은 방법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발리의 아궁산이 노을에 붉게 물드는 신비한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다.

저녁 무렵 노을과 이를 감상하려는 관광객 사이에 벌어지는 재미난 모습도 생기기 비치의 명물이라 할 수 있다.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해변가에는 노을을 감상하는 관광객 앞으로 현지 주민들의 호객행위가 벌어진다.

호객행위라고 말을 걸거나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지고 온 기념품을 손에 들고 해변가에 나란히 늘어서는 것이 전부다. 축구에서 프리킥을 방어하는 수비수들처럼 길게 늘어선 현지인들의 모습이 단조로운 석양과 어울려 진풍경을 이룬다.

생기기 비치 호텔은 또 롬복의 이태원이라 할 수 있는 생기기 거리와도 인접해 있어 저녁에도 심심하지가 않다. 디스코 클럽과 중식당, 롬복 유일의 한식당 등이 늘어서 있는 생기기 거리는 롬복에서 가장 활기찬 곳 중 하나다.

저녁이면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생기기의 나이트 클럽에서 흥겨운 춤판이 벌어지고 거리에서는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즐기거나 산책 나온 외국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카페도 곳곳에 있어 이메일을 보내거나 확인할 수도 있다.

만다라 스파로 스트레스를 말끔히

생기기 비치 호텔에 머무는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다라 스파를 이용해 보는 것도 신혼부부에겐 권할 만하다. 스파를 우리말로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각종 마사지와 방향요법(아로마테라피) 등을 포괄한 미용 및 건강요법으로 최근 들어 동남아시아의 주요 리조트 등에서 그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호텔 내에 위치한 만다라 스파에 들어서면 각종 향과 꽃 냄새, 차분한 음악 등이 먼저 느긋하게 온 몸을 감싼다. 신혼부부는 같은 방에서 동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발 맛사지부터 얼굴 맛사지, 전신 맛사지 등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종류에 따라 두 명 요금이 39달러에서 162달러까지 다양하다. 만다라 스파내에 한국어가 적힌 안내문이 있으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윈 트래블 02-774-0580

신세대 휴양지 롬복이 뜬다

내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맹세한 그대와의 첫날. 세상 모든 예비 부부들은 꿀처럼 달콤한 시간을 머리 속에 그리며 여행지 선정에 골몰한다. 하지만 정작 선택하는 여행지는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산과 일정, 교통편 등을 따지다 보면 역시 기존에 잘 나간다는 여행 상품이 그 나름대로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으로는 누구나 나만의 허니문을 만들고 싶은 바램이 있기 마련이다. 사방에서 한국어가 범람하는 허니문이 아닌 정말 외국에 왔다는 느낌이 드는 식상하지 않은 허니문이야말로 새로운 출발이라는 허니문의 컨셉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신혼여행 상품도 뜨고 지는 유명 스타처럼 일종의 유행이 있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곳도 있다. 롬복은 이제 막 앨범 판매 차트에 진입한 전도 양양한 예비 스타와 같은 곳이다.

발리에서 비행기로 30분 가량 떨어진 롬복은 한국의 허니무너에겐 아직 낯선 여행지. 발리에서 출발할 경우 비행기뿐만 아니라 배로도 연결되고 서울에서는 싱가포르를 거쳐 실크에어를 이용하거나 자카르타에서 국내선을 갈아타고 갈 수 있다.

그동안 발리의 명성에 눌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발리를 잘 아는 사람들은 롬복에서 10년 전, 20년 전 발리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흔히들 롬복을‘제2의 발리’라고 하지만 이는 지금의 발리가 아닌 20년 전 사람의 손 때가 덜 탄 순결한 발리와 비슷하다고 해석하는 편이 정확하다.

롬복은 지금의 발리에서는 접할 수 없는 원시적 매력이 있다. 롬복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시도모라 불리는 재미난 모양의 마차들을 볼 수 있다. 이 곳의 대중 교통 수단이기도 한 시도모는 비록 말이 끄는 마차지만 룸 미러는 물론이고 백미러와 경적 등 웬만한 보조도구는 다 갖추고 있어 롬복의 자동차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관광객을 태울 경우에는 현지인에 비해 10배 이상 가격이 뛰지만(특히 호텔 앞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는 시도모는 부르는 가격이 비싸다) 그래도 협상만 잘하면 2만 루피 정도로 생기기 거리를 둘러볼 수 있다.

게다가 아직은 발리 만큼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 아니어서 해변이나 거리 풍경도 한결 여유롭다. 동남아시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투명한 바다와 시설 좋은 리조트가 있고 복잡하지도 않은 롬복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허니문 여행지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다.

*롬복 공항에 도착하면 짐꾼들이 가방을 날라주겠다고 몰려드는데 그만큼 팁을 줘야 하므로 원치 않으면(짐 찾는 장소에서 현지 가이드가 마중나오는 장소까지는 1분이면 충분하다) 수화물표를 손에 쥐고 있으면 된다. 수화물표는 지니고 있다가 짐이 나온 뒤 공항을 벗어날 때 공항 직원에게 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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