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부터 불붙은 전세기 운항 경쟁이 올가을과 겨울 여행시장에도 뚜렷한 하나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여름 성수기간에도 대형 여행사들은 “올 여름처럼 전세기 운항 경쟁에 불이 붙었던 적은 없었다”며 신문 광고 크기를 둘러싸고 한바탕 신경전을 펼친 바 있었고 올 가을에도 주요 허니문 시장인 태국 푸켓에 이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인도네시아의 발리까지도 전세기 직항편 운항이 결정돼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세기 운항 경쟁은 올 겨울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발리와 푸켓은 이미 내년 2월까지 운항될 예정. 지난 겨울 운항 경험이 있는 태국의 치앙마이에 양 국적항공사가 모두 전세기를 띄울 것이란 사실과 한 항공사만 들어가고 있던 코타키나발루와 푸켓 등에도 여러 항공사가 뛰어들 것이란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거기에 겨울이면 더욱 강세를 보이는 호주, 뉴질랜드 지역과 중국 해남도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어 ‘소문’대로 라면 전세기 운항 경쟁은 사상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운항지역 휴양지 집중 특이

예상을 뛰어넘는 전세기 운항 규모를 둘러싸고 업계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시장 규모를 키우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선 바람직하다’는 긍정론과 ‘결국 지나친 과열 경쟁으로 인해 제살깍기가 될 것’이라는 부정론 반반이다.

특히 이번 동남아 전세 항공편 운항 목적지가 기존에 인기 있던 방콕, 마닐라 등이 아니라 휴양 여행지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곳이란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고전적인 방콕-파타야 3박5일처럼 관광을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성격과 등급의 리조트와 일정으로 상품을 구성해 허니무너는 물론 일반 여행객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발리 단독 직항편 운항을 결정한 하나투어는 허니무너들을 위해선 8가지 리조트를 기반으로 한 품격있는 상품을, 일반 여행객을 위해서도 다양한 가격대로 5가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세기 운항을 계기로 “이미 대세로 인정받고 있는 리조트 휴양 여행 패턴이 허니문 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에도 뿌리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전세편 운항에 뛰어든 하나투어 관계자도 “여행 패턴의 변화를 주도하고 변화된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고 전세기 운항 목적을 밝혔다.

모 여행사 동남아 팀장도 “여행 시장이 변화하는 추이에 있어 과도기인 지금,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2~3년의 과도기를 어떻게 공략하고 이끌어 가느냐가 결국은 향후 여행 시장에 있어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 여행시장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도 전세기 운항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이용의 대중화로 패키지 여행객들의 상당수가 개별 여행객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사가 변화에 적응하고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선 다소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전세기 운항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최대 여행사 JTB의 성장도 다양한 지역으로의 전세기 운항이 크게 한몫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올 여름에도 이미 여행 경험이 있는 젊은 층 가운데서 상당수가 항공사의 홈페이지 등으로 항공권만 예약하고 현지 숙박 등은 오히려 인터넷이나 호텔 예약 사무소 등을 이용해 직접 예약하고 떠나는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패키지에 강한 여행사들이 시장 장악과 변화 적응을 위해선 전세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정규편만으로는 여행사에 공급되는 가격도 좌석 규모도 경쟁력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경기 불투명 걸림돌

거시적인 관점으로는 긍정론이 우세하지만 당장 현실적인 면에서는 위험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일단 올 가을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시안 게임과 대통령 선거과 같은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국가적인 큰 행사는 차치하고 최근 주식 시장의 악화와 물난리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이 당분간 여행 소비 심리를 억제할 것이란 점이다.

일정정도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과당경쟁이 어김없이 뒤따라온다. 이제는 한 지역 내에서 항공사간, 여행사간의 경쟁이 아니라 정규 편과 전세기 편간의 경쟁, 지역과 지역간의 경쟁 등으로 인해 일부가 아닌 전체 여행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동남아 지역에는 전세항공편 외에도 태국과 발리 등에 정규 항공기의 증편도 이어지고 있다. 발리에는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 기존의 자카르타 경유편 운항에서 인천공항 출국시 바로 발리에 닿을 수 있는 직항편을 이달 중순부터 주 3회 운항키로 했고 에어 파라다이스의 인천-발리간 직항편 취항도 오는 12월로 내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요 공급이 맞지 않으면 9월처럼 마닐라, 방콕 199상품이 시장을 지배하는 등 과당 덤핑 경쟁이 지역별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항공사들의 경쟁과 욕심이 여행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상반기 전세기 운항에 있어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대한항공이 하반기 들어 지역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경쟁사를 의식한 것과 신구 항공기 교체 과정에 있어 구형 항공기의 반납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편 운항으로 운휴 항공기를 발생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만 11대의 항공기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교체하는 시점에서 기존 항공기를 돌려주는 일이 최대 6개월까지 지연되기도 해 예상보다 운항할 수 있는 항공편이 더 남아있는 것이 대한항공 관계자들로부터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는 수요가 없는 일부 국내선을 줄이고 전세편 운항으로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객관적 평가 아직 이르다

올 하반기 여행사의 전세기 운항에 더욱 관심을 쏟게 되는 것은 하나투어 때문이다. 푸켓, 코타키나발루에 이어 발리 단독 직항편 운항까지 발표한 하나투어의 경우 그 가능성은 이미 예견돼 왔지만 같은 지역에 대해 같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직항편을 운항하게 되기는 처음이다. 잘되면 그야말로 ‘대박’이지만 못되면 왠만한 회사로서는 파산할 ‘위험’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외에도 전세기 행사 등에 강세를 가져온 롯데를 비롯해 현대드림투어, 국일여행사, 오케이투어 등이 이미 전세기 운항에 동참하거나 동참할 계획이다.

이것이 과열 경쟁이냐, 여행사의 새로운 영업 및 상품 개발 모델이냐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공급이 지나친 것 아니냐’고는 해도, 9월 여행 경기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추석 연휴가 지난 후에도 시장상황이 계속 비관적으로 전개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전세기 운항의 긍정론이 힘을 얻기 위해선 여행사의 개별적인 노력 뿐만 아니라 항공사와 관광청, 중소 여행사 등 관련업계의 적극적인 지원도 함께 뒤따라 줘야 한다는 점이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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