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과 2002 부산 아시아 경기대회 등 잇다른 국제행사의 성공으로 국가적 이미지 쇄신은 물론 한국의 브랜드 가치 또한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에서는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관광당국은 월드컵 직후 발빠르게 ‘포스트 월드컵 대책 방안’을 발표하는 등 앞으로 관광산업에 힘을 불어 넣겠다는 의지를 전에 없이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눈길이 곱지 만은 않다. 정부의 ‘포스트 월드컵 대책 방안’ 발표와는 달리 그 이면에서는 오히려 관광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들이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규제 확대의 예는 관광호텔들의 외국인 숙박 객실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 철회다.<본보 10월3일자 1면> 지난 2000년도 한국방문의 해와 올해 월드컵 대회를 치루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호텔 영세율 제도가 관광산업 확대를 위해 지속되어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년도부터 폐지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난달 관광공사에서 열린 ‘인바운드 활성화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중국촵동남아, 일본, 구미 지역 세차례에 걸쳐 제출되었을 만큼 인바운드 여행사는 물론 각 호텔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세율 제도의 폐지는 곧바로 호텔 요금의 인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영세율 제도가 폐지될 경우 상품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관광객 유치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 확실하다며 현 시점에서 제도의 연장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월드컵’을 주장하는 정부에서 그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왜 굳이 시행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 섞인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 및 문화관광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 관련기관들은 이미 영세율 제도에 대한 지속 요청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역시 불투명한 상태이다. 조세 담당 부처인 재정경제부에서 타 업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에 대한 건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 김형환 사무관은 “올라온 건의 사항들이 검토중에 있기는 하지만 내년도 영세율 폐지는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폐지 문제가 확실한 것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외에 관광호텔에 부과되는 교통유발부담금 및 환경개선 부담금, 개발부담금에 대한 감면 혜택도 조만간 철회될 예정이다. ‘관광숙박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이들 사항들에 대해 호텔업계에서는 시효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유관부처의 반대로 지속 여부는 현재까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또한 아웃바운드와 관련한 출국부담금의 논란, 벤처대상에서의 관광부문 배제, 관련 산하기관 위축통합 문제 등 정부의 ‘포스트 월드컵’에 걸맞지 않는 상황들이 펼쳐지면서 업계에서는 ‘마치 88 올림픽 이후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는 우려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행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의 국제행사 성공 개최에 고무돼 관광산업을 위한 여러 활성화 대책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뒤에서는 오히려 목을 죄고 있는 형국”이라며 “근시안적인 관광행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정작 필요한 부분들은 규제를 하고 알맹이 없이 껍질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은 특성상 여러 부서에 걸쳐 있기 때문에 정책수립에 있어서 서로간 절대적인 협조관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내년도 시효만료되는 ‘호텔 영세율 제도’에 대해 문화관광부에서는 지속적인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질적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재정경제부에서는 조세 형평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허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광호텔들에 매겨지는 각종 부담금 부과 문제 또한 유관부처인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과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이에 대한 개선은 여전히 요원할 뿐이다.

업계 전문가는 관광에 대한 문제를 놓고 각 부처간 서로 동상이몽 하는 격이라며 발전적인 관광정책 수립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부처간 이기주의라고 꼬집고 있다. ‘관광’을 ‘관광’이 아닌 단지 부서 업무의 한 분야로만 인식한 나머지 유연성을 잃고 너무 원칙론에 입각한 관광행정을 펴고 있다고 이 전문가는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문화관광부에 대한 위상 제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기관 한 관계자는 “실제 관광 산업 자체가 여러 부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현 문화관광부의 관련정책비중을 제고한 일개부처 이상의 위상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관광부 관광국 관계자들도 “관관규제를 풀거나 제도 개선 등을 위해서는 여러 부처를 돌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며 “시간도 배로 걸릴뿐더러 업계와 타 부처에 치이다 보면 의지도 한풀 꺽이게 마련”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관광업계내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관광연구원 김상태 위원은 최근 본지 기고문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는 관광업계 내부에 존재한다며 앞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은 “1만여개가 넘는 관광사업체와 이의 수배에 달하는 유관사업체가 있으면서 이제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물론, 작금의 관광업계의 현안 사태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조차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제 100일도 안남은 대선은 이러한 단결의 정치력이 최고조로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라고 관광계 전반의 각성과 단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월드컵’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애써 찾아온 호기를 디딤돌로 만드는가, 그대로 묻어버리는가에 따라 관광산업의 미래가 엇갈릴 수도 있다. 정부의 혜안과 업계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