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여 진화를 두려워 마라”

여행사 수는 지난 해 10월과 비교할 때 최근 1년 사이 825개가 늘어난 8,154개에 달한다. 얼핏 굉장한 양적 성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외여행업 이상에 등록한 여행사의 증가는 239개뿐이며 70% 이상은 국내여행업에 의한 것이다. 여행업계의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회사원 권모씨(33세)는 최근 친구 2명과 사이판으로 여행을 다녀 왔다. 권씨와 친구들은 사이판으로 목적지를 정한 후 일간 신문의 여행사 광고를 참고로 시장 조사를 하고 본격적인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권씨는 “3명이 각자 항공과 호텔 정보를 검색하고 가장 저렴하고 조건이 좋은 곳을 찾아 항공과 호텔을 따로따로 예약했더니 사이판 하얏트 호텔에 묶으면서도 1인당 15만원 이상의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별여행이다 보니 가이드가 없었지만 불편함보다 자유스러움의 매력이 한결 컸다. 권씨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교통을 포함해 모든 것이 불안했지만 영어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큰 불편없이 여행을 즐겼다”며 “다음 번 해외여행이나 신혼여행도 지금과 같은 방식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자유 여행객의 증가와 이에 대한 여행사의 대처는 더 이상 원론적이거나 특별한 몇몇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환경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고 전반적인 소비자의 변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트렁크족의 휴양지 여행 길잡이를 자처하는 아쿠아(www.aq.co.kr)는 지난 6월 일부 지역별 여행정보를 유료화 했다. 저작권 개념조차 희미할 정도로 여행정보는 공개된 정보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여행정보의 유료화는 쉽지 않은 선택. 아쿠아는 1년간 모든 지역의 정보를 볼 수 있는 년간 회원권은 1만원, 푸켓이나 보라카이 등의 한 지역의 정보를 30일간 볼 수 있는 회원권은 1,500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정보라면 여행정보라도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프리첼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유료화 선언 이후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과 달리 4개월 사이에 가입한 1년 유료 회원이 지난1일 441명, 30일 회원은 1,750명을 헤아린다.

유료회원을 통한 수입도 이제 월 150만원 정도에 달한다. 여행정보 제공 사이트의 유료화 시도에 대한 주위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고 컨텐츠에 집중하는 사이트에 대한 시험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셈이다. 이같은 성공 배경에는 아쿠아가 주 대상으로 삼고 있는 트렁크족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쿠아가 말하는 트렁크족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장기간 여행을 할 수는 없지만 여행을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소비형태도 최대한의 절약만을 미덕으로 삼지 않는다.

여행시장 개편 가속화

소비자의 변화는 항공사의 직판 강화와 대형 패키지 여행사의 대리점 확대 등과 맞물리면서 전문 여행사나 패키지 여행사라는 확실한 특징이 없는 여행사의 입지를 예약만 대행하는 투어 데스크 수준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전화와 팩스만 달랑 놓은 여행사가 도처에 등장할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일본은 수배 업무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지 못하는 3종 여행사와 아무런 수배 업무 능력 없이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판매만을 담당하는 여행사 대리점이 전체 여행사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여행사의 입지가 위축되고 소규모화 되는 반면 한편에서는 전문 여행사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 사례를 속속 접하게 된다.

지난 해 9월1일 국외여행업에 등록한 후 이제 1년을 조금 넘긴 트레블 게릴라(www.travelg.co.kr)도 마찬가지다. 트레블 게릴라는 지난 7월과 8월에 1,700∼1,800명의 송객 실적을 기록했다. 만 1년도 되지 않은 여행사가 신문 광고도 없이 홈페이지 하나로 이만큼을 송객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그렇다고 트레블 게릴라의 시작이 처음부터 확신에 차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트래블 게릴라 김슬기 실장은 “처음엔 수익을 내지 못하면 문을 닫고 홈페이지는 동호회처럼 운영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까지 큰 무리없이 회사가 운영되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래블 게릴라는 단순한 여행사가 아니다. 항공권과 호텔 등을 판매하지만 한편에서는 외부 필진을 포함한 다수의 게릴라들이 동남아시아의 개별여행 정보를 취재하고 네티즌과 정보를 공유한다. 뚜렷한 차별화가 네티즌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전문 여행사의 등장도 계속되고 있다. 오는 7일 경 부터 4개 여행사가 태국 전문을 내세워 조선일보에 3단이나 5단 크기의 공동 광고를 실시하며 태국 전문 여행사로 입지 구축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문 여행사 시장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상품 공급자인 랜드 활약 증대

전문 여행사의 활성화와 함께 최근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랜드사의 역할이 한결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상품의 유통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주문 생산에 만족하던 랜드사들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능동적인 상품 공급자로 변신하고 있다.

랜드사 중에는 이미 전문여행사로의 변신을 감행한 곳도 심심치않게 등장하고 있으며 랜드 업무와 여행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곳도 상당수에 달한다. 또한 개별적인 영업을 넘어 여럿이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11월 중 사이트 오픈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는 랜드팩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랜드팩은 국외여행업을 마친 지역별 랜드사와 전문 여행사들이 지상과 항공을 묶어 상품을 만들고 홀세일 형태로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랜드팩이 기존 홀세일 업체에 비해 마진을 한 단계 줄일 수 있고 직영 업체의 품질도 확보할 수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10개국의 전문업체들이 참여해 결성한 아시아호텔예약센터(이하 AHR)도 눈길을 모으는 랜드사의 변신 형태 중 하나다. 랜드팩과 달리 호텔 객실 판매를 위주로 하는 AHR은 기존 예약센터와 달리 아시아권 호텔에서 제공하는 한국시장 요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향후 그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랜드사뿐이 아니다. 웹투어도 11월중으로 전문 여행사나 랜드사에서 올린 경쟁력 있는 호텔 정보와 요금을 자사의 웹사이트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중에 있다.

AHR을 주도하고 있는 황금깃털여행의 송기화 사장은 “처음 발리를 취급하기 시작한 91년도만 해도 일본 관광객들은 전형적인 깃발 부대의 모습이었으나 10년도 안돼 더 이상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며 “우리나라도 개별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저렴한 호텔을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판매망 확대로 소비자공략

물론, 랜드사의 연합이 무조건 시너즈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랜드사가 투자한 오프라인 홀세일 여행사의 출범으로 관심을 모았던 정품 여행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사실상의 영업이 중단된 사태다. 설립 당시 사장이었던 이창광 사장은 지난 9월 사임한 상태이며 사무실도 비어 있다. 정품여행의 중도하차에 대해 업계에서는 오프라인상의 여행사 설립을 위해 랜드사들의 초기 투자 비용이 지나치게 많았고 이해관계 조정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나 사무실의 공유가 아닌 단순히 ‘상품 공급 수단의 공유’ 형태를 취하는 최근 일련의 랜드사 연합은 큰 부담 없이 판매망을 다양화할 수 있어 기존 랜드사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 행태와 상관없이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가장 갈증을 느끼는 정보는 단순한 지역정보가 아니라 가장 저렴한 요금은 무엇이고 그 요금을 취급하는 사이트는 어디인가 하는 실질적인 부분이다. 실질 소비자에게는 노하우(Know How)가 아니라 노훼어(Know Where)가 중요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쿠아의 왕영호 사장은 “상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결국 하게 되는 질문은 어디서 예약을 할 수 있는 가”라며 “경쟁력 있은 요금을 가진 신뢰감과 브랜드를 갖춘 사이트가 등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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