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여행 이상필 부회장과 세방여행의 인연이 지난 13일로 40년을 채웠다. 고대 영문학과 선배인 고 오세중 회장의 눈에 띄어 입사 후 첫 월급 3,000원을 받은 이래 10년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한 것이다. 쉽지 않은 기록이기에 남다른 감회가 있을 법도 하지만 이 부회장은 40년 근속에 대해 “건강했다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소문난 애주가이기도 한 이 부회장은 여전히 건강하고 적극적이다. 아침 4시50분에 일어나 운동과 미사로 하루를 열고 19개의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모임에서 술을 마시게 될 것 같으면 아예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타고난 건강도 있지만 회사생활하면서 선배와 후배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회사일과 개인 시간을 철저히 구분한다. 퇴근 후 집으로 전화하는 직원은 사람 취급도 안하고 공항마중이나 세배도 절대 금물이다. 거꾸로 직원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바로 인정하고 풀지 질질 끌고 가질 않는다.

이 부회장은 다소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태권도 6단에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와 고대 태권도 사범을 거쳤으며 서예도 조예가 깊다. 글쓰기와 꼼꼼한 메모, 기록 정리 또한 남다르다. 그가 일년마다 교체하는 작은 수첩에는 그날 그날의 기록이 빼곡이 적혀 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과거 명함과 발령장 등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주소가 바뀌고 직책이 바뀌고 전화번호가 바뀌고 로고가 바뀔 때마다 모은 명함이 작은 명함 꽂이 하나가 넘는다. 이 부회장은 “이 많은 기록들은 세방을 그만큼 사랑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물론 이 부회장의 고집스런 40년에 전혀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이 전무이사로 있던 79년 여행사를 가지고 있는 그룹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고 옮길 결심까지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따끔한 충고를 듣고 마음을 돌렸다. “그렇게 큰 회사에서 스카우트하려는 걸 보니 많이 컸다. 하지만 사람이 혼자 크지는 못한다. 키워준 회사가 있고 선배와 사장이 있다”는 한마디에 이 부회장은 ‘일주일간의 바람’을 끝마치고 1987년 부사장, 1989년 사장을 거쳐 지난 97년부터 부회장으로 세방여행에 근무중이다.

스포츠맨 출신답게 이 부회장의 업무처리는 추진력이 있다. 95년 사장으로 근무할 때 이 부회장은 사장실에 전화 6대를 설치하고 고객 불만을 직접 처리했다. 사장이 나서면 그만큼 고객과의 대화도 원활했고 “금전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의 불만을 풀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젊은 직원들의 이직에 대해 여행업계에 특히 많은 것이 아니고 다른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그 보다는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이 드물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영업사원은 영업사원‘답게’ 일해야지 영업사원‘처럼’ 해서는 안되다”는 설명이다. 프로정신을 갖고 정말로 프로로 인정받는 사람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언젠가 회사를 떠날 때는 조용히 그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상 받는 것 싫어하고 인터뷰도 꺼리는 성격이지만 은퇴식만은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손 흔들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 2의 이상필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세방여행은 18일 저녁에 있을 창립 42주년 기념식에서 이 부회장의 4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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