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서쪽으로 130km, 현청 소재지인 고후시까지 철도와 고속도로로 1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야마나시현. 이곳은 일본의 상징 후지산을 비롯해 야츠가타케, 미나미 알프스 등 2000~3000m급의 많은 명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때문에 산골마을의 넉넉함과 함께 산들에 감싸인 듯한 푸근함은 야마나시 고유의 빛깔이다.

특히 오랜 옛날부터 일본인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온 후지산은 야마나시현의 어느 곳을 방문해도 그 중후함을 조망할 수 있다. 높이 3776m의 휴화산으로 아름다운 원추형의 우아한 자태를 지닌 후지산.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과 어우러지고 여름엔 생동감 넘치는 신록으로 넘쳐나는 산. 가을이면 짙은 단풍을 피워내고 겨울엔 산정과 완만한 능선 위에 눈의 망토를 걸쳐 눈부신 후지산은 야마나시를 굽어보고 있는 듯 신령스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후지산은 그 고고함으로 쉽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연중 후지산이 제 모습을 시원스레 드러내는 것은 50일 정도. 순간순간 구름으로 제 몸을 감춰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하지만 너무 성급해 할 필요는 없다. 야마나시현의 고원과 계곡, 호수를 둘러보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와인 양조장 견학과 보석 쇼핑 등을 느긋하게 즐기다보면 어느새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난 후지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빼곡한 침엽수림 속 유럽풍 정취

야츠가타케 고원은 야마나시현과 나가노현에 걸쳐져 있는 거대한 공원이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원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은 스위스의 풍경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할 만큼 목가적인 정취로 방문객을 현혹한다. 빼곡하게 들어선 침엽수림과 독특한 컨셉으로 꾸며진 많은 별장들, 드넓은 목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야츠가타케산을 뒤로 하면 전면에 후지산을 비롯한 유장한 산들의 흐름이 180° 파노라마를 이뤄 장관이다.

이러한 고원지대에 위치한 세이센료(www.keep.or.jp)는 총 250헥타르의 면적에 목장과 우유공장, 빵공장 등을 갖춘 종합 숙박시설이다. 미국인 폴 러쉬(Paul Rusch)가 기독교 전파, 자연 향유 등을 목적으로 수풀만 무성했던 곳을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세이센료. 이곳은 현재 기업이나 일반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수, 숙박시설을 제공하며 국제교류나 환경문제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방목체험 등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체험의 장도 마련돼 있으며 특히 직접 생산한 우유로 만든 300엔짜리 아이스크림은 이곳의 명물이다.

또 하나 야츠가타케 고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모에기노무라이다. 방갈로처럼 대여가 가능한 개성 있는 집들이 모여 있으며 7월이면 옥외 발레 공연이 펼쳐지는 그린가든과 장미정원, 그리고 소규모이지만 오르골 박물관도 자리하고 있어 한번에 40인분의 연주가 가능한 오르골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 일본 최고의 계곡과 최상의 포도

치치부 타마카이 국립공원에 자리 잡은 쇼센쿄 계곡은 일본에서 제일가는 계곡미로 그 이름이 높다. 신록이나 단풍이 들 무렵 가장 아름다우며 낙차 30m의 센가 폭포는 박력 있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 내리는 듯하다.

계곡 주변의 원숭이 바위, 고양이 바위 등으로 명명된 기암괴석들도 계절을 막론하고 찾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또한 이곳 국립공원은 2800여종의 식물들과 사슴, 원숭이, 다람쥐 등 많은 종류의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야마나시현은 일본의 최대 와인 생산지. 현재 야마나시현의 와인 양조량은 전국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눈길을 어디에 둬도 포도밭이 펼쳐질 만큼 포도는 후지산과 함께 야마나시의 또 다른 상징물이다.

현 내 총 80여개의 와이너리가 있고 시음을 할 수 있는 곳도 5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산토리 와이너리는 96년의 역사를 지닌 양조장으로 압축기, 분쇄기, 발효소 등 와인제조 과정 견학과 함께 시음 및 구매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사전예약을 필요로 할 만큼 인기가 높은 이 와이너리는 와인 숙성에 가장 알맞다는 13℃를 유지한 동굴 같은 공간에 150만병의 와인이 저장돼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취기가 돌게 한다.

와이너리 위쪽에는 와인 파라솔이라는 야외 바비큐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어 와인과 함께 소고기를 맛볼 수도 있다. 레스토랑 아래로 펼쳐지는 포도밭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야마나시현이 한눈에 들어와 와인 맛을 한층 돋운다.

★ 여기도 꼭 들러보세요

쇼센쿄 계곡 주변에는 몇몇 특색 있는 미술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중 쇼센쿄 그림자 미술관은 놓치기엔 아까운 환상적인 작품들을 전시한 곳이다. 항상 반나체로 작업에 임한다는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는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색깔의 종이들을 몇 겹으로 오려 붙이고 그 뒤로 빛을 쏘아 투과성의 차이에 따라 나타나는 은근한 색감으로 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술관 전체가 캄캄한 암실인 것도 이 때문. 빛과 거울 그리고 어두움을 이용한 전시 방법은 이제까지의 미술관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한다. 81-55-287-2511

일본 야마나시현 글·사진=서동철 기자 seo@traveltimes.co.kr
취재협조=야마나시현청 82-55-235-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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