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옷깃을 여미고 움츠러들기 쉽지만 12월은 한해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한적한 겨울바다의 모래사장, 섬과 섬 사이의 수평선으로 내려앉는 일몰, 무성한 갈대밭 속에서 날아오르는 철새들은 기울어가는 12월이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이즈음 한국관광공사는 12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전남 완도군 보길도, 전북 군산시, 경북 영덕군 등 3곳을 추천했다.


■ 땅끝을 지나 남도의 섬으로
전남 완도군 보길도

완도국제항으로부터 1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길도. 보길도는 일찍이 고산 윤선도가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던 중 심한 태풍을 피하기 위해 들렀다가 수려한 산수에 매료돼 머물기를 결심했던 곳이다. 고산은 10여년간 이곳에 머물면서 세연정, 낙서재 등 건물 25동을 짓고 전원생활을 즐겼으며, 그의 유명한 작품 ‘어부사시사’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흔히 보길도로 들어가는 길은 완도에서의 뱃길만을 떠올리는데 해남 땅끝마을에서도 배편을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땅끝마을에서 1박을 하고 보길도로 들어가고 돌아올 때 완도를 거치면 훌륭한 남도투어코스가 된다.

보길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윤선도 유적지이다. 그 중 세연정은 자연과 인공을 교묘히 접합시킨 조원(造園)으로 이름이 높다. 자연못(세연지)과 인공못(회수담)을 태극무늬로 휘감아 돌리고 그 복판에 정자를 지어 동양적 운치를 더한다.

세연정을 나와 고산 선생의 문학세계를 맛볼 수 있는 고산문학체험 공원을 거치면 동천석실을 만날 수 있다. 산 중턱 바위산에 걸터앉은 동천석실은 그 옛날 윤선도가 도르레를 설치해 이곳에서 음식과 차를 날라 풍류를 즐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리고 지금은 터만 남아 있는 낙서재와 곡수당을 찾아 세월의 무심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특히 낙서재로 향하는 길가엔 동백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섬에 들어왔다면 해수욕장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보길도의 예송리 해수욕장은 활시위처럼 휘어진 약 1km의 해변에 타조알 크기에서부터 바둑알 정도 크기의 새까만 깻돌이 분포해 있어 색다른 해변을 보여준다. 공룡알 해변으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망끝전망대는 낙조 감상 포인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길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1시간~1시간20분 정도 소요되며 요금은 1인당 7,000원, 차량 선적비는 2만원이다. 완도군청 문화관광과 061-550-5237


■ 철새, 그 화려한 군무를 만나다
전북 군산시

금강하구, 백제문화의 숨결을 담고 401.4km를 굽이돌아 서해에 다다른 곳. 금강하구는 1990년 둑을 쌓아 먹이가 풍부해지고 나포십자뜰, 드넓은 갈대밭 등 자연의 혜택을 받아 해마다 겨울철이면 40여종 70만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 국내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 가운데 하나이다.

겨울에 금강을 찾아오는 철새로는 국제보호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가창오리, 이동할 때 V자 모양으로 나란히 비상하는 붉은무리갈매기, 흔하지 않은 겨울철새로 오리류의 무리에 섞여 월동하는 발구지 등 세계적인 희귀조와 천연기념물 등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철새들의 아름다운 색조와 자태, 다양한 특징과 습성에 탐조여행객들은 추위를 잊어버리고 금강변에 머문다.

군산시는 국내 최대의 금강철새조망대를 갖추고 있어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적격이다. 9, 11층에는 고배율 망원경이 설치돼 있고 1, 2층에는 새의 계통도 등 생태 관련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자녀와 함께하면 더욱 좋다. 특히 10층의 360도 회전조망 레스토랑은 식사나 음료수를 즐기면서 금강의 막힐 것 없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12월1일~5일까지는 이곳에서 ‘2004 군산세계철새관광페스티벌’도 개최돼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질 예정. 페스티벌 개최일자에 맞춰 철새신체탐험전시관과 대형모니터를 통해 철새를 실시간으로 탐조할 수 있는 파노라마 카메라 등 다양한 시설물이 구비된다.

이밖에도 소설 ‘탁류’로 유명한 채만식문학관, 군산항 부근의 금동횟집단지에서 맛보는 푸짐한 해산물과 생선회, 그리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유명해진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의 7만평 규모의 갈대밭도 반드시 챙겨야 할 코스다. 찾아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군산 IC로 빠져나가면 된다. 금강철새조망대는 706번 지방도를 따라가다가 서왕삼거리에서 좌회전해 70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군산시청 관광과 063-450-4554


■ 묵은 때를 씻어주는 겨울바다
경북 영덕군

한해살이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켜켜이 묵은 때를 씻어내기에 겨울바다만한 것이 있으랴. 그 중에서도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환상적인 해돋이를 만끽할 수 있는 영덕대게로는 겨울바다 드라이브 코스로는 제격이다.

영덕대게로는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잇는 지방도로의 새로운 이름이다. 시작점과 끝점인 강구항과 축산항의 앞글자를 따서 강축도로라 불렸으나 최근 지역 명물의 이름을 붙여 영덕대게로라 한다. 한적한 해안선을 따라 난 도로는 굽이굽이 꺾여 돌아갈 때마다 겨울바다의 진면목을 서로 다른 모습으로 펼쳐놓는다. 영덕대게로의 시작점인 강구항에는 영덕대게를 주메뉴로 하는 횟집들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고 직접 고른 대게를 즉석에서 쪄내 맛볼 수 있다.

영덕대게를 맛보고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넓게 자리한 해맞이 공원에 닿게 된다.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가없는 바다를 배경으로 잔잔한 음악이 공원 안을 흐르고 있어 잠시 차를 멈추고 쉬어가기에 좋다. 다시 방향을 잡고 차를 몰면 막힘없는 바다와 오밀조밀한 어촌 풍경이 지나가고 바다 가운데 바위섬에서 갈매기떼가 쉬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덕대게로가 끝나고 이어지는 7번 군도를 따라가다 대진해수욕장 부근에서 내륙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괴시리전통마을이 있다. 고려말 대학자 목은 이색 선생의 출생지로 유명한 이 마을에는 전통 고가옥들이 옛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겨울바다 드라이브 코스를 막음하기엔 최적이다.
서울에서 온다면 안동까지 와서 34번 국도를 이용하고, 부산·대구 등지라면 포항을 경유해야 한다.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6

서동철 기자 se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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