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錦江)이라는 이름처럼 강은 비단 같은 물결을 하고 때가 되면 철새들을 맞이한다. 봄가을이면 흰물떼새, 청다리도요가 금강에 내려앉고 여름이면 먹이를 찾는 해오라기, 노랑할미새의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겨울, 차디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백조라 불리는 큰고니, 웅장한 군무를 보여주는 가창오리 등 많은 철새들이 금강을 찾아온다.

그러나 금강은 철새만을 품지 않는다. 예로부터 사람들도 금강에 의지해 그들만의 온화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일궈왔다. 서해를 통해 요동의 청동기 문화를 직접 받아들이고, 비옥한 농토와 수려한 산천으로 문학과 예술을 발전시켰던 백제인들은 금강을 그 젖줄로 삼았다. 철새를 따라 금강에 이르면 백제문화의 향기가 또 다른 물줄기가 되어 강을 가로지른다.

■ 철새를 찾아 떠나는 금강하구

금강하구는 충청도와 전라북도의 곳곳을 휘돌아 구비마다 아름다운 경관을 감싸고 흐르다 마침내 서해에 이르는 길목이다. 1990년 이곳에 금강하구둑을 쌓아 1억3천만톤의 담수량과 1,840km의 제방으로 이뤄진 담수호가 됐다. 때문에 민물과 바다가 공존하고 강변 곳곳에 어우러진 갈대밭과 사구, 그리고 해안에 펼쳐진 풍성한 갯벌이 철새들에게 풍부한 먹이와 깨끗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금강의 환경은 낙동강 하구 을숙도, 강원 철원군 일대, 충남 서산 천수만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 가운데 금강하구를 도드라지게 한다. 특히 강가에 우거진 갈대밭은 예민한 철새들과 그들을 보다 가까이서 관찰하고자 하는 사람 사이에 완충지 역할을 수행해 금강하구를 국내 최대의 철새탐조지로 각광받게 했다.

겨울철이면 하늘을 뒤덮는 군무의 제왕 가창오리, 천연기념물 고니 등 세계적인 희귀종을 비롯한 각종 철새 40여종 50만 마리가 금강을 방문한다. 이즈음 충남 서천에서는 ‘금강철새탐조투어’를 실시한다. 자연과 동화된 듯한 철새테마공원과 금강철새탐조대, 그리고 전문가와 함께 하는 체험여행은 온 가족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다.

이밖에도 서천의 금강철새탐조대 1층에는 전통떡만들기 체험, 애기 솟대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전통 체험거리들이 있어 자연과 전통을 한 곳에서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2층에는 철새사진과 갯벌에서 자생하는 각종 패류를 전시하고 있으며 3층으로 올라서면 철새를 조망할 수 있는 망원경을 비롯해 자연의 소리 영상관도 찾아볼 수 있다. ‘2004 서천 금강철새탐조투어’는 11월20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운영되며 금강변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유명해진 신성리 갈대밭, 한산모시관 등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일반은 5,000원, 고등학생 이하는 3,000원이다.

서천에서 금강을 건너면 전북 군산이다. 이곳에는 국내 최대 시설의 금강철새조망대가 있어 서천군 못지않은 철새탐조지점으로 각광받고 있다. 총 예산 105억원을 투자해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로 건립된 이 조망대는 상설 전시실과 영상관, 기획전시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9층, 11층의 조망대에는 방송용급 고배율 파노라마카메라를 설치해 조망대 내부에서 철새들의 생생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대형 PDP가 설치돼 있다.

또한 금강호 제방 인근의 철새탐조회랑은 철새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겨울의 추위를 막는 효과도 있어 대표적인 철새 생태 학습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 백제문화의 발원지를 찾아서

철새탐조로 도시의 먼지와 소음을 씻어내면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백제문화의 향기가 발길을 이끈다. 전북 익산과 충남의 공주, 부여, 논산 등 금강 줄기를 사이에 둔 도시들은 온화하고 소박하며 세련됐던 백제문화를 아련한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마를 캐며 홀어머니와 살던 마동과 신라 선화공주와의 사랑이야기도 곳곳에서 스며나온다.

무왕이 된 마동이 미륵하생 신앙을 바탕으로 백제인의 정신적 단합을 꾀하기 위해 창건했다는 익산의 미륵사지, 황산벌에서 충성어린 죽음을 맞이한 계백장군의 묘가 남아 있는 논산, 정림사지·낙화암 등 이름만으로도 백제의 흥망성쇠를 말해주는 부여, 계룡산을 비롯해 무령왕릉·공산성·마곡사 등 백제 수도의 위용을 드러내는 공주까지 금강 유역엔 백제의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최근 금강을 사이에 둔 전북과 충남 6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한 금강권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앞으로 금강 유역의 철새탐조와 백제문화탐방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익산의 왕궁 보석 테마관광지, 논산의 딸기와 강경젓갈은 금강권 관광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 철새탐조는 이렇게 준비하자

망원경 바다나 호수 등 새에게 접근하기 힘든 장소에서 필요하다. 배율은 15~25배가 적당하며 철새관찰시 바람이 부는 경우가 흔하므로 망원경이 흔들리지 않도록하기 위한 견고한 삼각대는 필수.

옷차림 새들의 눈에 잘 띄는 붉은색과 흰색 계통의 옷을 피하고 주변 환경의 색에 맞추는 것이 좋다. 여름엔 녹색 계열, 겨울엔 갈대숲에 맞춰 갈색 계열이 무난하다. 겨울철의 경우 장시간 야외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온에 유의해야 한다. 또 새는 후각이 예민하므로 화장품이나 향수는 삼가해야 한다.

조류도감 탐조에 들어가면 새의 이름이 알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휴대가 간편한 조류도감 하나쯤은 반드시 챙긴다.


★ 금강권협의회란?

금강권협의회는 금강을 사이에 둔 전북과 충남의 기초단체가 공동으로 금강 유역의 관광자원을 묶어 관광벨트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2003년 2월11일 발족한 단체다. 협의회는 올해 4월 금강권 관광안내지도를 제작했으며 11월에는 내신기자단 및 여행사 팸투어를 실시하는 등 금강권 관광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오는 12월 중에는 책자형 공동홍보물을 제작할 예정.

협의회에 참여하는 지자체는 전북의 군산과 익산, 충남의 공주·서천·부여·논산 등 6개 시·군이다. 군산과 서천은 금강하구둑을 마주한 도시로 철새 등 생태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외 4개 시·군은 백제문화권을 공유하고 있어 금강권 관광벨트는 생태관광과 역사·문화관광을 아우르는 곳이다.


금강 글·사진=서동철 기자 seo@traveltimes.co.kr
취재협조=금강권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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