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기 좋아하고 토론하기 좋아하는 파리지엥들에게 카바레와 까페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사상을 공유하고 예술과 삶을 논하며 20세기 프랑스 문화가 두각을 나타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까페는 지금도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카바레는 ‘물랭루주’ ‘리도’ ‘크레이지호스’ 등으로 대표되는 화려해지고 대형 뮤지컬 공연 못지않은 대규모 쇼로 변천했다.

■ 화려한 깃털·현란한 색 오랜 전통 ‘물랭루주’

1899년 최초로 파리 몽마르트의 번화가 클리시 거리에 개장한 물랭루주는 대형쇼가 있는 카바레의 효시로 꼽힌다. 물랭루주라는 명칭은 ‘빨간색 풍차’ 모양의 외관에서 비롯된 것. 무희들이 치맛자락을 들고 속옷을 드러내는 이른바 ‘프렌치 캉캉’으로 일약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1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파리의 명소로 꼽힌다.

물랭루주에서 현재 선보이고 있는 공연은 도원경을 뜻하는 ‘페리(Ferie).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과 함께 시작된 이 공연은 ’도리스걸(Doriss Girl)’이라고 불리는 약 60여명의 아름다운 무희들을 포함한 100여명의 배우들로 구성된다. 공연은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배우들은 화려한 깃털과 현란한 색으로 반짝이는 1000여벌의 의상과 800여 컬레의 구두를 바꿔가며 무대에 등장한다.

물랭루주의 공연은 정기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지난 1963년부터 줄곧 ‘F’로 시작되는 제목을 선정했다는 점. 차례대로 ‘삭삭-Frou Frou(~1965)’ ‘전율-Frisson(~1967)’ ‘매혹-Fascination(~1970)’ ‘환상-Fantastic(~1973)’ ‘축제-Festival(~1976)’ ‘미친듯이-Follement(~1978)’ ‘열광-Frenesie(~1983)’ ‘여자, 여자, 여자-Femmes, Femmes, Femmes(~1988)’ ‘기막힌-Formidable(~1999) 등 10가지를 선보여 왔다.

밤 9시와 11시 두 차례 공연이 진행된다. 극장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9시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7시부터 제공된다. 메뉴는 ‘프렌치 캉캉’ ‘뚤루즈 로트렉’ ‘벨레 에포크’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세 가지 선택이 가능한 3단계 코스 요리이고 가격은 차례대로 135유로, 150유로, 165유로이다. 공연만 관람할 경우 입장료는 9시에는 95유로, 11시에는 85유로이고 1인 기준으로 샴페인 반병이 제공된다.

물랭루주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 증가 등의 이유로 금년 3월말부터 극장 내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또 공연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정장이 필수로 특히 남자들의 경우 점퍼와 같은 편안한 옷차림일 경우 별도로 자켓과 넥타이 등을 극장에서 빌려야만 관람이 허용된다.


■ 도발적인 이름에 걸맞는 ‘크레이지 호스’

크레이지호스(Crazy Horse) 즉 ‘미친 말’이라는 이름이 붙은 극장은 세느강의 유람선 선착장과 샹제리제 거리를 잇는 조르주 5세 거리에 위치한다. 샹제리제를 기준으로 거리가 끝나는 지점의 왼 편이다.

통칭 이 곳의 공연을 크레이지호스쇼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쇼의 이름은 터부(Taboo) 즉 ‘금기’이다. 도발적인 이름에 걸 맞는 감각적인 공연이 약 1시간 반 동안 펼쳐진다. 20명의 아름다운 댄서가 차례로 나와 ‘신이여 우리의 피부를 보호하소서’ ‘에로티즘’ ‘태도’ ‘뷰티 부도와’ ‘신녀의 욕망’ ‘난 착한 여자라구요’ ‘샴페인 맛’ ‘플라이’ ‘블루터부’ ‘롤라’ ‘아다지오’ ‘레이, 레이저, 레이’ ‘소개’ ‘바바붐’ 등의 공연을 펼친다.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의 연속이 다소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중간 중간 광대들이 출연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공연은 기본적으로 매일 밤 8시30분과 11시 두 차례로 진행되며, 토요일에만 예외적으로 3회로 이뤄져 있다. 공연장 내 좌석은 총 275개로 콜라, 맥주, 샴페인 등의 음료만을 제공하며, 실내 흡연이 가능하다.

크레이지호스측은 공연장 내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3개의 식당들과 연계한 별도의 패키지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이들 식당은 각각 쉐 프랑시스, 드베즈, 르 푸께뜨 바리에르이며 크레이지호스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식사는 쇼 관람 전후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식사 시에는 코스 요리와 포도주, 미네랄 워터, 커피가 제공되고, 오케스트라석에서 터부를 관람하는 동안에도 추가로 음료가 포함돼 있다. 패키지 가격은 135유로, 150유로, 170유로 세 가지이다.


■ 인간을 사랑한 화가 로트렉과 물랭루주

움직이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화폭에 담아낸 화가들이 많이 있지만 물랭루주 하면 역시 툴루즈 로트렉을 떠올리게 된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현대 포스터의 기원으로 꼽히는 물랭루주의 홍보 포스터 ‘라 굴레(La Gaulue)’. 화면 중앙에 치마를 걷어 올린 무희와 무채색으로 처리된 신사들의 간단명료한 대비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포스터를 시각적 예술로 승화 시켰다.

채색 석판화 포스터 작업 외에도 로트렉은 물랭루주와 몽마르트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화폭에 담았다. 그가 진정 포착하고자 했던 것은 ‘아름다움’기보다 ‘현실’이었다. 무희들의 화려한 쇼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로트렉의 그림에는 그들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피곤한 삶과 그늘 역시 놓치지 않는다. 파리 뒷골목 환락가의 풍경을 소재로 삼아 일부에서는 ‘퇴폐화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항상 대상이 되는 인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 로트렉은 후에 시대를 반영한 풍속화가라는 평가를 얻었다.

프랑스 파리 글〓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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