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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아름다움 그대로 살린 최고급 리조트
-아프리카화한 전략 … 현지에서 인기
-사파리 캣츠 클럽 공연 최고 인기 만발


카키색의 탄탄한 천으로 감싸진 사파리 의자에 앉아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는다. 아프리카의 바람 내음에 마음은 더 없이 평온해진다. 사파리파크호텔 엘리펀트룸 853호. 숨쉬는 사자와 코끼리, 누와 같은 동물들만 없을 뿐이지 동물의 왕국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이나 세렝게티 국립공원 한 가운데 자리잡은 롯지에 있는 느낌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동아프리카의 허브인 케냐의 나이로비에 자리잡은 사파리파크호텔. 나이로비 시내에서 15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도시의 삭막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케냐의 키바치 대통령도 즐겨찾는 이 호텔은, 한국인이 주인이지만 국내보다 아프리카에서 훨씬 유명하다. 국내 파라다이스그룹이 30여 년 전부터 투자해온 사파리파크호텔은 전체 10만평 규모에 202개 객실을 가진 대형 호텔이다.

특히 이 호텔은 규모보다도 아프리카다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호텔로 정평이 나 있다. 나이로비힐튼이나 인터콘티넨탈 등 경쟁 호텔들이 일반적인 콘크리트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데 비해 사파리파크호텔은 넓은 숲 속에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나무 지붕에 석회 벽면으로 건축, 초원이나 공원에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파리파크호텔의 큰 특징인 정원은 미국 조경 건축가 협회가 뽑은 ‘아름다운 정원’에 선정됐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2층 높이의 방갈로형 객실에는 각 동마다 엘리펀트, 제브라, 라이노 등 동물들의 이름이 붙어져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케냐의 대표적인 호텔을 한국인이 운영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 호텔 김상호 이사는 조모 케냐타 케냐 초대 대통령과 파라다이스그룹의 친분을 계기로 1972년 파라다이스그룹이 사파리파크호텔을 위탁 경영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1992년까지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갖춰지게 됐으며, 최근 2~3년 전부터 호텔의 명성이 유럽에 알려지면서 급속하게 발전해 오고 있다.

사파리파크호텔의 영업 총책임자인 에녹은 가파른 성장의 비결에 대해 “국제 회의에 집중한 전략이 주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국제행사들을 주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유럽 지역의 국제 컨퍼런스 유치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라는 것.


커다란 코끼리가 자리잡고 있는 로비의 인포메이션 보드에는 매일 월드뱅크 국제 회의, 외무성 컨퍼런스, CNN 아프리카 지부 회의 등 국제 컨퍼런스 일정이 빼곡히 적혀져 있었다.

에녹은 “5개 국어 동시 통역시설을 갖춘 잠보 컨퍼런스룸은 1500여명까지 여유 있게 수용할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높다”며 “이 외에도 마운튼 케냐, 부게인빌 등 참가 인원수에 따른 다양한 컨퍼런스 시설을 갖추고 있어, 케냐의 대표적인 컨퍼런스 호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퍼런스호텔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비즈니스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객실 내에서의 인터넷 지원은 물론이고 24시간 로비에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추고 있다. 다음달이면 위성 인터넷을 통해 현재의 2배 이상 속도를 낼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공원 같은 분위기에 철저한 비즈니스맨을 위한 서비스, 여기에 입을 즐겁게 하는 일본 중국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악어나 타조, 얼룩말을 맛볼 수 있는 아프리칸 야생동물 바비큐 야마초마 랜치가 마련돼 있다. 물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 한국음식도 국내에서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맛볼 수 있다.

사파리파크호텔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중 하나는 아프리칸 가든 시어터에서 매일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공연하는 사파리 캣츠 클럽. 케냐의 42개 부족의 전통 춤과 현대식 춤을 절묘하게 조합시킨 안무를 기반으로 펼쳐 지는 화려한 춤 솜씨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아크로바틱은 놓치면 안 될 볼거리들이다.

최근에는 사파리파크호텔의 명성과 함께 케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아가고 있다. 얼마 전 회계담당 직원 한 명을 뽑기 위해 공고를 냈는데 2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서를 냈을 정도.

김상호 이사는 “사파리파크호텔은 고용 창출을 비롯, 적지 않은 경제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어, 케냐에서 대표적인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상징화되어 있다”며 “동아프리카 최고의 호텔로서 위상을 유지하는 한편 한국과 케냐의 우호를 돈독히 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써 더욱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인터뷰 - 김상호 사파리파크호텔 이사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 열쇠”

“사파리파크호텔은 케냐인들의 자부심이자 한국인의 자랑거리죠. 지난해부터 객실이 부족할 정도로 호텔의 명성이 유럽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김상호 이사는 사파리파크호텔의 살아있는 역사와 다름없는 인물. 8년 전 구매 담당 실무자로 처음 발을 디딘 후 줄곧 호텔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 왔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지금은 케냐의 비즈니스 환경이 좋아지고 있지만, 처음 아프리카에 와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현지화를 하는데 시행착오를 겪었죠. 현지화 성공이야말로 사파리파크호텔이 해외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히게 된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현지화의 핵심은 고위 간부를 현지인으로 고용하기 시작한 것. 호텔측은 유럽인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3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인과 영국인을 제너럴 매니저로 고용했었다. 그런데 이들이 케냐 현지 문화에 융화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고위 간부인 제너럴 매니저까지 현지인으로 고용하기로 한 것.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는 결정이었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후 호텔 내 분위기가 180도 변하게 된 것. 서비스 개선은 물론이고 직원간 융화도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해졌다.

김 이사는 “초기에는 현지 직원들과 일하는데 답답함이 없진 않았지만, 현지 직원들을 믿고 그들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니 답이 나오더군요”라며 “오히려 이제는 그들의 낙천적인 성격이 큰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케냐의 아름다움은 자연뿐만 아니라 자연을 닮은 사람들에게 있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8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통해 김 이사는 아프리카 에반젤리스트로 변신했다. 그는 “나이로비는 기후로 보나 환경으로 보나 동아프리카에서 최고의 도시죠. 가끔 케냐야 말로 에덴의 동산, 진정한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더니 “최근 케냐 항공 외에 두바이를 거쳐 오는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노선이 뚫려 나이로비로 오는 길이 훨씬 가까워져 케냐 여행이 훨씬 편해 졌어요”라고 밝혔다.

케냐 나이로비 글·사진=Travie Writer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취재협조=사파리파크호텔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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