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알프스가 친밀한 이유는 추억이나 동경 때문만은 아니다. 국토 60%가 알프스 산인 스위스 사람들이 그 산을 ‘바라보는 대상’에서 직접 어울리고 체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해발 4,000m에 이르는 높은 봉우리를 산악인들만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입고 하이힐 신은 아가씨들까지 거뜬히 오를 수 있다. 그곳까지 기차와 케이블카(곤돌라) 등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라가서 직접 만년설을 발로 밟아 보고 스키와 스노우보드, 그 밖의 눈 위에서 가능한 각종 활동들을 신나게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산악 리조트다. 그렇게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이 스위스에만도 100여 개에 이른다. 당장 갈 계획이 없은들 어떠랴. 더운 여름, 만년설 이고 있는 산봉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이 조금은 시원해지지 않겠는가.


비스프(Visp)역, 기차에서 내렸다.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스위스 알프스 산악 리조트의 하나인 사스페(Saas-Fee)까지는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포스트버스(Postbus)를 타야 한다.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잠시, 이내 노란 버스는 산구릉과 능성이를 굽이굽이 돌며 알프스 산자락을 오르기 시작한다. 잠깐 졸 사이가 없다. 창밖 풍경은 더욱 눈이 커지게 한다. 계곡엔 빙하에서 녹아내린 푸른 물이 흐르고 사방에는 알록달록한 들꽃이 피었다. 산굽이를 돌면 작은 집과 마을이 반긴다. 당시엔 차가 없었겠지만 하이디가 살았던 마을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이디의 후예들이 하교길인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버스에 올라 그 다음 정거장에서 발걸음을 돌린다. 1시간여를 올라 내린 곳이 바로 사스페. 알프스의 또 다른 영봉인 알라린(Allalin 4027m)과 돔(Dom 4545m)에 오르는 길목이다. 스위스 남서쪽 발레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수많은 알프스 산악마을이 있지만 사스페(Saasfee)는 소박하면서도 스위스적인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에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지만 이곳 산악 리조트가 스노우보더의 천국으로 꼽히는 만큼 일부 매니아들에게는 꿈의 산악 리조트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하프파이프 등이 잘 갖춰진 펀 파크(Fun Park)는 최고로 꼽힌다.

해발 1800m에 위치한 사스페 또한 청정마을이다. 체르마트보다도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다. 가솔린 차는 포스트 버스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전기차와 자전거 등이 주요 교통수단. 마을 한바퀴 돌아봤자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으니 무슨 차가 필요할 듯 싶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마켓까지도 어디서든 10~15분만 걸으면 도착한다.

언덕 위쪽에 들어선 포스트버스 역에서는 사스페 마을과 뒤쪽으로 펼쳐진 알프스 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부랴부랴 호텔 전기차에 짐을 실어놓고는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통나무 집들이 주를 이루는 마을은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계곡이 흐르고 푸른 하늘과 하얀 눈덮힌 산이 비쳐보이는 창문가에는 깔끔하게 꽃화분들이 놓여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는 미텔알랄린(Mittelalla lin)이다. 여름에는 케이블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리는 지하철을 타고 간다. 겨울에는 케이블카를 2번 갈아타고 랭플루(Lang fluh)에 가서 눈차를 약 30여분 타고 이곳에 오른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회전 레스토랑과 가장 큰 얼음동굴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밖의 전망대에서는 발레 지방과 융프라우 지방의 산들을 바라볼 수 있다.

랭플루는 다양한 풍경과 박력 넘치는 빙하를 즐기는 하이킹 코스로 유명하다. 사스페에서 4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슈필보덴까지 가서 다시 60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이곳에서는 스위스 내에서 가장 높은 돔 산을 포함한 발레 지방의 알프스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사스페에서 알랄린 반대편으로 위치한 크로이쯔 보덴 언덕 위에서는 4000m급의 봉우리들이 이어지는 장대한 파노라마를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이들이 호수위에 반사된 그림같은 사진을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스위스 사스페 글·사진〓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 스위스 알프스 5개 산악 리조트 특징 비교

웅장한 산세,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아기자기한 특징이 살아 있는 산악 리조트 마을, 각종 레저 활동 등은 스위스의 알프스 산악 리조트들이 가진 공통점.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각자가 가진 장점이 있다.


▲ 사스페(Saas-Fee)-스노우 보더들의 천국이다. 우리나라 보더 선수들도 여름엔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많이 갈 정도로 사계절 보더를 탈 수 있는 곳이다. 하프 파이프 등 보더들을 위한 펀파크(Fun Park) 시설도 잘 돼 있다. 또한 화려하지는 않지만 통나무집들이 주를 이루는 아기자기한 산악 리조트 마을이 인상적이고 포스트 버스까지 타야 들어갈 수 있는 등 접근성은 약하지만 다른 지역보다 숙박이나 음식값 등이 저렴한 편이다.

▲ 체르마트(Zermatt)-알프스 봉우리 가운데서도 가장 균형미가 뛰어난 마테호른으로 향하는 관문이자 전망이 좋다는 점에서 유명해졌지만 오히려 산악 리조트 가운데서도 가장 세련됐다는 평이다. 기차역(반호프)에서 교회에 이르는 500~600m의 메인 거리는 명품브랜드와 생활용품, 빵가게, 패션용품 등의 쇼핑가를 이루고 있어 더욱 유명하다. 특히 겨울에는 스키용품, 여름에는 등산용품이 많다. 스파나 나이트 라이프, 각종 공연 등 스키를 끝나고 즐길 만한 유흥거리가 많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길고 짧은 하이킹 코스도 많아 여름에 방문하기에 적당하다.

▲ 티틀리스(Titlis)-회전케이블카 로테어(Rotair)로 유명,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찾을 수 있는 곳이다. 날씨가 좋은 날, 아이스 플라이어를 타고 올라가며 보는 크레바스(빙하 균열), 특히 여름에는 튜브 타기, 페달 없는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얼음동굴, 놀이기구 등이 기본 요금에 다 포함돼 있다.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아이들과 즐기는 거리도 많아 가족 여행지로도 좋다.

▲ 쉴트호른(Schilthorn)-영화 ‘007’ 시리즈의 배경과 설경 추적 씬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전망대와 발코니에서만 알프스를 감상하고 직접 눈 위를 걸어 보는 체험을 하지는 못하지만 가장 장쾌한 알프스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한 발자국 떨어진 산 위에 전망대가 들어서 있어 360도 병풍처럼 둘러싸인 알프스의 장관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그만이다. 전망대만 이용해 상대적으로 이용요금이 저렴한 것도 장점. 뮤렌을 가로 지르며 사진을 찍거나 마을에서 30여 분 떨어진 곳에 알프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이 폭포를 이루는 장관을 볼 수 있다.

▲ 융프라우(Jungfrau)-한국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곳. 인터라켄을 중심으로 그린델발트와 벵엔 등으로 나눠져 있는 코스를 따라 올라가며 산의 이모저모를 보기에 그만이다. 산악 기차 코스도 가장 잘 발달돼 있다. 정상 위의 얼음궁전도 잘 꾸며져 있는 편이고 전망대에서는 한국 컵라면(약 7스위스프랑)도 판다. 개썰매 등도 탈 수 있으며 고급, 일반 2개의 레스토랑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