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반도를 따라 싱가포르에서부터 태국까지 육로로 여행하는 건 오래전부터 그려보았던 계획이었다. 9월의 어느 날 문득 인천공항을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의 가을에서 다시 싱가포르의 여름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이 설랬다.

■ 싱가포르 따뜻한 감성의 도시

싱가포르를 스치듯 지나간다면 도시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으로 느껴지는 모습이 이 도시의 전부라고 오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련되고 모던한 도시 싱가포르에는 도시가 주는 차가움이 아닌 따뜻한 감성이 배어 있다. 거리의 사인보드 하나하나에도 섬세한 미감이 배어 있는 싱가포르의 풍경은 속도전에 빠져 있는 여느 도시들처럼 경박하지 않다.

싱가포르를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벌금 이야기는 싱가포르에 대해 우리들이 스스로 만든 가장 큰 오해이자 편견이다. 싱가포르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규칙으로 도시의 쾌적함을 이루고 있다. 규칙 내에서 그들의 삶은 공평하고 자유롭다.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싱가포르는 각박하지 않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번화가라는 오차드 로드를 걸어 보아도 울창한 나무 숲 사이 길을 지나는 것 같은 편안함은 녹색의 도시라는 수식을 다는데 부족함이 없다. 싱가포르는 서울이나 홍콩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도시생활의 숨막힘이 없다. 싱가포르의 도시와 열대 우림의 자연은 공존한다.


ⓒ 여행신문

싱가포르에 도착한 첫날, 지도 하나 없이 무작정 나섰던 길에 펍과 클럽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발견하고 무작정 택시에서 내려 돌아 본 모하마드 술탄 로드(Mohamed Sultan Road)는 한국의 홍대 앞 거리와 비슷했다. 차이니스 스타일의 오래된 목조건물을 개조한 ‘NEXT PAGE PUB’이라는 펍에 들어가 맥주 한잔을 마셨다. 높은 천정에 매달린 붉은 등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거울에 비쳐지는 것이 이채로웠다. 이 옆의 ‘MDN WONG’S BAR’는 이 거리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아름다운 바였다. 사람이 조금만 덜 북적거렸다면 꼭 들렸을 텐데. 이 주변의 아기자기한 바나 펍들의 모습이 무척 정감어린다.

펍을 나와 무심코 거리를 걷다가 싱가포르 강변에서 길을 잃었다. 하지만 적막한 밤거리, 네온사인과 갖가지 아름다운 조명이 드리운 거리의 풍경에 반해 있는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조바심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길을 잃어 싱가포르의 밤이 주는 거리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어느 곳에선가 아련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밤은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것 같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2일째 밤, 싱가포르 강을 따라 클락키에서 보트키에 이르는 나이트 크루즈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열대여섯 명이면 자리를 모두 채울 것 같은 작은 배의 선두에 올라앉아 바람을 맞는다. 한낮의 무더운 기운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화려한 조명의 고층빌딩을 바라보는 일도 즐겁다. 싱가포르 강을 따라 늘어선 펍, 클럽과 레스토랑, 그리고 노점상 식당인 호커에는 나이트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3일째 밤, 센토사 섬의 ‘Musical Fountain Show’는 황홀하기 그지없다. 라스베가스의 유수한 쇼에 비추어도 기울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고 30분간의 이 쇼를 놓치거나 포기한다면 그건 난센스다. 빛의 환타지는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관광지의 분수쇼가 얼마나 대수로울까 했던 것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나는 3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자꾸만 싱가포르에 빠져든다. 싸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거나, 언더워터 월드(UnderWater World), 주롱 새공원, 보타닉 가든 같은 유명 관광지 때문이 아니다. 자연친화적인 도시의 쾌적함, 돈으로 치장한 것이 아닌 성숙한 심미안에 의해 만들어진 아시안 문명 박물관(Asian Civilizations Museum)같은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이 내게는 매혹적이다.

아,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서 한 가지 놓친 것이 있다. 130년 전 방갈로로 시작돼 아직까지 1920년대의 클래식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래플즈 호텔의 롱 바(Long Bar)에서 싱가포르 슬링을 마시는 일. 난 술을 전혀 안 마시는 편이지만 래플즈 호텔의 히스토리가 주는 그 분위기를 한번은 느껴보고 싶다.


ⓒ 여행신문

● 아침 식사로 한번쯤은 야쿤 가야 토스트

숯불에 구운 토스트에 가야잼을 바른 것으로 싱가포르식 커피와 함께 먹는다. 토스트는 서양의 음식이지만 가야 토스트는 싱가포르인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아시안식 아침 메뉴이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말레이와 인디언, 서양인이 함께 살고 있는 싱가포르의 과거와 현재는 가야 토스트라는 음식 하나에도 배어 있다. 야쿤 가야 토스트는 2005년 서울 강남 신사동에도 분점을 냈다.

● 싱가포르 물가, 비싸지 않다.

국민소득 2만달러의 싱가포르에서 커피빈의 커피도, 조각케익도, 택시비도, 지하철비도 한국보다 싸다. 음식값도 싸다. 맥스웰 푸드센터 같은 서민적인 푸드코트가 아니더라도 오차드 로드에 있는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의 음식 가격도 3,000~4,000원 정도이다. 드라마 대장금의 영향은 싱가포르의 푸드코트에서 삼계탕을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헤비스모커에게 싱가포르는 가혹하다. 담배꽁초 하나 마음 편히 버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곳의 담배 값은 한국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담배를 반입하는 것도 금지사항이다. 물론 세관에서 걸리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세계 공통의 상식!

+++ 플러스 α +++

백패커를 위한 싱가포르의 숙소들

★Hangout@mt,emily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게스트하우스 행아웃에서 나는 싱가포르의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은 어쩌면 이렇게 이쁘게 생겼을까 탄성을 내질렀다. 호텔 같은 호스텔의 도미토리 가격은 고작 25달러다. 인터넷도 무료로 쓸 수 있다. 다음에 싱가포르에 오면 주저 없이 난 이곳에 묶을 것 같다. 10A Upper Whlkie Road, www.hangouthotels.com

★인디언 스트리트에 있는 인크라우드 백패커스호스텔(The InnCrowd Backpackers’ Hostel)은 이름 그대로 유스호스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1층에는 리셉션과 리빙룸, 키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여행 정보에 관한 온갖 메모가 가득한 게시판이 인상적이다. 내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외국인 백패커들로 만원이었다. 외국 친구 사귀기 좋을 것 같은 곳!
73 Dunlop Street, www.the-inncrowd.com

취재협조=싱가포르관광청 ㅣ 말레이시아 관광청 ㅣ 태국 관광청
글·사진 Travie Writer = 박준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