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enna 사랑의 예감으로 가슴 뛰는 도시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두 주인공 제시와 셀린느. 그들은 비엔나라는 도시에서 하루 동안 사랑과 실연, 죽음, 결혼 등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히 나눈다.

비엔나에 도착한 순간 영화 속 장면부터 시작해서 사랑에 대한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화려한 표정, 듣는 것만으로도 벅찬 과거의 영광으로 무장한 비엔나. 하지만 영화의 여운이 남아서일까? 내게는 언제나 설렘 가득한 사랑을 만들어낼 것 같은 기대를 갖게된다. 나도 셀린느를, 아니면 또 다른 제시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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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그뿐

비엔나에 도착하기 전 흔히 하는 걱정 하나. 음악의 도시라는데 음악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이 도시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하지만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던 링로드를 가로질러 복스 가르텐(Volks Garten)이라 불리는 비엔나의 주공원 안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80가지 종류의 장미꽃을 본 순간 주눅 들었던 마음이 비엔나 시민들의 표정처럼 평온해진다. 그래, 비엔나에 왔으니 그저 비엔나를 충실히 즐기면 그뿐이지. 화려하면서도 평온한, 상반된 이미지가 잘 어우러진 도시 비엔나. 이방인들은 그 모습을 성실히 즐기면 된다.

복스 가르텐을 가로지르면 바로 옛 합스부르크 왕가의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면과 좌우로 독립된 건물들이 하나의 성처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각각의 건물들은 왕가가 세습될 때마다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건물 하나하나가 깊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건물들에는 특이하게도 오스트리아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데 이것은 국경일에 국기를 다는 우리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에 행하는 일종의 표식과 같다고 한다.

건물을 뒤로한 채 아기자기하게 자리잡은 상점들 사이로 난 케른트너 거리에 들어서면 지금 서 있는 곳이 비엔나라는 것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이름 모를 거리악사들이 들려 주는 클래식 선율, 따사로운 햇살과 맑게 펼쳐진 하늘, 아름다운 색으로 장식된 야외 카페의 파라솔과 테이블, 비엔나의 아이콘이 된 성 슈테판 성당, 그리고 그 성당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저 가만히 서 있어도 좋다. 길을 따라 가볍게 걸어도 좋다. 제시와 셀린느도 이런 기분이었으리라. 그래서 서로에게 터놓고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겠지.

여행자가 어떤 느낌을 가져야 한다는 강요도 받지 않고, 느낄 것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이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가슴이 느끼는 대로 비엔나를 느끼는 것. 이것이 비엔나에 다가서는 최고의 방법이다.

비엔나는 다양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유명한 작곡가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도시로, 역사가들에게는 유럽의 최고 왕가라고 칭해지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가 담겨 있는 도시로, 건축가들에게는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수많은 건물들이 있는 도시로, 자연주의자들에게는 비엔나숲과 다뉴브강가로 아름답게 이루어진 자연 도시의 모습으로, 비엔나는 그때 그때마다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다. 이처럼 비엔나는 어느 누구에게나 손을 내민다. 각자가 비엔나에 대해 다른 느낌을 간직하지만 그 느낌은 그래서 모두 다 옳을 수밖에 없다.

Scene #2 자유와 지성의 숲에 서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근엄하고 딱딱한 느낌만 떠오르는가. 그러나 비엔나에선 다르다. 자유롭다. 지식도 자유로운 포즈를 취한다. 비엔나의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시간과 공간의 역사와 현재를 향유하는 곳이다. 건물 안에도 마찬가지이지만 건물 밖에서도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있는 곳에서 비엔나 사람들은 뭐든지 읽고 있다.

롤러블레이드를 타다가 풀밭에 엎드려 책을 읽기도 하고, 가로수 아래 벤치는 무언가 읽을 거리를 손에 든 사람들의 차지다. 풀밭 위 나무 그늘 아래, 광장에 세워진 조형물이 만들어내는 그늘 아래에서도 틈만 나면 책을 펼쳐 든다. 포즈도 다양하다. 발을 올리고 눕거나 두 다리를 쭉 뻗고 편안하게 앉아 있기도 한다.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하물며 대학 캠퍼스 내에서도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데 우리 도시 어디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까.


Scene #3 다뉴브강과 비엔나숲, 사랑의 왈츠를 추세요

비엔나가 더욱 풍요롭게 보이는 까닭은 바로 비엔나숲과 다뉴브강이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20여 분만 벗어나면 다뉴브강을 만나게 된다. 다뉴브강 하면 왈츠와 요한 스트라우스가 먼저 떠오르듯 오래 전부터 많은 음악가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곳이다. 다뉴브강 사이에 위치한 다뉴브섬 또한 다뉴브를 더욱 운치있고 여유롭게 만드는 요소다.

이곳에서 비엔나 사람들은 한적한 오후를 즐긴다. 가족들은 정겨운 시간을 나누고 연인들은 사랑을 속삭이며 끝없이 푸르른 하늘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면서 그렇게 흘러간다. 강에서 유유자적 보트를 타면서 슈니첼(오스트리아식 커틀렛)과 와인 한잔을 즐기는 ‘보트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그 위에서 시와, 음악과 사랑과 인생을 나눈다.

비엔나숲에 다다랐다. 울창한 숲 속, 돌로 만들어진 길 위를 차를 몰고 달리는 것 또한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운치이다. 이 숲에선 그냥 숲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베토벤이 이곳에서 전원교향곡의 악상을 얻었다는 것이 온전히 이해가 된다.

생동감 넘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며 오래된 것 위에 싱그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 비엔나. 숲속 나무 그늘 아래 여인들의 수다가 정겹고 편안하다. 옛날부터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여유로운 그 모습을 보니 이 도시에서 많은 음악가와 예술가들이 배출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인생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알고 철저히 즐길 줄 아는 그 모습이 바로 예술이자 제시와 셀린느가 얘기했던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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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모차르트 250주년-----------------------

♣ 모차르트의 생일잔치에 놀러오세요

‘Best of Mozart 2006’


수많은 걸출한 작곡가들을 낳은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도 모차르트(Wolfgagn Amadeus Mozart)는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동시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가 중 하나다.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비엔나에서 수많은 명곡(masterpiece)을 남긴 모차르트에게 있어서는 오스트리아 전국이 그의 무대였을 터.

그의 음악의 열정을 오스트리아 곳곳에서 느껴 볼 수 있는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스트리아는 1756년 1월27일 탄생한 천재의 250주년 ‘생일잔치’ 준비로 여느 때보다도 분주한 시즌에 돌입했다. 관광국 내에 ‘모차르트 프로젝트’ 담당부서가 따로 있을 만큼 오스트리아 국가 차원에서 이번 250주년을 기리는 기념행사가 푸짐하게 열릴 예정이다.

‘베스트 오브 모차르트’ 콘서트, 모차르트 필름 아웃도어, 모차르트 위크, 알베르티나 2006 모차르트 전시회 등 음악회뿐만 아니라 영화, 전시회 등 다양한 모차르트 관련 행사들이 연중 내내 릴레이로 개최된다. 모차르트 당시 시대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고향인 잘츠부르크를 중심으로 산적한 모차르트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모차르트 생가(Mozart Geburtshaus), 모차르트가 살던 집(Mozart Wohnhaus) 등에는 모차르트가 생전에 쓰던 악기들, 직접 작곡한 악보 원본 등 귀중한 자료들이 모여 있다. 이밖에 모차르트의 활동무대를 죽 둘러보는 투어프로그램 및 주말 여행객을 위한 음악여행 패키지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니,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여행객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일 듯.
www.mozart2006.net

+++플러스 α+++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는 직항편이 없지만 가깝게 이동할 수 있다. 대한항공을 이용, 유럽의 프랑크푸르트나 취리히 등에서 오스트리아항공과 연계해 이동할 수 있고 체코 프라하에서는 육로로 서너 시간이면 비엔나까지 이동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항공은 일본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제공하기도 한다. KLM네덜란드항공이나 루프트한자독일항공, 에어프랑스 등은 각각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파리를 경유해 비엔나까지 항공편을 제공하고 있다.

*빈 시민들의 놀이터 프라터 놀이공원: 이 장소는 오손 웰즈가 출연한 캐롤 리드 감독의 영화 <제3의 사나이> 촬영 장소로 유명해졌다. 이곳의 대형 회전관람차는 100여 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이곳에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들이 첫키스를 한다.

*앞서 소개된 각종 명소에 대한 소개는 다음에 소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참고할 수 있다.
△뮤지엄 까르띠에: www.mqw.at
△리히텐슈타인 뮤지엄: www.liechtenstein museum.at
△프라터파크: www.wiener-prater.at
△회전관람차: www.wienerriesenrad.at
△피크닉보트: www.lacreperi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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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글·사진〓travie photographer 오재철 nixboy9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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