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교과서로만 접해봤던 갈라파고스제도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다윈의 진화론이 시작된 곳’이라느니 ‘적자생존, 용불용설을 증명할 수 있는 곳’이라느니 이론으로만, 말로만 들었던 갈라파고스. 자연의 위대함과 생명체의 뛰어난 적응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가히 새로운 경험이다. 조만간 이 ‘생태계의 보고’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은 새로운 여행지를 향한 여행객들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오아시스가 될 것이다.


■ 고생 끝에 낙을 찾는 인생 그 자체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갈라파고스제도는 멀리 있는 만큼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아직까지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몇 번의 항공을 거치는 그 여정은 더욱 험난하기만 하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우리 옛 속담처럼 갈라파고스는 힘들게 도착한 지친 몸과 마음을 거대한 자연의 위대함과 평화로움으로 포근하게 감싸 준다.

힘들게 찾아가는 과정을 지나 우리 눈앞에 멋들어지게 펼쳐져 있는 그 아름다움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힘든 시절은 어느새 고요한 안식과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갈라파고스는 자연의 웅장한 위대함과 더불어 우리에게 인생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지 가이드는 갈라파고스제도가 작은 암초들까지 합쳐 1022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 중에서 대규모의 섬은 13개 정도이며 원주민이 살고 있는 섬은 주도인 산크리스토발을 비롯해 산타크루즈, 이사벨라, 산타마리아 등 총 5개 섬이다. 자연보호구역 및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이주민이 거주할 수 없으며 순수 원주민들만 1만여명이 살고 있다.

갈라파고스제도의 주도인 산크리스토발 섬에서는 세로 브루호(Cerro Brujo)와 푸에르토 치노(Puerto Chino)라는 희고 고운 모래의 해변이 선사하는 절경이 압권이다. 가장 아름다운 비치 포인트인 세로 브루호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산크리스토발 시내에서 수상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이 보트는 산크리스토발 주변 섬 관광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되는 교통수단으로 로보스 섬, 레옹 도르미도 섬, 세로 브루호 등의 관광 포인트를 반나절 코스로 운항한다.

수상택시를 타고 약 2시간 동안 이동해 처음 다다르는 곳은 로보스 섬(Isla Lobos)이다. 로보스 섬에서 화산암으로 겹겹이 쌓인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1시간 남짓 걷다 보면 두 바다가 만나는 진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는 그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기한 광경이기도 한데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왔던 바다의 모습, 옥빛 바다가 펼쳐지다 수평선 가까이 다다를수록 짙은 초록색으로 변해가는 바다의 모습이 아닌 에메랄드빛과 초록빛 바다가 만나 좌우로 펼쳐져 있는 진기함이 두 눈에 가득히 담긴다.

이 곳을 떠나 수상택시를 타고 레옹 도르미도 섬(Leon Dormido) 주변관광이 이어진다. 이 섬은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섬으로 ‘잠자는 사자(Sleep Lion)’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섬의 모양이 꼭 사자가 잠을 자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잠자는 사자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장화나 워커 같은 느낌도 강하다.


■ 놓칠 수 없는 최고의 비치 포인트

깎아지른 듯한 화산섬의 장관을 지나 세로 부르호에 도착하면 눈이 부시게 하얗고 고운 해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저 멀리 보이는 레옹 도르미도 섬의 작은 모습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비치의 모습은 ‘십년 묵은 체증’을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시원하게 트였다. 백사장 위에서 저 멀리 수평선 끝까지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올 만큼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마치 세상의 온갖 근심걱정을 다 안고 있어 절박함과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모든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한없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어머니의 품이랄까. 이 순간만은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온갖 세상사를 모두 지워버리고 아주 작은 풍경 하나라도 머리에, 가슴에 담아 가고자 하는 마음에 눈은 벌써 ‘찰칵찰칵’ 기억을 찍어내고 있다. 이곳은 특히 수시로 날씨가 변하기 때문에 잔뜩 흐려진 구름 속에서 서서히 비쳐지는 햇살의 광선이 마치 ‘천지개벽’을 보는 듯한 착각의 아름다움까지도 놓치지 않게 한다.

산크리스토발 섬에는 규모는 작지만 세로 브루호와는 또 다른 하나의 화이트 비치가 있다. 산크리스토발 섬에서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푸에르토 치노다. 작은 비치 포인트이긴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한적하고 가볍게 수영 등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 적당히 밀려오는 파도를 맞으며 물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으로 각인된다.


■ 오픈 탑버스로 과야킬 시내관광

갈라파고스제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를 경유하거나 항구도시 과야킬을 거쳐 항공편으로 이동하는데 과야킬은 에콰도르 대부분의 무역을 담당하는 무역항이다. 과야킬은 우리나라의 60~70년대 모습을 담고 있어 우리에겐 다소 친숙한 도시로 시내 중심가에 말레콘 2000(Malecon)이라는 대규모 공원이 조성돼 있다. 말레콘 공원은 체육, 어린이, 조경 등 다양한 테마별로 만들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산책로를 제공한다. 도보로 공원 전체를 돌아보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릴 만큼 대규모로 조성돼 있다.

과야킬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말레콘 공원을 비롯한 과야킬 시내를 돌아보는 투어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 버스는 올메도 플라자(Olmedo Plaza)를 시작으로 말레콘 공원, 시내의 백화점 등 번화가 등을 돌아보는 코스를 돌며 시내관광을 제공한다. 총 4대가 투입되며 특히 오픈 탑 2층 버스라는 강점을 활용해 색다른 시내관광의 재미를 더한다.

취재협조=란항공 02-775-8219, 어메이징아메리카투어 02-737-0922
갈라파고스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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