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한 잔상으로 마음에 남는 봉황고성



골목이 끝나자 펼쳐지는 타강. 그 풍경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유유히 펼쳐져 있는 타강 위로는 유람을 위한 목선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흔들리고 있다. 기껏 대여섯 명이 오를 만한 작은 배를 타고 타강을 따라 흘러가 본다. 노를 저을 때마다 투명한 물 밑으로 수초들이 따라 흔들리고 저 멀리서 들리는 노랫소리와 장단을 맞추는 북소리가 타강 유람을 꿈인 양 만든다. 홍교 아래를 지나간다. 들어가면 다리 같지 않은데 실은 타강 위에 놓여 있는 다리다. 그 안에는 갖가지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타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타강 따라 함께 흐르다

자연스레 타강변의 풍광을 이루는 강변의 수상 고옥들. 그 진한 세월의 끈끈함이 그대로 보전되고 있는 타강변에서 시간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더욱 진하게 채색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검은 기와에 짙은 갈색의 벽이 특징인 이 고옥들, 이름 하여 조각루다. 묘족 특유의 거주 방식으로 지어진 이 수상 고옥들은 주택의 반은 지면에, 또 반은 물 위에 다리를 놓고 지어져 있는데 강변을 따라 4~500채 이상 늘어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지금은 대부분이 음식점이나 술집 등, 영업장소로 활용되고 있는데 음식 맛 좋은 조각루 2층의 음식점에 자리잡고 앉아 밖을 내다볼라 치면 그곳이 명실공히 리버뷰가 뛰어난 특급 좌석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강가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들, 또 그 옆에서 야채를 씻고 생선을 다듬는 사람들, 강변의 풍광들이 스치며 지나간다. 이 풍광이 오래도록 잘 보존될 수 있을까 하는 조급한 우려도 함께 스친다.

타강변의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그저 뛰어난 자연미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그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지난 사람들의 생활의 더께 위에 얹혀지면서 또 다른 감흥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며 또 다시 그것들이 강변 언저리에 함께 녹아들어 살가운 풍경을 재생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감흥에 취해 어느 때인가 내가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만 같은 착각과 근거 없는 향수에 빠져든다.

그 거리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짐수레를 밀고 있는 아저씨, 바구니를 짊어진 아주머니, 화관 파는 아이들에 관광객들까지 비를 맞으며 조급해진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진해진 표정 위로 활기 찬 기운이 맴돈다. 서둘러 돌아 나오는 골목 길 한쪽에 한 어린 아이가 비를 맞으며 쪼그리고 앉아 혼자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들어갈 때 만난 모습 그대로 여전히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그 아이의 머리 위로 비가 내리고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눈을 감으니 그 골목의 묵은 때의 흔적과 세월로 착색된 강변의 조각루, 내리는 비에 더욱 선명해지던 그 성곽의 돌빛이 순식간에 온 마음과 머리 속을 뻐근하게 채워 온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남방장성

북방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남방에는 남방장성(南方長城)이 있다. 후난성 샹시 봉황현에 위치해 있는 남방장성은 길이가 190km에 달하며 현지에서 나는 청석판을 이용해 축조되었다. 산 정상 기슭을 따라 자리잡고 있는 성벽 위에 서면 그 공사 규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 남방 장성은 약 400여 년 전 왕조에 순종하지 않았던 변방의 소수민족을 격리시키기 위해 쌓아놓은 것으로 성벽의 높이는 평균 3m 정도이고 병사(兵舍), 전망대, 초소, 봉화대 등이 있다. 남방장성은 묘족 거주 국경지대의 담장으로 불리우며 남북간의 무역 거래와 묘족, 한족 간의 교류 및 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도 한다.

이 남방장성이 우리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2005 남방장성배 세계 바둑 고수 대결 한중 대국이 이곳에서 치뤄지고부터이다. 지난 9월11일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이 이곳 가로, 세로 31.7m의 세계 최대 바둑판에서 공개 대국을 가진 바 있다. ‘기행대지 천하봉황(棋行大地, 天下鳳凰, 땅 위에서 바둑을 두어 천하의 자웅을 가린다)’는 이 대결에서 결과는 무승부. 하지만 친선대국의 성격으로 진행된 이 대국은 승패 여부를 떠나 하나의 획기적인 이벤트로 기록되었다.

무려 300여 평 넓이의 바둑판 위에서 소림사 무술 제자 361명이 흰옷, 검은 옷을 입고 바둑 돌의 역할을 하는 가운데 갖가지 무술 동작으로 바둑판 위를 일진, 일퇴하였다. 대형 모니터와 헬기까지 동원된 한편의 대형 이벤트였던 이 행사를 통해 남방장성을 비롯해 봉황현 인근 명소가 전세계에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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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고성 글·사진=한윤경 hahny@traveltimes.co.kr
취재협조=상해항공 02-317-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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