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세월의 고도, 봉황고성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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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고성 글·사진=한윤경 hahny@traveltimes.co.kr
취재협조=상해항공 02-317-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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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사람을 이끄는 것은 우리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어떤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곳을 거니노라면 구비진 골목마다 넘치는 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자연스레 묻어나는 세월의 더께가 흘러간 시간의 무게와 더불어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 시간과 더불어 잃어버린 것들을 향해 마음 또한 달음질을 쳐댄다.

날 위해 천년을 기다렸다는 봉황고성 마을로 진입해 들어간다. 어느 곳과 다름없이 사람 사는 활기로 넘쳐나는 길목에는 사방에 먹거리를 파는 가게에서부터 커튼을 드리운 허름한 마을 PC방에, 미용실까지 없는 것 없이 다 있다. 80년대만 해도 뗏목을 타고 나무를 하러 다니는 원주민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는 봉황고성은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여행지이다. 중국에서 현지인들의 인기 있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20여 년 전.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봉황고성은 여전히 그곳 사람들에게는 활기 찬 삶의 현장이다.

-골목 안에는 활기가 넘치고

지은 지 600년 가량 되었다는 홍교(虹橋), 일명 무지개 다리 아래로 접어들면 드디어 시끌벅적한 골목길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터번 같은 머릿수건에 전통 의상을 입은 묘족 아낙들이 팔찌, 귀걸이 등 갖가지 은 장식품과 자수품, 염색 보자기들을 펼쳐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을 맞이하면서도 뜨개질을 멈추지 않는 아낙들의 표정은 당당하고 씩씩하다. 한 켠에서는 엿 가닥을 늘이면서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길이 머뭇거리는 순간에 이미 생강엿 한 봉지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입 안에는 벌써 맵싸한 생강엿이 굴러다니고 있다. 찐 고구마 장사에서 군밤 장사까지 기름진 음식에 지친 입맛을 위로해 준다.

복잡한 시장 거리에는 내놓은 화덕에서 요란스레 김을 내며 갖가지 음식물이 익어 가고 있고 일하는 엄마의 등에 업힌 바구니 속 아이는 건강하고 만족한 웃음을 짓고 있다. 엄마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통통하게 살 오른 아가의 푸근한 얼굴과 아이를 어르는 엄마의 얼굴 또한 지친 기색 없이 건강하다. 때로 화관을 만들어 파는 어린 여자아이들도 만나고 그 복잡한 골목 안에서 마작패를 돌리고 있는 한 무리의 여자들도 만난다. 그 모든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면서 온전한 하나의 그림이 된다. 그 진득한 시장바닥에서는 그 활기에 취해 어리버리 정신을 놓았다간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봉황고성

봉황고성(鳳凰古城)은 중국 중부 후난성(湖南省) 서부 샹시(湘西) 토가족-묘족 자치구의 산속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 고성으로 안휘성, 절강성, 여강고성과 함께 중국 4대 고성으로 손꼽힌다. 장자지에(장가계)에서 차로 3시간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봉황고성은 오랜 시간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60여 년 전 이곳 출신 문학가이며 역사학자인 심종문의 소설 <변경도시>를 통해 소개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100년을 넘은 고옥들이 좁은 골목길을 이루며 자리하고 있고 더불어 옛 성벽과 종루, 부두와 사원들이 그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 골목 안에 심종문의 생가도 있어 그의 저술과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 주택은 150년 역사를 가진 봉황고성의 전형적인 사합원(四合院)식 민가로 또 다른 볼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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