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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넘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쿠스코’

안데스 산지는 태평양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해양판인 나스카판과 육지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남아메리카판이 서로 부딪치면서 솟아올라 생긴 것이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잘 못 느끼지만 매년 안데스 산지의 고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산의 분출이나 지진도 발생하는 것이다.

해발 3360m 고지에 위치한 쿠스코공항. 과거 잉카제국의 중심이요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쿠스코는 페루의 남동쪽에 위치한다. 쿠스코는 원주민 언어인 케추아어로 ‘세상의 중심’이라 뜻이다. 제9대 잉카(왕)인 파차쿠텍이 제국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쿠스코를 재정비했단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의 도시이자 요새였던 쿠스코는 당시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미니 버스로 시내에서 북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언덕 요새인 ‘삭사이와망’에서는 붉은색의 쿠스코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350톤이 넘는다는 거석들이 거대한 성벽을 만들고 있는 곳곳에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이 성벽은 지그재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는 이곳에서 지상 최고의 동물로 여겨지는 퓨마의 이빨을 상징한다고 한다. 쿠스코 전체를 퓨마의 형상으로 볼 때 이곳 은 머리 부분에 해당한단다.

언덕 한편에는 진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예수상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하지 무렵인 6월 24일이면 ‘인티라이미’라는 잉카태양의 축제가 벌어진단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축제를 여는 원주민들은 화려했던 지난날을 추억할 것이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울퉁불퉁하게 파인 석회암을 이용하여 만든 제단의 일종인 켄코(Qenco) 유적이 있다. 가장 높은 바위에는 마치 뇌를 닮은 홈이 파여 있다. 여기에 치차(옥수수술)를 부어 흘러가는 방향으로 길흉을 점쳤단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동굴이 나온다. 안쪽에는 바위를 깍아 만든 탁자가 놓여있고 구석구석에 돌 선반이 있다. 서늘한 기온을 이용하여 뇌수술을 했다고 한다. 구석의 선반은 미이라를 안치했던 곳이란다. 쿠스코에서 숙소가 있는 우르밤바 계곡으로 가는 길에 탐보마차이(Tambomachay)에 들린다. 잉카의 목욕탕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정밀하게 쌓아올린 석벽 사이로 시원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목욕탕이라기 보다는 과거 제사의식에 앞서 몸을 정결하게 씻는 성스러운 곳이 아니였을까.

남자들은 ‘추요’라는 모자를 쓰고 화려한 색깔의 ‘폰초’와 바지를 입고 있다. 여자들은 ‘몬테라’라고 불리는 모자를 쓰고 넓게 짠 ‘만타’라는 천을 두르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포예라’를 입고 있다.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피추’



남미하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가 마추피추가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 그래서 잃어버린 잉카제국의 역사에 대한 그리움으로 신비로움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마추피추로 가는 길은 쿠스코에서부터 시작된다. 쿠스코에서 기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약 112㎞ 떨어진 아구아스칼리엔테스라는 마을에 내린다. 다시 산을 오르는 버스로 갈아타면 마추피추 입구에 도달한다. 또 버스로 올란타이탐보까지 이동 후 여기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우루밤바에 여장을 푼 우리는 올란타이탐보까지 미니버스로 이동한 후 기차로 갈아탔다. 쿠스코에서 기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단축되는 까닭이다.
올란타이탐보역 주변에는 찐 옥수수며 손으로 짠 가내수공품을 팔러 나온 원주민들로 붐빈다. 수많은 아마존강 상류의 하나인 우루밤바강을 낀 계곡을 따라 기차가 달린다. 2시간쯤 달리자 마추피추로 올라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아구아스칼리엔테스다.

해발 2400m 고지의 능선에 자리잡은 마추피추로 올라가는 길은 구절양장이다.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일곱 구비를 오른다. 입구에서 ‘굿바이 소년’이라 불리는 아이가 버스에 오른다. 이 버스가 내려올 때 이 소년은 지름길을 이용해 달려내려 모퉁이에서 승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할 것이다. 다음 모퉁이에서 역시 인사를 해 ‘굿바이 소년’이란다.

조금 가파른 왼쪽 길을 오르자 잃어버린 공중 도시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들어낸다. 사람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1911년 하이럼 빙엄(Hiram Bingham, 1875~1956)이 이 유적지를 발견했을 당시 기분이 어떠했을까. 경이와 감탄에 찬 얼굴이 그려진다. 조망이 가장 좋다는 남쪽 산 중턱으로 향한다. 장례의식에 쓰인 너른 바위가 있고 그 뒤로 150구의 여자유골과 23구의 남자 유골이 발견된 묘지터가 있다.

마추피추는 가파른 능선위에 돌을 쌓아만든 많은 건축물과 계단식으로 쌓아올린 경작지가 잘 구획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곳을 크게 나누어 보면 중앙부의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태양신의 제단과 인티와타나, 콘도르 신전, 잉카(왕)의 집과 목욕탕 등이 있다. 인티와타나는 ‘태양을 묶는 기둥’이란다. 즉 보이지 않는 밧줄이 이 기둥과 태양을 묶어두고 있다고 믿었단다. 오른편에는 일반인들의 주거지가 펼쳐져 있다. 일반인들의 거주 지역에는 농민, 방문객 숙소, 수공업장, 감옥으로 사용된 건물들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 북쪽을 보면 우아나픽추가 우뚝 서있고 그 아래로 우루밤바 강이 휘돌아 흐르고 있다. 그 뒤로는 구름에 싸인 연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남쪽에는 쿠스코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잉카인의 길이 보인다. 제법 경사가 진 바위길을 내려가니 채석장이 나타난다. 쪼개다 만 바위가 보인다. 바위에는 일렬로 길게 홈이 파여 있다. 철을 사용할 줄 몰랐던 이곳 사람들은 이 홈에 나무를 넣은 다음 물을 부어 팽창하는 힘으로 바위를 쪼개었단다. 주거지역으로 들어가는 돌문을 지나 태양신의 제단과 천문대로 알려진 인티우아타나를 둘러본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면서 둘러보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북쪽에 있는 와이나피추(젊은산)까지 올라가 보려면 4~5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다시 내려오는 길. 오전에 같이 버스로 올랐던 일명 ‘굿바이 소년’이 인사를 한다. 7구비를 뛰어내려와서 인사를 하더니 맨 마지막 구비에서는 땀으로 범벅이 붉은 얼굴로 버스에 오른다. 관광객들은 박수를 치며 돈을 건넨다.

마추피추를 둘러보고 쿠스코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마을을 둘러본다. 아구아스칼리엔테스라는 기차역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은 작지만 성당을 비롯 시장과 인터넷카페와 안데스풍의 멋진 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이 곳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치차’(옥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술)를 파는 주막을 둘러보기 위해 차를 세운다. 치차를 파는 집은 긴 장대에 붉은색 봉지를 쒸워 놓아 금방 알 수 있다.
저 멀리 붉은색 봉지를 매단 장대가 있는 집에 들려 치차가 있는지 물어 본다. 집을 지키고 있던 소녀는 “요즘 손님이 별로 없어 치차를 담그지 못했다”며 미안해한다. 대신 양 손 가득 복숭아를 건네준다. 그 마음이 고마워 받아든다.

저 멀리 또 붉은 봉지를 매단 장대를 세워놓은 집이 보인다. 여기엔 마침 담가놓은 치차가 있단다. 누런색의 치차. 막걸리와 비슷하다. 커다란 오지독에 담긴 치차를 유리잔에 부어준다. 옥수수향과 신맛이 살짝 어우러진 맛이다. 처음엔 한 모금 맛을 보다 쭉 들이킨다. 옥수수가 잘 발효되도록 이곳 여인들이 옥수수 알갱이를 입으로 씹어 만든다는 말에 일행은 정색을 하고 마시지 않는다.

치차를 마신 다음 가족들이 사는 뒤채를 방문했다. 부엌에는 간단한 살림살이가 있을 뿐이다. 이들이 식용으로 기르는 쿠이(기니피그) 몇 마리도 탁자 아래 보인다. 생일이나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구이로 오른다고 한다.

쿠스코에서 마추피추로 이어지는 우루밤바 계곡이 참 아름다웠다. 멋진 자연풍경도 아름다웠지만 소박한 삶 속에서도 수줍은 미소로 복숭아를 건네던 그 마음이 더 아름다웠다. 사람의 훈기가 도는 이곳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플러스 α+++++

★교통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항공은 매일 10편이 운항되며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기상변화로 인하여 종종 결항되는 경우가 있기에 다음 일정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버스는 아방카이를 경유하여 쿠스코로 이어진다(20시간 소요)

★기후 쿠스코를 비롯 안데스 산지는 연중 10~15℃의 기온과 밭농사에 적당한 비가 내린다. 한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지만 아침 저녁으론 제법 쌀쌀하다. 가디건이나 긴옷을 준비해야 한다.

★음식 쿠스코에서 꼭 맛보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쿠스코의 맥주인 쿠스케냐다. 맛있는 음식으로 돼지고기 요리인 치차론과 피망에 고기를 채운 코토레예노, 소고기 꼬치구이인 안티쿠초와 쿠이 요리가 있다. 옥수수술인 치차와 고산병에 효능이 있는 코카차도 맛볼 것을 권한다.

★주의사항 페루의 리마나 쿠스코, 아르헨티나를 여행할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공중전화 부스나 식당에서 가방을 놓아두면 금방 없어지는 경우가 있고, 한 밤이나 새벽에 혼자서 외출은 금물. 뒷골목이나 재래시장도 혼자서 가면 날치기를 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택시를 탈 때도 사람이 타고 있는 택시는 절대 타지 말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택시는 합승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사람이 타고 있는 차는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복장 쿠스코를 비롯 마추피추는 고산지에다 자외선이 강하므로 선크림과 모자, 긴옷을 준비하면 좋다. 또한 고산병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남미 글·사진〓Travie Write 김원섭 gid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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