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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 아슬아슬, 불타는 도교 성지

“무당산은 중국의 명산으로 72개의 봉우리,
36개의 기암, 24개의 골짜기 등이 있다.
최고 봉우리는 1612m의 천주봉으로 그 주변
봉우리들이 천주봉 감싸듯 보여 신비하다.
무당산이 유명한 이유는 험준하고 신비로운
자연 경관 외에 명, 청나라 시대 역대 황제들에 의해
1000년에 걸쳐 지어진 산속 궁전으로
중국의 웅장하고 섬세한 건축기술을 감상할 수 있다.”
- 중국 세계문화유산 자료집 중


-도교의 성지 무당산(武當山)에 가다

무당산은 중국의 무협지와 영화 와호장룡 등 영화의 무대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무술도 무술이지만 무당산은 도교의 본산으로 수많은 도교 사원이 자리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당나라 때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이들 사원은 산 속 여기 저기 지어졌지만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오며 수 천 개의 건물은 현재 100여개만이 남아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건물은 태화궁(금전), 중국 도쿄 협회가 자리한 자소궁, 반쯤 부서져 공사가 한창인 난암궁 등이 있는데, 이들 건축물군은 1994년 12월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관리를 받고 있다.

무당산 입구부터 버스로 40여분, 구불구불한 절벽 길을 굽어 오르는 동안 산 전체에서 귤 향기가 풍기는 듯하다. 웬 귤 향기? 사실 이 지역은 감귤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곳곳에 넓게 자리한 귤나무 농장이 있어 제주도의 풍경과 많이 닮아있다.

그러면서도 선을 그리듯 부드러운 산세와 친숙한 수종들은 지리산을 연상시켰으며, 혹자는 두 개의 봉우리가 뾰족하다고 해서 마이산을 닮았다고 전하기도 한다. 한참을 달린 후 남암궁 호텔 지대에 도착했다.

-남암(南岩, 난연)궁 돌계단을 걸으며




돌계단을 오르니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남암궁이 얼굴을 내민다. 계단 공사가 한창인 길을 따라 내려가니 용의 9번째 아들인 우왕을 기리기 위해 황제가 하사했다는 비각 두 개가 보인다. 그 규모가 상당해 마치 이 것이 남암궁이 아닐까 착각을 일으킬 정도.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다는 바위틈을 통과하면 감춰져있던 남암궁 입구가 나타난다. 남암궁은 전설 속 신선인 현무대제가 마지막으로 도를 닦고 승천한 곳으로 현무대제(진무대제)를 기리는 명소가 곳곳에 자리했다. 참고로, 남암궁에서 ‘궁’은 왕실과의 관련보다는 불교 사원에서 ‘00사’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도교 사원을 보통 ‘00궁’이라고 표현한다고.

남암궁은 명나라 때 불태워진 후 다시 재건축한 것인데, 마당 중심에는 우물이 떡하니 자리했다. 이 우물은 명나라 때부터 맛을 인정받아 ‘감록’이라 불리며 성수로 쓰여 왔다고. 도를 닦듯 경건한 마음으로 남암궁 좁은 절벽길을 걷다보면 ‘용두향’이 나오는데, 절벽 위에 특 튀어나와 있어 아슬아슬하다. 용두향에 향을 피우기 위해 사람들은 목숨까지 걸었던 곳이라니 종교의 힘이 새삼 놀랍다.

-無로써 武를 깨우친 자소궁




남암궁을 나와 도교 협회가 있는 자소궁을 향했다. 무당산 중턱에 자리한 자소궁은 입구부터 흰색, 청색의 도포를 입고 상투를 틀어 올린 도인들이 수련하는 모습이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무당산에는 공식 도사만 100여명으로 청색 도포를 입은 제자들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다고 한다.

이들의 무예가 바로 태극권, 즉 무당무술이다. 무당무술은 소림무술과 쌍벽을 이루는 중국의 대표적인 무술로, 움직이는 ‘참선’이라고 불린다. 정확한 자세와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아름다움을 구현한다고. 그 상징도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태극문양으로 태극기와 닮아있어 친근하다. 태극권의 본고장에서 최고의 무술을 직접 보는 것만큼 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내 비장한 음악과 함께 관광객을 위한 무술 시범이 펼쳐졌다. 장내는 묘한 기운이 흐르고 부드러운 음악과 무술이 조화를 이루며, 음악이 무술인지, 무술이 음악인지 모를 부드러운 세계로 빠져드는 듯 하다. 느리고 부드러울 줄만 알았는데, 예상외로 무술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도인들은 동물로 변하기도 하고, 술에 취하기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하며 영화 속 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아쉬운 것은 무술 시범이 매일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럴 때는 수련 중인 도인들에게 승낙을 얻어 그 자리에서 시범도 요청해보는 것도 좋겠다.

-태화궁, 불타오르는 道心

무당산 최고의 도교 성지는 바로 1612m 천주봉 정상에 자리한 태화궁. 보통 도교의 상징인 건축물인 금전이라고도 불린다. ‘금으로 만든 궁전’을 뜻하는 금전은 목재 대신 동주조물로 집을 짓고 황금으로 도금을 했고, 내부에는 도교의 으뜸 신인 진무대제가 좌정해 있다.

이 곳에서 연신 사람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영험을 기원하는 것을 물론 행운을 기원하며 금전 지붕에 돈을 던지느라 여념이 없다. 베이징에서 옮겨와 500일 동안 꺼지지 않았다는 장명등도 알고 찾는 사람 눈에만 보이니 꼭 찾아보자. 참, 금전까지는 가파른 돌계단이 엄청나니 속도 조절을 하며 오를 것.

금전에 오르기 전, 한 건물 지붕을 뚫고 불이 솟아올랐다. 2003년 불이 나서 전소된 옥허궁을 떠올리며 가슴이 덜컹 했지만, 사실 이 불은 중국인들이 커다란 향초를 태우는 데서 비롯된 것이란다. 이 곳에서는 많은 중국인들이 1m나 되는 큰 향초를 짊어지고 오르는 모습도 진풍경을 연출한다.

도교 사원과 별도로 진풍경이 있다면, 바로 컵라면 잔치다. 순례의 길을 오르는 일도, 1~2시간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일도 만만치 않은 체력과 인내를 필요하기 때문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성지에 와서도 컵라면 쓰레기와 국물을 마구 버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태화궁은 보통 케이블카로 오르게 되는데, 산 속에 자리한 현대식 케이블카가 놀랍다. 무엇보다 수천 수백 명의 신자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기 때문에 1~2시간의 대기는 기본이다. 상황이 이러니 등산을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길도 험하지 않고 1시간 30분정도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새우인데 먹어보면 야채?

도교는 불교와 마찬가지로 살생을 금하기 때문에 채식을 주로 한다. 육식의 냄새가 몸에서 풍기면 ‘가짜 도인’이라고 낙인이 찍힌다니 재밌다. 관광객을 위한 메뉴에서도 산채 나물은 물론, 두부나 야채로 만든 가짜 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어 건강식으로 그만이다.

운동화 챙기세요! 무당산에 오를 때는 운동화는 필수다.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고 공사 중인 곳에서는 구두는 걷기 불편하다. 자물쇠를 챙기는 것도 센스. 계단 옆 난간에 자물쇠를 걸고 그 열쇠는 멀리 절벽 아래로 던져 영원한 사랑과 건강을 기원한다고. 여행을 가기 전에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자물쇠를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Travie photographer 박영은 youngeunid@hotmail.com
취재협조=동성아이팩 www.ipacktour.com 02-738-8121
중국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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