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공자의 숨결을 느끼다



어떤 물건인들 사연이 없겠냐마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공묘를 둘러보다 보면 전설이 없는 건물이 없고, 그 내력 또한 흥미롭지 않은 게 없다. 기둥하나, 비석하나가 새롭게 그 의미를 입어가니 작은 돌조각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잠시 춘추전국시대 그 역사의 회오리가 온몸을 감싼다.

태산에서 차로 한시간여를 달리면 취푸에 도착한다. 취푸는 춘추전국 시대 노나라의 수도이며, 문물과 고적이 많아 역사문화 박물관으로 불린다. 또한 중국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교육자, 유가학파의 창시자인 공자의 고향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묘, 공부, 공림이 있는 곳이다.

공묘는 공자사후 1년 후인 기원전 478년부터 건축되기 시작한 공자를 기리는 사원이다. 공묘로 들어서는 길가엔 좌우로 기념품을 파는 노점이 쭉 늘어서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표를 끊고 공묘로 들어서니 600년 이상 된 측백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우리나라의 고궁처럼 새로 페인트 칠을 하지 않아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엿볼 수 있어 좋다. 몇 개의 전각을 지나니 황금색 지붕을 가진 심상치 않은 건축물이 위용을 자랑하는데, 이것이 바로 공묘의 본전인 공자님께 제사를 드리는 대성전이다.

우리나라의 향교에도 있는 대성전의 원조격인 공묘의 대성전은 북경 고궁의 태화전에 이은 중국 제2의 대건축으로, 10개의 기둥에 용이 조각돼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중국에서 용은 황제를 상징하기 때문에, 황제가 공묘에 제를 지내러오면 붉은 천으로 기둥을 가렸다고 한다. 지금의 간판은 청나라 때 옹정황제가 직접 쓴 것이라고 하니 새삼 공자의 명성이 놀랍다. 공묘의 면적은 22만 평방미터에 달해 흡사 궁궐을 보는 듯한 웅장함이 있다.



어떤 물건인들 사연이 없겠냐마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공묘를 둘러보다 보면 전설이 없는 건물이 없고, 그 내력 또한 흥미롭지 않은 게 없다. 기둥하나, 비석하나가 새롭게 그 의미를 입어가니 작은 돌조각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잠시 춘추전국시대 그 역사의 회오리가 온몸을 감싼다.

공묘를 나와 동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공부가 나온다. 공부는 공자의 후손들을 위해 지어진 관서이자 사택을 말하는데,‘천하제일가’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에서 현존하는 가택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미로 같은 전각군을 걷다보니 거대한 벽화가 앞을 막는다. 황금만을 먹고살며 태양마저 삼키려 하는 탐욕의 상징인 ‘탐’ 이라는 동물을 형상화 그림이다. 취푸의 통치자인 공자의 후손이 대성전으로 집무를 보러 나갈 때마다 이 벽화를 보고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했다고 한다.

비록 퇴색되어 그 빛깔을 잃었지만,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그 의미가 더더욱 가슴을 파고든다. 공부의 후원에선 또 다른 벽화를 만날 수 있는데, 끝없이 펼쳐진 길이 그려져 있다. 이 벽화는 어느 곳에 서있어도 길이 자신을 향하는 느낌을 받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천하제일가라고는 하지만 좁은 사택을 벗어날 수 없었던 여인네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한참을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공묘와 공부는 취푸성내에 위치해 있지만 공림은 성밖으로 약 1.5km쯤 떨어져 있다. 공림은 공자묘를 비롯해 공자의 후손들이 묻혀있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무덤이다. 공림을 들어서는 순간 수목원을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나무들이 빽빽이 서 있었다. 이날은 황사도 어느 정도 걷혀서 산림욕을 하듯 느긋하게 숲길을 즐겼다. 아직 초록을 맘껏 뽐내지 못하는 나무들이 아쉬웠지만 이틀을 황사에 지친 폐가 공림의 공기를 달다 한다.

공자의 묘는 공림의 가장 안쪽에 있으며 아들인 공리의 묘와 나란히 있다. 거대한 고분을 상상하고 가서인지,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공자의 묘에서도 측백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중국에선 묘에 나무나 풀이 잘 자라야 자손이 번창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2500여년의 시공을 건너 아직 공자는 우리 곁에 있다. 우리의 생활, 문화 곳곳에 그가 살아 있음을 부정할 수 있는 이가 어디 있을까. 한번쯤 공부와 공묘, 공림을 거닐며 위대한 성인이 살았던 그 역사 속으로 짧은 산책을 떠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플러스 α+++++

★공묘, 공부, 공림은 공묘를 들어갈 때 끊는 입장권 한 장으로 세 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한 곳을 둘러 볼 때마다 펀칭으로 구멍을 뚫어서 확인을 하니, 입장권은 세 곳을 모두 둘러 볼 때까지 꼭 챙겨두도록 하자. 개장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이며 요금은 105위엔이다.

★태산, 곡부.. 그것만 보기엔 좀 아쉽다면 태산과 곡부로 성에 차지 않는다고? 시간이 없어서 문제지 갈 곳이 없겠는가. 춘추전국시대의 전차와 말들의 유골이 있는 고차박물관, 곧게 뻗은 낚시로 세월을 낚았던 강태공 사당, 샘으로 이루어진 공원 표돌천, 중국 4대사찰 중 하나인 영암사, 태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중국 3대 고대건축물 중 하나인 대묘, 지성인 공자에 버금간다하여 아성이란 명성을 얻은 맹자의 사당 맹부, 맹묘. 그 외에도 소어산, 대명호, 양가부 민속촌, 이수 대협곡 등 수많은 관광지가 즐비하니 마음껏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취해보자.

중국 글 사진 = Travie writer 신성식 neo2star@naver.com
취재협조 = 유쉘컴 황해페리 02-755-6500 호태투어 02-777-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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