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그 흐름을 늦추고 쉬어가는 진주 남강.
임진왜란 3대 대첩지로 이름을 알린 진주성을 보듬으며 흘러가는 강은 날이 저물면
도시와 성곽의 빛을 받아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치장을 아끼지 않는다.
진주는 마치 도시의 이름과도 같은 보석처럼 야화로 피어나 여행자들을 일으켜 산책을 일삼게 한다.



-진주의 잠 못 드는 밤

경상남도 진주에서 밤잠을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의 한쪽 끝 진양호에서부터 시작된 노을이 도시 전체로 퍼져나가고 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면 진주는 마치 새롭게 단장한 각시처럼 옷을 갈아입는 탓이다. 임진왜란의 역사, 그리고 넉넉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용한 도시의 모습은 사라지고 눈부신 야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진주시의 밤풍경이 이처럼 달라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총 70여억원을 들여 2004년부터 시작된 야간경관조명사업은 올해 4월 마무리됐다. 도시의 동쪽 편 진양교에서 시작된 화려한 야경은 남강을 따라 서쪽 끝 진양호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이나 아름답지만,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진주성 성벽을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며 거니는 코스다.

진주교에서 시작된 산책은 촉석루를 지나 성벽을 건너다보며 천수교로 이어진다. 진주 야경은 깊은 강물 속으로 길고 긴 빛의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운치를 더한다. 성벽은 주황색 조명을 받으며 어둠 속에서 더욱 도드라지고 잘디잔 남강의 흔들리는 물결은 꽃처럼 만개한다. 벼랑에 꼭 붙어 서 있는 뒤벼리 교량난간과 천수교, 진주교도 제 멋을 뽐내며 빛의 향연을 펼친다.

천수교를 건너 진주성의 서장대를 바라보는 위치에 서면 진주 야경의 백미 ‘음악분수대’를 만날 수 있다. 원형으로 이뤄진 분수는 클래식부터 댄스곡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푸르게, 노랗게, 붉게 음악과 조화를 이루며 한밤을 수놓는 분수는 수직으로 솟아오르며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다가는 물안개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밤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한다.

-임진왜란의 영웅을 만나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조명이 잦아들면 진주는 화장기 걷힌 얼굴로 역사를 이야기 한다. 진주성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3800여명의 적은 군사로 2만여명의 왜군을 물리친 전승지다. 임진왜란 하면 흔히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당시 또 다른 충무공이 있었으니 바로 진주의 김시민 장군이다. 바다에서는 이순신, 육지에서는 김시민이라고 할 만큼 김 장군이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 바로 진주성이다. 하지만 이듬해 6월 왜군 10만여명이 다시 침략, 7만여명의 민·관·군이 이에 맞서 싸우다 순국한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성의 정문인 공북문으로 입장하면 널찍한 잔디밭이 한적한 공원을 떠올리게 하고, 김시민 장군의 동상을 지나 성벽을 따라 남강을 바라보며 발길을 옮기면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촉석루’를 만나게 된다. 하늘을 떠받치듯 위용을 자랑하는 26개의 기둥과 단 한 그루의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대들보가 눈길을 끈다.

촉석루 바로 옆에는 왜장을 껴안고 푸른 남강으로 몸을 던진 의기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의기사’가 자리 잡고 있다. 촉석루 아래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논개가 순절한 바위인 ‘의암’이 강 위로 솟아올라와 있다. 지금도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몸부림치는 적장을 자신의 두 팔로 포박한 논개가 가라앉는 모습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성곽 안에는 임진왜란의 유물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진주국립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내부는 마치 성벽을 따라 올라가는 듯한 구조로 돼 있어 현장감을 더하고 갖가지 무기들과 갑옷, 그리고 장군들의 유품이 가득히 전시돼 있다.

-나, 자연으로 돌아갈래~

진주의 자연은 남강이라는 풍부한 수자원과 지리산의 기개, 그리고 온화한 기후가 어우러지며 도시를 풍요롭게 한다. 남강 서쪽 끝에는 드넓은 ‘진양호’가 겹겹이 산들을 병풍처럼 뒤에 거느리고 있다.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진양호 일주도로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호수가 두 눈으로는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바다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매주 토요일(오후 2~6시)마다 힘이 넘치는 전통 소싸움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소싸움경기장이 있으니 이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시내에서 문산읍을 지나 마산방면으로 달려가면 ‘경상남도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17만여평의 면적에 1500여종에 달하는 꽃과 각종 식물로 뒤덮인 이 수목원에는 열대식물원, 무궁화공원, 야생동물원 등의 다양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어 자연생태 종합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수목원내의 산림박물관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산림의 소중함과 신비함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나무의 결을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등 다양한 테마의 전시관이 발길을 붙잡아 하루를 보고 배워도 모자랄 노릇이다. www.jinju.go.kr

+++++플러스 α+++++

★ 진주의 맛- 전주에도 비빔밥이 있지만 ‘진주비빔밥’<사진>은 또 다른 맛이다. 각종 나물을 밥 위에 얹고 잘게 저며낸 싱싱한 육회와 함께 비벼먹는 맛이 매우 담백하다. (천황식당 055-741-2646) 그리고 진주식 한정식인 ‘진주교방음식’, 널따란 상 한가득 꽃밭처럼 다채로운 음식들이 펼쳐진다. (아리랑한정식 055-748-4556)

★ 숙소정보- 남강을 따라 이어진 진주의 야경을 감상하며 잠을 청하고 싶다면 ‘동방관광호텔’(055-743-0131)을, 진양호의 고즈넉한 자연을 벗하길 원한다면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055-746-3734)을 추천한다.


취재협조=진주시청 문화관광과 055-749-5086
진주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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