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의 하루’ 천국 같은 일상의 휴가



한쪽 면을 온전히 인도양과 접하고 있는 서호주는 다양한 항구도시들이 발달해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퍼스에서 살짝 남쪽으로 내려와 인도양을 마주보는 아담한 항구도시 ‘프리맨틀(Fremantle)’. 19세기 초 바다를 건너온 초기 영국인들의 이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은 도시 건축물의 70% 정도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19세기의 풍경을 잘 보존하고 있다. 프리맨틀은 항구도시 특유의 자유로움과 여유가 넘치는 곳이다. 큰 나무 그늘 아래 아무렇게나 누워 책을 읽거나 뛰노는 아이를 바라보는 이곳 사람들의 여유는 살랑거리는 인도양의 바람만큼이나 정겹다.

항구도시의 북적거림이 궁금하다면 19세기 장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프리맨틀 마켓’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1897년부터 조성된 거리마켓은 현재 150여개의 노점상들이 성업중이라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미테이션 목걸이와 반지 등이 전시된 간이 판매대부터 고가의 목공예품을 파는 반듯한 가게까지 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시장 안쪽 음료수를 파는 가게에서 즉석 밴드의 공연이 벌어지는가 하면 시장 입구에서는 언제 시작됐는지 모를 거리 공연이 한창이다. 특히 시장 바깥으로 조성된 카페거리에는 다양한 커피숍들의 노천 테이블이 길가를 꽉 채우고 있는데, 이곳의 카푸치노는 깊은 맛과 풍부한 거품으로 유명하니 커피 애호가라면 꼭 맛보길 권한다.

프리맨틀이 19세기풍의 고풍스러운 항구도시였다면 남쪽의 고급주택가인 ‘만두라(Mandurah)’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흥 부촌이다. 도심과 약간 떨어져 개발되는 주택가이자 부호들의 별장지인 만두라에는 유람선을 타고 주위를 둘러보는 1시간 소요의 투어가 운영중이다. 강을 따라 양옆으로 세워진 고급 주택들은 짙푸른 물살과 함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이곳의 집들은 자가용처럼 집 앞에 1~2척의 색다른 요트들을 정박시켜 놓아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집 안쪽으로는 영화관과 수영장 등이 설치돼 있다. 평균 집값은 200만 달러. 2001년부터 개발을 본격화 한 이래 지금은 1년에 10만명 정도가 이주할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20만 달러였던 집값이 2년 만에 3배 이상 치솟았을 만큼 부동산으로는 호황을 맞고 있는 추세라 현재도 곳곳에 공사가 한창이다.

만두라의 또다른 볼거리는 반짝이는 수면 위를 활강하는 돌고래들이다. 약 80~100마리 정도가 이곳을 자기의 영역으로 알고 생활한다고 하는데 유람선을 타고 가다보면 멀리 고래들의 머리를 볼 수 있다.

고요한 일상의 휴식을 보장하는 해변도시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소개해야겠다. 지도를 펴놓고 마가렛 리버<5월1일 월요일자 현지취재 참조> 와인 지역 경계선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지오그라피 베이(Geographe Bay)와 만나는 곳에 버셀톤(Busselton)이 위치해 있다. 마가렛 리버의 르윈농장을 출발해 프리맨틀로 가는 길목에서 2km의 방파제가 둘러싸고 있는 부두 버셀톤 제티에 잠시 들렀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재 부두로 꼽히는 버셀톤 제티는 현재 관광용으로 보존돼 있는데 평화로운 풍경 때문에 관광객 뿐 아니라 시민들의 사랑도 한 몸에 받는 명소다. 이곳에서는 낚시와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등이 가능하다. 한때는 관광객들을 위한 미니 기차를 운행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정기적으로 운행하지는 않는다고 하니 이용하려면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사실 머무른 시간은 짧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호주다운 지역’ 중 하나로 이곳을 꼽고 싶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모래사장에서 햇빛을 즐기는 한 여인과 발자국 도장을 찍는 물새들. 호주가 부러운 건 이곳에 내장된 풍부한 지하자원이 아니라 맑고 청명한 자연 아래 여기저기 돗자리 하나 깐 채 햇빛을 즐기는 이들의 여유로운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서호주의 해양산업이 한눈에



해양도시 서호주의 역사와 자원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바다’다. 대개의 항구도시가 그렇듯 프리맨틀에도 잘 조성된 해양박물관이 들어서도 있다. 3년전 오픈한 박물관은 인도양관, 낚시관, 해양스포츠관 등 7개의 테마로 구성돼 있는데 호주의 원주민인 아보리진의 옛 낚시배와 낚시법을 비롯해 다양한 선박들이 전시돼 있다.

용도에 따라 다르게 꾸며진 배들을 통해 호주의 주력 수출산업을 알 수도 있는데 서호주에서만 연간 35억 호주달러를 벌어들이는 가재잡이나 연 2억 호주달러에 달하는 진주산업, 이제는 보호되고 있지만 1790년대 성업했다는 고래잡이 등 색다른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메인 전시장 주변으로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영상실이 자리하고 있고, 옆 임시전시실 꼭대기에는 연회장이 마련돼 있다.

현재 박물관에는 내국인을 포함해 연 20만명 정도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박물관측은 “다양한 국제 박람회 등에 참석해 호주여행객들이 우리의 해양 박물관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오픈시간은 오전9시30분부터 5시까지. 입장료는 성인 10호주달러, 어린이 3호주달러다.


++++++플러스 α++++++

-호주 최고(最古)의 조폐국

1899년 영국 왕정 조폐국의 지국으로 개관한 ‘퍼스 조폐공사(Perth Mint)’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조폐국이다. 이제는 화폐를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메달과 기념주화 등은 물론 헬로 키티 주화 등 다양한 기념동전들을 꾸준히 주조하고 있다.

황금 용해실에서는 금을 녹여 6kg에 달하는 금괴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관람 갤러리에서는 금, 은 및 백금화폐의 주조과정도 관람할 수 있다. 주조과정 외 1800년대 골드러시를 맞아 한창 성장기에 있던 당시 서호주의 풍경도 좋은 볼거리. 기념품점에서는 방문객들을 위해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도금 기념주화도 판매한다.

취재협조=서호주정부관광청 02-6351-5155
캐세이패시픽항공 02-311-2740
서호주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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