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빛 지중해 아름다운 문화 속 여행



지중해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지상의 낙원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하얀 집 그리고 파란 대문과 비취빛 바다는 지중해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지중해가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서양 문명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유럽 문화의 토대를 이룬 그리스·로마 문명이 일어난 곳이요. 다른 지역의 발달된 문물을 받아들임으로써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운 곳이다. 그래서 지중해를 ‘문명의 호수’라 부른다. 지중해에 면한 많은 지역 중 인간중심의 문화와 아름다운 섬으로 대변되는 그리스와 지중해 한가운데 진주처럼 박혀있는 몰타,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튀니지로 차례차례 가슴 설레는 여행을 떠나보자.

-언덕위에 흐드러진 야생 양귀비가 아름다운 수니온 곶

아테네 베니젤로스 국제공항에 내리자 상큼한 레몬향을 담은 지중해의 바람이 분다. 아테네 남쪽 피레우스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해안 아폴로코스트를 따라 수니온 곶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지중해가 펼쳐진 이 길은 영화 ‘페드라’의 촬영 장소다. 사랑할 수 없는 여인, 새엄마를 사랑해버린 알렉시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그는 이 아름다운 길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를 들으며 지중해 푸른 바다에 그 젊음을 접고 만다.

1시간쯤 남쪽으로 달리자 멀리 수니온 곶 언덕 위에 바다의 신(神) 포세이돈을 모신 신전이 보인다. 블루의 향연, 날씨에 따라 해의 방향에 따라 깊이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의 블루가 펼쳐진다. 광활한 언덕위에 흐드러진 붉은 색 야생 양귀비와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기원전 5세기 중엽, 바다를 관장하는 신답게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세운 신전. 당시엔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졌을 것이나 지금은 도리아식의 원기둥 15개만 남아 사람들을 맞는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지중해의 풍경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신화의 강을 거슬러 문명의 고향 그리스 아테네

세계최초로 민주정치가 시작된 곳, 그리스 여행의 중심은 아크로폴리스다. ‘아크로’가 높다는 뜻이니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높은 언덕 위에 있는 도시국가란 의미다.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 아래 술의 신 디오니소스신전이 있고 그 옆에 디오니소스 원형극장이 보인다. 옛 아테네 사람들이 주 음악당으로 사용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희비극이 시연되었던 곳이다. 대리석이 기반암을 이루고 있는 언덕을 올라간다. 아크로폴리스의 관문격인 불레문을 통과하니 ‘나이키’로 잘 알려진 승리의 여신 ‘니케’를 모신 신전이다. 신전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아테나여신을 모신 파르테논 신전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균형 잡힌 건축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1호로 지정된 신전이다. 신전 옆으로 6개의 소녀상으로 유명한 에렉티온 신전이다. 2미터 남짓의 소녀상을 기둥으로 한 주랑의 아름다움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이어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임을 말하고 숨져간 감옥을 들리고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신타그마(헌법)광장과 무명용사의 비를 둘러본다. 마침 11시 정각이라 의장병들의 교대식이 진행되고 있다. 큰 보폭으로 징이 박힌 구두로 ‘탁, 탁’ 소리를 내며 교대식이 펼쳐진다.

-그리스 살로닉 연안의 세 섬을 돌아보는 크루즈



다음날 아침 아테네 남쪽 피레우스항으로 향한다. 이곳은 인근 연안의 여러 섬과 지중해, 그리고 멀리 유럽으로 오가는 배들이 정박하는 곳이다. 그리스에서 지중해 여행의 진수를 맛보려면 이곳에서 출발하는 다양한 일정의 크루즈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는 피레우스 항을 출발해 이드라(Hydra), 포로스(Poros), 애기나(Aegina)섬을 돌아보기로 한다.

지오르기스호에 오르자 그리스 전통의상을 입은 승무원들이 환하게 반겨준다. 흥겨운 민속음악이 흐르고 배는 뱃고동을 울리며 항구를 빠져나간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항구를 떠나듯이 말이다.

맨 처음 내린 곳이 이드라 섬. 이곳의 멋진 풍경에 반해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단다. 바다를 낀 마을은 지중해 특유의 색이다. 하얀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이어지고 대문은 바다를 닮은 파란색을 칠했다. 항구에서 나귀를 빌려 타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이 나귀. 경사가 심한 언덕을 올라갈 때는 물론 생필품 운반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바닷가는 온통 노천카페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며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과 하얀 보트가 줄지은 항구를 지나 산모퉁이까지 걷는다. 아름다운 항구의 풍광을 담고 있는 예술가, 다정한 연인들 그리고 여행객을 태운 나귀가 보인다. 산모퉁이를 지나자 풍차가 보인다. 바람을 잘 받아드리도록 바다로 튀어나온 곳의 언덕위에 여러 대의 풍차를 세웠다.

다음으로 들른 섬은 포로스 섬. 작지만 이쁜 섬이다. 선착장 뒤편에 있는 시계탑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경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마을 뒤로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고 바다 건너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끝 부분이 보인다. 옛날에는 반도와 붙어 있었고 지각변동으로 작은 섬으로 남았다.

“애기 나러 에기나 섬에 가자”는 우스개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른 에기나 섬. 오래전 한 때 독립국가로 아테네와 자웅(雌雄)를 겨루던 섬이다. 세 섬 가운과 피레우스항구와 가장 가깝고 제일 큰 섬이다. 섬에 내리자 하얀색의 아담한 그리스 정교회 건물이 보인다. 일행 몇몇은 1유로짜리 촛불을 밝힌다.

이곳은 파스타치오와 수산물 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파스타치오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지나자 수산물 시장이다. 시장 뒤편 골목 문어구이. 이곳의 명물 문어를 석쇠에 올려 노릇하게 굽고 상큼한 레몬을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얼음을 넣은 잔에 그리스 토속주 우조를 따라 흔들자 우유빛으로 변한다. 행복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다시 항구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서쪽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배안에서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그리스 전통춤 배우기가 한창이다. 미끈한 무용수가 시범을 보이고 유창한 한국말로 스텝을 밟는 요령을 알려준다. 이어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불러내어 ‘강강수월래’와 비슷한 춤으로 선실을 몇 바퀴 돈다.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플러스 α+++++

★교통 : 우리나라에서 그리스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 카타르항공을 이용하는 방법과 로마, 프랑크푸르트, 이스탄불을 거쳐 들어간다. 현지 대중교통은 버스와 택시가 일반적이며, 아테네 시내는 트렘 이용도 가능하다.

★입국 : 3개월까지는 무비자.
★환전 : 유로화가 쓰인다.

★기후 : 위도 35°~45°의 중위도 고압대에 위치해 있다. 적도에서 상승한 공기들이 이곳에서 하강하기에 봄과 여름, 초가을에는 맑은날이 이어진다. 그러나 11월부터는 공기의 수렴대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편서풍의 영향으로 저온 다습한 기후가 이어진다. 봄과 가을이 여행하기에 좋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비가 자주 내리므로 우비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음식 : 수블리끼 삐타가 있다. 호떡처럼 둥글게 생긴 얇은 빵에 고기와 감자를 넣어먹는 음식이다. 신선한 야채와 올리브 오일이 곁들여 먹는 식사라 우리입맛에도 잘 맞는다. 그리스 포도주도 맛있다.

취재협조=카타르 항공 02-3708-8542
융프라우 02-771-5121
그리스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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