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200%의 감동을 만나다

스위스 몽트뢰에서 골든패스 라인을 타고 루체른을 향해 달린다. 스위스의 평지와 산악지대를 넘나드는 기차는 봄 들판을 가로질러 진눈깨비 날리는 눈 덮인 봄 산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나아간다. 밖의 풍경을 끌어당기는 다채로운 전망창을 통해 질 좋은 호화판 와이드비전 영화 속 풍경이 쑤욱 눈 안으로 다가든다. 아끼는 음악까지 함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산의 여왕, 리기를 하이킹하다

알트 고다우(Alth Goldau)에서 올라탄 파란 색 산악열차는 30분여 경사진 리기 산등성이와 계곡 사이를 요리조리 달려 나간다. 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믿기 힘든 눈 덮힌 산의 장관, 믿기 힘든 호수의 물 색, 손에 닿을 듯한 푸른 언덕배기에는 종종 보이는 들꽃. 그 풍경에 눈을 맞추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30여 분 최고의 청정 자연을 달려, 내린 곳은 정상이 가까운 리기 컬름(Rigi Kulm) 역. 해발 1,800m 리기 산 하이킹을 위해 열차에서 내린다. 하얗게 눈 덮힌 리기 산 정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따뜻하다. 현장 학습을 온 듯한 한 무리의 학생들이 소란스레 주변을 휘젓고, 지금부터 리기 산 정상을 지나 리기 칼트바드(Rigi Kaltbad)까지 약 90분간의 하이킹이 시작된다. 순백색 산 위에 쨍 하게 드리워진 파란 하늘, 더불어 어김없이 풍요로운 햇살을 받으며 가뿐히 산길을 걷는다. “참 좋다, 참 좋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쨍한 공기. 그 안에서 지천인 눈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눈을 뭉쳐 서로서로 툭툭 던져 대다 드디어 눈 싸움이다.

하이킹 중 잠시 숨을 고르고 아래 동네를 전망하는 시간은 정상에 선 사람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묀히, 아이거, 융프라우, 티틀리스 등 스위스의 산들과 호수, 인접 지역의 도시까지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후루룩 펼쳐진다. 내려오는 언덕배기에 밥풀을 뿌려놓은 듯 피어난 야생화, 쿠르커스에 눈길을 빼앗길 때쯤이면 리기 칼트바드다. 하이킹이 끝나고 산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온전히 자신을 풀어 놓아 본다. 체험해 보고야 비로소 안다, 그런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리기 칼트바드 바위 뒤에 숨어 있는 펠젠카펠은 샘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작은 성당으로 60여 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대자연의 품속에 다소곳이 자리한 그 단촐함과 소박함이 더욱 큰 감동을 준다.

-루체른을 걸어서 돌아보다



아침 7시30분쯤 몽트뢰를 떠난 골든패스 라인이 루체른(Luzern)에 도착한 것은 낮 1시가 조금 넘어서이다. 기차 안에서 포도주 한잔 곁들여 스위스 전통 음식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들고 나서인지 새롭게 만나는 루체른이 더욱 기분 좋게 다가온다.

루체른 중앙역을 나서니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드는 가운데 지하철 역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학생들이 유난히 생기 있다.

루체른은 호수와 알프스, 중세 건축물들이 잘 보존된 중세 도시의 분위기와 더불어 현대적인 산업도시의 면모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저 멀리 카펠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루체른의 대표 명물이자 상징물인 카펠교는 1333년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로 길이 285m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쨍 하니 푸른 강물 위에 비스듬히 자리잡고 있는 카펠교를 배경 삼아 하얀 백조들이 여유 있게 유영하며 떠 있는 모습은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까지 어우러져 차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중앙역에서 강변을 따라 카펠교를 지나 걸어가다 보면 강 왼편으로는 단아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제수이트 성당이 자리잡고 있고 다리를 건너 들어간 구시가지의 골목골목은 오래 된 장터와 종탑, 유머가 넘치는 광대 분수와 각종 부티크 숍까지 다양한 볼거리들로 넘쳐난다. 그중 구시청사 부근 골목 안에는 로젠가르트 가문에서 시에 기증한 피카소 작품들을 모아 전시해 놓은 피카소 박물관도 있다. 구시가지의 골목을 빠져나와 호수를 바라보며 루체른의 또 다른 명소 호프키르케 쪽으로 타박타박 걸어가 본다. 호프키르케를 바라보며 왼쪽으로 10분가량 들어가면 프랑스 혁명 당시 왕가를 지키다 숨져 간 800명의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빈사의 사자상’을 만날 수 있다.

‘스위스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루체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로이스 강과 피어발트슈테터 호수다. 이 물길을 따라 20여 척의 유람선과 외륜증기선이 운항되고 있고 런치, 디너 크루즈 등의 상품도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호수 주변 지역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다. 또한 등산 열차와도 연결이 용이해 알프스의 고봉들을 찾는 이들 또한 즐겨 이용하고 있다.

★ 스위스 트래블 시스템만의 특별한 서비스

유럽 국가 중 철도 여행하기 좋은 나라 중 하나는 단연 스위스다. 촘촘한 철도망과 정확하게 스케쥴을 지키는 스위스 철도는 서비스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그 중 돋보이는 서비스 하나는 7개의 스위스 주요 도시에서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역 구내에서 쇼핑, 은행 업무, 여행 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일 시티' 서비스다. 휴일에도 항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며, 여행객이나 일반인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또 다른 특이한 서비스로는 짐은 따로 맡기고 자유로운 열차 여행을 할 수 있는 '수하물 운반 서비스' 다. 보통과 속달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스위스 패스 혹은 스위스 패밀리 카드를 지닌 여행객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취재협조=레일유럽 02-3789-6110
스위스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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