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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지진활동은 잦아들지 않는 온천수를 일본에 선물했다. 어디를 가든 온천수가 더운 김을 뿜어내며 온천향기 속에는 제각각의 사연이 스미고 표정이 밴다. 봄날 흩날리는 벚꽃만큼 흐드러진 게 온천이요, 솟았다 싶으면 명탕이다. 3대 ‘명탕’이니 ‘고탕(古湯)’이니 ‘명천’이니 하는 수식어가 여행객을 기분 좋은 혼란에 빠뜨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 혼란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간사이 온천여행’을 일본의 3대 온천마을로 향하는 여행길이라고 해도 비난의 여지는 작을 듯싶다. 내로라하는 온천지로 손에 꼽는 유명한 온천이 2곳이나 포진해 있기 때문. 일본의 3대 온천 중 하나로 꼽히는 시라하마온천과 아리마온천이다.

-바다를 품은 일본의 3대 온천

간사이국제공항이나 오사카 시내에서 차량이나 철도로 2시간30분 정도면 시라하마 온천마을의 그윽한 풍취에 안길 수 있다. 시라하마는 아리마 온천, 도고온천과 함께 일본의 3대 오래된 온천마을이며 동시에 벳부, 구사츠 온천과 함께 3대 명탕으로도 불린다. 명불허전이라, 시라하마 온천은 1300년의 역사를 지닌 고온천답게 무려 120여개에 이르는 천연원천을 갖고 있다. 온천을 갖추고 있는 호텔들만도 90여개에 이른다.

‘하얀 해변’이라는 뜻을 지닌 시라하마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곳의 온천은 바다로 인해 매력이 더 크다. 태평양 바닷가를 따라 솟아오른 천연 온천수를 원래의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려가면서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온천시설들에서 탁 트인 바다경관과 함께 온천욕을 만끽할 수 있으며, ‘사키노유 온천’처럼 달랑 대나무 칸막이 하나가 남탕과 여탕의 경계가 되고, 바닷물이 무람없이 넘실대는 으밀아밀하면서도 개방적인 노천탕들도 부지기수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시라하마 온천파크’는 태평양의 호쾌한 경치를 감상하면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기슭에 호젓하게 들어않은 품새가 아늑함을 더하고, 오솔길을 따라 나체로 걷는 홀가분함도 느낄 수 있다. 가족여행객이라면 가족탕을 대여할 수 도 있다. 눈 아래 숲과 작은 온천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원경은 아득하게 펼쳐진 태평양의 수평선이 채우고 있다. 수 백 년 묵은 나무 욕조에 몸을 담그며 그런 풍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행복이다.



-오감으로 즐기는 노천온천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씨모어 호텔(Seamore Hotel)’은 파도소리가 선사하는 ‘청각욕’까지 곁들일 수 있는 해변 온천시설이다. 발아래 파도를 발판으로 삼은 노천탕은 온천수가 전하는 촉각과 후각에 파도가 간질이는 청각과, 바다가 던지는 호쾌한 시각적 미까지 더해져 모름지기 노천탕은 이래야 된다는 섣부른 취흥에 휩싸인다.

시라하마 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그린힐호텔’은 최고 해발고도에서 즐기는 노천욕의 추억을 안긴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직사각형의 노천 욕조는 10여명 들어가면 맞춤인 정도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와, 해변과, 하늘은 가슴에 다 품을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맑고, 높다. 그린힐호텔 인근에는 18홀 규모의 골프장도 들어서 있어 온천여행을 겸한 골프여행도 가능하다.

‘야나기야 온천’처럼 규모는 객실 56실로 작지만 3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온천호텔에 몸을 담글 수도 있다. 아기자기한 온천마을의 골목에는 일본 3대 고탕 시라하마의 고즈넉함이 고스란하다. 골목의 ‘족탕’ 시설에 발을 담그고 족탕은 대관절 무슨 맛이냐며 시답지 않은 농을 던지는 순간조차 천년 온천마을의 관록이 스친다.

-볼 것 많아 더욱 매력적인

온천이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시라하마 명칭의 유래를 실감할 수 있는 시라하마 해변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해변은 우리네 해운대와 같이 여름이면 수 백 만 명의 피서객들이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 매년 호주에서 수입해 뿌린다는 백사장은 곱고 새하얗다. 경사는 완만하고 물빛은 동남아 외딴 섬의 옥빛 저리가라이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시라하마의 그윽한 분위기는 해질 무렵 엔게츠도(엔월도)에 물씬하다. 엔게츠도는 오랜 세월에 걸친 바다의 침식 작용으로 섬 중앙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 엔(円) 자 형태를 띠게 된 작은 섬이다. 해질 무렵이 되면 엔게츠도는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을 바다위에 늘어뜨리고, 섬 중앙의 구멍 속으로 식은 태양을 품는다. 가히 시라하마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수 백 년 전 일종의 해적이었던 ‘쿠마노 수군’이 배를 숨겼던 은신처였던 ‘산단베키 동굴’도 명물이다. 높이 60m의 깎아지른 절벽이 2km에 걸쳐 펼쳐지고 절벽 안에는 크고 작은 동굴들이 제각각의 낯빛으로 숨어 있다. 동굴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6m 아래로 내려가면 옛 쿠마노 수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유적이 호기심을 키우고, 성난 듯 우르르 몰려와 철썩~ 후려치고 미련 없이 사라지는 파도의 포효도 한 치 앞이다.

또 다른 명소 ‘센조지키’는 그 면적이 다다미 1000장 정도에 이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거대한 암석대지가 바다와 경주하듯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다다미를 층층이 포개 놓은 듯 희귀한 외양은 들여다볼수록 희열을 키운다. 사라하마는 감귤, 매실 등의 과일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여행객을 위해 곳곳에서 감귤 따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700엔 안팎의 요금으로 감귤 밭에서 맘껏 싱싱한 감귤을 따고, 맛보는 경험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취재협조=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02-777-8601/www.jnto.go.jp
일본 시라하마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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