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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고장 아오모리[靑森]

인천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반 남짓 떨어진 일본 혼슈의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靑森]현. 환태평양조산대(環太平洋造山帶)의 일부로 활발한 화산활동과 격렬한 지각운동으로 수려한 산과 계곡이 산재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가리비, 오징어, 해삼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넓은 해안평야와 구릉지가 넓게 펼쳐져 있어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일구어왔던 곳이다.

공항에서 오이라세 계류로 가는 길 옆에 핀 사과꽃이 화사하다. 기름진 땅과 맑은 물, 일교차가 큰 기후는 이곳을 사과의 명산지로 만들어 놓았다. 사과하면 아오모리가 떠오를 만큼 사과로 유명한 곳으로 일본 사과 생산량의 절반이 이곳에서 난다고 한다. 버스로 두 시간을 정도 달리니 깊은 원시림속에 시원하게 흘러가는 오이라세 계류가 보인다. 계류를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금방이라도 숲의 요정들이 튀어나올것 만 같은 길이 14㎞나 뻗어있다. 이 계류는 해발 400미터 산중에 위치한 전형적인 칼데라 호수인 도와다호수에서 흘러내리는 계류다.



-신비로운 고층습원과 핫코다[八甲田]

핫코다[八甲田] 산 중턱 너도밤나무 숲속에 자리잡은 죠가쿠라 호텔에서 맞는 아침은 더없이 상쾌하다. 인근의 핫코다 로프웨이를 이용하여 단 숨에 산정에 닿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계절은 뒤로 흘러 겨울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이 장쾌하다. 아래로 연둣빛 너도밤나무 숲이 펼쳐지고 그 뒤로 만을 낀 아오모리시가 보인다.

핫코다 산은 아오모리 현의 중앙부에 늘어선 휴화산 군(群)의 총칭으로 해발 1,584.6미터의 오다케(Mt.Odake)가 제일 높다. 이도다케(Idodake, 1,550m)는 분화구로 화산활동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곳곳에 늪과 고층습지가 있으며 원생림과 고산식물이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곳이다.

오늘 트레킹은 타모야치다케(Tomoyachidake) 아래쪽 타모야치 습원(Tomoyachi Marsh)을 지나 아카쿠라다케(Mt.Akakuradake, 1548m)와 이도다케(Idodake, 1,550m)를 지나 오다케대피소에서 이어지는 스카유(酸ヶ湯)온천 방향으로 내려오는 일정이다. 트래킹 시간을 4시간 정도로 잡는다.

산악가이드 히라이켄지씨의 트레킹코스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발걸음을 옮긴다. 바로 넓은 설원이 펼쳐지고 지난 겨울 거친 눈보라와 매서운 추위를 견뎌온 삼나무가 드문 드문 서있다. 10분쯤 걸어가자 다모야치 고층습원이 보인다. “이곳은 고층습원 보호지대라 눈이 덮여 있을 때만 지날 수 있어요. 눈이 다 녹으면 저 위로 돌아서 가야 합니다.” 이라이켄지씨의 말이다.

해발 1,324미터 타모야치다케에서 스며든 물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나 습원을 이루고 있다. 잔설이 녹은 아래쪽을 살펴보니 연둣빛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 그 아래쪽에 주변보다 높게 렌즈모양으로 볼록하게 돋아오른 고층습원이 몇 개 자리잡고 있다. 이런곳의 토양은 일반적으로 영양분이 빈약하고 분해되지 않은 유기질에 의한 부식의 영향으로 산성화되어 있다. 이런 입지조건 때문에 물이끼류(Sphagidae)가 생육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물이끼의 이탄(泥炭)이 렌즈 모양으로 볼록하게 돋아 오른 것이다.



-고산식물대에서 만나는 앙증맞은 돌매화

해발 1548미터의 아카쿠라다케(Mt.Akakuradake)로 오르는 길. 주변은 작은 관목숲이다. 옆으로 좀솔송나무며 산벗나무, 만병초나무가 낮은 키로 자라고 있다. 아카쿠라다케 정상에서 되돌아보니 로프웨이역이 조그맣게 보인다. 여기서부터 분화구가 있는 이도다케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오래전 격렬한 화산활동의 흔적이 곳곳이 보인다. 서쪽과 남쪽은 비교적 완만한데 동쪽으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1년의 절반 이상을 빙설에 덮여 매서운 추위와 강풍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을 지켜온 바람꽃, 시로미, 돌매화가 앙증맞은 얼굴을 내민다. 반갑다.

분화구를 따라 오다케대피소로 내려오는 길 중간에서 다리쉼을 한다. 눈 앞으로 핫코다 산 일대에서 제일 높은 오다케(Mt. Odake, 1584.6m)와 코다케(Mt. kodake, 1478m) 그리고 다카다오다케(Mt. Takadaodake, 1552m)의 연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핫코다는 하늘에서 보면 제일 높은 봉우리인 오다케를 비롯 여덟 개의 봉우리가 마치 거북이 등딱지 같이 생긴데서 유래한다. 지금이야 103번 국도(핫코다/도와다 골드라인)가 산중턱을 가로지르고 핫코다로프웨이가 설치되어 누구나 즐거운 산행이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는 곳이었다.

-삼나무 수빙(樹氷)처럼 숨져간 병사들

백 여년 전인 1902년 한국과 만주를 넘어 러시아까지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운 일본 군부는 러시아와 기후와 지형이 가장 비슷한 이 곳을 보병들의 동계훈련장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혹한과 매서운 눈보라로 200여명의 동사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아마도 눈에 싸인 삼나무 수빙(樹氷)처럼 선 자세로 숨져갔을 것이다. 그 영혼들을 생각하며 하산길을 서두른다.

6월 중순이면 꽃밭을 이룬다는 카미케나시타이(Kamikenashitai)습지를 지나자 설원속에 너도밤나무숲이 펼쳐진다. 그런데 중간 중간에 거대한 너도밤나무의 허리에 붉은 리본이 묶여있다. “저 리본은 겨울 산악 스키어들이 매어 놓은 것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이다. 어림잡아 5m가 더 되어 보인다. 겨울엔 5m 이상의 눈이 쌓인다는 말이다. 봄 숲, 설원을 걷는 트레킹은 상쾌하다. 잔설에 닿는 발길은 겨울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고, 가슴과 머리에 살랑이는 봄기운에 더없이 행복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스카유 온천에서 소바로 늦은 점심을 하며 행복한 산행을 마무리 한다.


교통 |
인천에서 아오모리까지는 화·수·금·일 주 4회 대한항공 비행기가 운항된다. JR전철 아오모리[靑森]역에서 자동차로 약 60-90분 소요. 웰컴카드 이용시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숙박 |
핫코다 산 103번 국도변에 위치한 이 죠가쿠라 호텔(전화:017-738-0658)을 추천한다. 너도밤나무숲속에 자리잡은 이 호텔은 산악 투어 루트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이다. 대부분의 투숙객은 산악 스키이나 트레킹을 하기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봄에 신록의 너도밤나무 숲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은 환상적이다.

온천 |
핫코다 산행 후 하산길 종점에 자리한 스카유온천이 좋다. 1954년에 국민보양온천 제1호로 지정된 온천으로, 노송나무로 만든 ‘센닌부로[千人風呂]’가 특색이다.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쓰릴 정도로 산성이 강하다. 묽고 탁하며 흰색을 띠는 온천수는 보양 온천으로 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상품 |
‘아오모리 핫코다산 자유 트레킹 3일’, ‘핫코다산과 이와키산 트레킹 3일’ 여행상품을 한진광광(Tel:726-5781~4)에서 판매하고 있다. 5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 수, 금, 일요일 출발한다.

기타 : 키타토호구 웰컴카드를 이용하면 할인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카드는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아키타현의 숙박시설과 관광시설 등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유효기간은 1년이다.(www.northern-tohoku. gr.jp/welcome)


취재협조=북도호쿠3현·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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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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