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연관은 없지만 ‘아로마(Aroma)’를 연상시키는 어감 덕택에 ‘아리마(Arima)’는 입에 내는 순간부터 온천수의 향기가 코에 닿는다. 지나가 버린 것의 아릿함도 스민 듯 하고 시골마을의 아늑한 풍경도 아른거리는 듯하다. 일본 3대 온천이니 명탕이니 하는 부담스러운 수식어에 앞서 마음에 와 닿으니 온천마을 이름으로는 맞춤이지 싶다.

-바닷물 보다 짠 황금빛 온천수에 몸 담그니



‘우라롯코(롯코 뒤편)’라고 불리는 일본 효고현 고베시의 북부지역에 자리 잡은 아리마 온천은 와카야마현의 시라하마 온천과 함께 간사이 온천여행의 거점이다. 아리마 온천은 시라하마온천과 마찬가지로 3대 오래된 온천인 동시에 3대 명탕으로도 꼽히고 있다.

아리마 온천의 색깔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바로 온천수의 색깔이다. 이곳 온천은 크게 ‘금탕(킨노유)’과 ‘은탕(긴노유)’으로 구분된다. 온천수의 색깔에 따른 구분이다. 금탕은 온천수가 황토보다 진한 금빛을 띠고 있어 붙여진 이름. 색깔이 진한 갈색을 띠는 이유는 바로 온천수에 다량 함유된 철분 성분 때문이다. 철분이 공기에 닿아 산화작용이 생겨 갈색을 띠게 된 것이라고 한다. 온천 수 안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금탕은 진하고 걸쭉하다.

금탕의 맛도 색다르다. 금탕의 온천수는 무려 바닷물의 5배에 달하는 염분농도를 갖고 있어 부지불식중 짠맛에 이맛살이 기분 좋은 곡선을 그린다. 일본에사 가장 짠 온천수라고. 금탕의 색깔을, 맛을, 분위기를 직접 접하고 나서야 외계언어나 다름없던 ‘철분함유 나트륨 염화물 강염기성 고온천’이라는 설명문의 실타래도 비로소 풀리게 된다.

-시골 온천마을의 정겨움 속에 즐거움 ‘빼곡’

금탕과 달리 은탕은 일반적인 물 색깔과 차이가 없이 무색투명하다. 금탕과 대비시키는 차원에서 은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듯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리마의 은탕은 탄산천이어서 옛날에는 설탕을 넣어서 마셨다고 한다. 때문에 아리마가 일본 탄산음료의 발상지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력 풍부한 이들도 많다. 탄산과 함께 라듐도 은탕의 수질을 규명하는 주요 성분이다. 금탕과 은탕은 아리마 온천의 상징인 만큼 대부분의 온천시설에서 두 온천수를 비교해가며 체험할 수 있다. 원조를 원한다면 각각 금탕과 은탕을 테마로 한 ‘킨노유(금탕)’와 ‘긴노유(은탕)’를 들르면 된다. 서로 별도의 온천시설로 들어서 있는데 특히 황금빛 금탕을 테마로 한 킨노유의 인기가 높다. 아리마의 중심 골목에 있는데다가 입구에는 황금빛 원천이 흐르는 공용 족탕(아시유, 발만 담그는 온천)시설이 들어서 있어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기 때문이다.

아리마는 시골 온천마을의 정겨움으로 가득해 아늑하고 평화롭다. 느긋하게 온천 골목을 걸으며, 아리마를 휘감으며 흐르는 다키천, 아리마천 등 냇가를 산책하며 눈에 띄는 호텔이나 온천시설에 들러 당일 온천체험 메뉴를 이용할 수도 있고, 소박한 쇼핑 삼매경에 빠져도 좋다. 길가의 족탕이나 수탕(테유, 손만 담그는 온천) 체험은 소소한 덤이다. 원천시설도 빠질 수 없다. 아리마에는 탄산원천, 아라아케원천, 극락원천 등 5~6개의 원천시설이 있는데 특히 톈진원천은 더운 온천김을 쉴 새 없이 뿜어내 장관을 이루며, 우와나리원천은 잘 차려 입은 여성이 앞에 서면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질투한다고 해서 인기가 높다.

-돌아갈땐 지팡이를 버리네

아리마 온천의 치유효과는 어떨까. 아리마온천은 8세기경에 한 스님이 온천수의 의료효과를 인정해 온천사를 건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숙박시설들이 건립되면서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아리마 온천과 인연을 맺으면서 아리마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고 한다. 아리마 온천의 탁월한 치료효과의 명성은 현재도 남아 있는 ‘츠에스테 다리’에서 엿볼 수 있다. ‘지팡이를 버리는 다리’라는 뜻인데 지팡이를 짚고 찾아왔던 병약자들이 돌아갈 때는 완쾌돼 지팡이를 버리고 갔다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어디 버려야 할 게 보이는 지팡이 뿐이랴! 번뇌며 고민이며 욕심이며, 우리를 절룩이게 하는 마음 속 병약이 보이지 않는 지팡이를 짚고 있다. 아리마는 그 모든 지팡이를 허허 웃으며 너그러이 받아줄 만큼 포근하고 넓다.

♨일본의 3대 온천 : 일본의 3대 온천은 3개가 아닐 뿐더러 지역과 사람, 기준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최근 신문사나 각종 단체 등도 온천 순위선정 주체로 나서 애매함은 더욱 커졌다.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 없이 무턱대고 일본 3대 온천을 물었다가는 매번 엇갈리는 결과에 당혹감을 느끼기 십상. 수많은 기준이 있지만 온천을 역사와 규모에 따라 구분하는 게 그나마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잣대다. 고대부터 온천지로 명성을 얻었고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3대 고탕’으로는 아리마 온천(효고현), 시라하마 온천(와카야마현), 도고온천(마츠야마현)을 꼽는다. ‘3대 명탕’으로는 아리마, 구사츠 온천(군마현), 게로온천(기후현)을 든다. 규모면에서는 시라하마온천, 아타미온천(시즈오카현), 벳부(오이타현)를 드는 게 일반적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3대 온천은 대략 7개인 셈이다. 7개의 일본 3대 온천 중 아리마와 시라하마의 2개 온천이 간사이 지방에 있다.

♨킨노유 & 긴노유 : 두 곳 모두 아리마온천역에서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신경통, 피부병, 관절통, 오십견, 타박상, 피로회복, 근육통, 냉증, 만성소화기병에 공통적으로 효과가 있다. 여기에 킨노유는 만성부인병, 만성피부염, 삔 데에도 효과가 있으며, 긴노유는 피부병 효과도 있다. 입욕료는 킨노유와 긴노유가 각각 성인기준 650엔, 550엔.

♨히가에리 온천체험 : ‘히가에리’는 당일 이용을 뜻한다. 아리마의 대부분의 온천호텔들은 히가에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여러 온천을 체험할 수 있다. 온천 입욕은 대략 1000엔 정도이며, 여기에 점심식사를 포함하면 3,000엔~5,000엔 정도로 이용할 수 있다. 4시간 정도 객실까지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아리마 완구박물관 : 아리마는 가족여행지로도 제격이다. 킨노유 맞은 편에 들어서 있는 아리마 완구박물관은 가족여행객들에게 제격인 곳. 3층부터 6층까지 완구, 장난감을 테마로 꾸며져 있다.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완구에서부터 과거에서 현대의 장난감까지 전시돼 있다. 각 층마다 정해진 시각에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 성인 800엔, 어린이 500엔.

취재협조=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02-777-8601/www.jnto.go.jp
일본 아리마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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