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장강 삼협의 블루스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은 언제가도 설렌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세상이 전하는 여유와 낭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복잡한 삶의 실타래를 잠시 놓아두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크루즈여행만 한 것이 없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전혀 부족함이 없는 크루즈에 몸을 실고, 장강삼협의 기나긴 강줄기를 더듬어간다.



-이동하는 초호화호텔서 자유롭게

그대 내, 왜 푸른 산에 사느냐 하길레(問余何事棲碧山)
웃을 뿐 말없음이 마음 한가로울 뿐이네(笑而不答心自閒)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이백의 시다. 현대인은 장강 삼협을 사진과 비디오에 남기지만, 옛 시인들은 영원히 기억될 시 속에 담아뒀다. 이백뿐만 아니라 두보, 백거이, 소동파 등의 시에서도 장강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은 보물처럼 간직돼 있다. 옛 시인들이 과찬을 아끼지 않았고, 생과 사를 고뇌했던 그 곳, 바로 장강 삼협을 간다.

장강 삼협은 이창(의창)에서부터 충칭(중경)까지 서능협 72km, 무협 44km, 구당협 33km로 총 193km에 이르는 계곡 구간을 의미한다. 안개 낀 굴원의 고향 이창을 지나 한참을 달리니 선착장 아래 바이킹 크루즈가 얼굴을 내민다. 크루즈의 화려한 불빛이 강물과 빗물 속에 흘러내려 마치 붉은 꽃 마냥 화려하고 요염한 빛을 내는 듯 하다.

불빛 안으로 들어서니 꼭 고급스러운 호텔에 온 것 같다. 간단한 수속을 밟은 뒤 5층짜리 대형 유람선의 방을 배정 받는다. 선실은 기대했던 것보다 크고 아늑하다. 침대, 욕실, 소파, 화장대, 베란다까지 잘 갖춰져 있어 새삼 놀랍다.

-바이킹, 유연하게 강물 거슬러 올라

아침에 눈을 뜨니 크루즈는 소리 없이 강물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바이킹크루즈는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물살을 가른다. 창 밖으로는 협곡이 이어지고 있다. 한번 지나간 풍경은 뱃머리를 돌려 다시 갈 수도 없으니 서둘러 갑판에 오른다.

삼협댐부터 시작되는 여기가 서릉협이다. 충칭부터 보자면 마지막 협곡이지만, 이창에서 보면 첫 번째 협곡인 셈. 이 곳은 한 때 물살이 세고 여울이 험난한 곳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크루즈 안에서는 그러한 것을 전혀 느낄 새가 없다. 곡예를 하듯 가파른 절벽들 사이로 숨겨진 절경이 고개를 내밀 때마다 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람들의 손놀림만 바빠질 뿐이다.

갑판에는 그네 모양의 의자가 여러 개 놓여있는데,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전 10시경 협곡이 품어내는 매력에 흠뻑 취해 있을 때쯤, 우샨(Wushan)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소삼협에 가기 위해 작은 유람선으로 갈아탄다.

-삼협 그 안의 섬 ‘소삼협’

용문교를 지나면서부터 소삼협 여정이 시작된다. 이 곳은 삼협의 경치를 축소시켜 놓은 듯 하다 해서 이름도 소삼협이며, 용문협, 파무협, 적취협의 3개 협곡으로 구성돼 이것마저 닮았다. 보통 소삼협은 ‘삼협은 아니나 삼협을 능가한다’고 불리 우는데 강의 폭이 좁아들수록 협곡의 절경은 더욱 빛을 발한다.

소삼협은 가끔 가다 원숭이 떼도 볼 수 있다. 또 절벽 정상 가까이 돌 틈 사이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관 역시 독특한 장면이다. 관을 높은 곳까지 올리기 위해 사람들은 비가 많이 올 때를 기다렸다가 수위가 올라갈 때 관을 올려 돌 틈 사이에 넣을 수 있었다고. 죽은 자에 대한 이들의 목숨을 건 노력이 대단할 따름이다.

강가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사람이 전혀 살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 나타난 그는 다름 아닌 ‘수상택시’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언제 올지도 모를 수상택시를 기다리는 그를 보며 몇 분 기다리는 지하철에도 답답해하는 현대인의 일상이 오버랩된다.
삼협댐 공사로 수위가 올라간 후 물 속의 잠긴 다리는 흔적만을 남겼다. 다음에 오면 또 무엇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생각하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잠들지 않는 낭만 크루즈의 밤

다시 바이킹에 돌아오니, 꼭 집에 온 듯한 기분이 밀려든다. 크루즈 여행의 최대 장점이 짐을 풀고 쌀 필요 없이 한 곳에 머물며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이후 갑판 바(Sun Duck Bar)에서는 마가리타(Margarita) 파티가 이어진다. 마가리타 파티는 여행자들이 서로 어울려 다양한 칵테일을 선택해서 즐기는 시간으로, 담소를 나누는 동안 주변에는 무협, 구당협이 배경처럼 스쳐간다. 협곡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웅장함, 험준함, 기묘함, 고요함…’ 이런 저런 표현을 입에 담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성에 차는 것은 없는 절경이다.

삼협 중 두 번째인 무협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무협에서 가장 이름 높은 것이 무산 12봉으로 열 두 개 산봉 중 선녀봉이 가장 유명하다. 양쪽으로 즐비한 기이한 돌들을 구경하는 것은 한 폭의 산수화라도 보는 듯 신비하다. 또 8km밖에 되지 않은 구당협은 깎아내리는 절벽이 인상적이다. 거리 짧아 잠시 눈을 감는 사이 지나갈 지도 모른다.

한편, 밤이면 크루즈는 매일 새로운 볼거리로 잠 못든다. 훌륭한 서비스만으로도 직원들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소박하지만 멋진 쇼도 인상적이다. 각 지역의 독특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대목에서 한복이 등장해 한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국 각지의 소수민족의 춤을 보면서 여행객은 중국 문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AAAA급에 A 하나 더~ 백옥동굴

기항지 관광은 크루즈 여행만의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강 크루즈는 기항지 관광이라고 해도 오전 또는 오후 몇 시간 동안 이뤄지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 특히, 유령의 도시로 유명한 ‘펭두’에서는 백옥동굴 관광과 뉴타운 중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 뉴타운은 삼협댐 공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새롭게 조성된 도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이 중 중국 최고 등급인 AAAA급 관광지 백옥동굴은 1시간에 걸쳐 환상적인 동굴 쇼를 감상할 수 있다. 2년 전 발견된 이 동굴은 조금 미끄럽고 계단이 많기는 하지만 볼거리가 풍성해 기항관광지로 인기가 있다.

바이킹 뉴스는 매일 밤 침대 위에 놓여있는 뉴스레터를 의미한다. 다음날의 일정과 기항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유용하다. 꼭 잊지 말고 챙겨보자.

취재협조=투어 마케팅 코리아
(바이킹 리버 크루즈 한국 총판) 02-732-9996
장강삼협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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