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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 즐거운 이와테산 트래킹



스키장이 들어선 앗피고원[에 있는 앗피(APPI)리조트 온천에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돌아오는 길. 하늘이 심상치 않다. 내내 맑았던 하늘에 잿빛 구름이 몰려든다. 게다가 간간히 빗방울 마저 내리는게 아닌가.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소리에 아침 일찍 눈을 뜬다.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숙소가 있는 앗피 리조트는 겨울이면 스키어들로 붐비는 곳이다. ‘앗피[安比]’란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 족의 언어로 ‘아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땅’을 이란 뜻이다.

일본에서 홋카이도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가진 이와테 현. 현 서쪽의 경계부는 화산대를 수반하는 오우산맥이 남북으로 달려 하치만타이산과 이와테산을 비롯 수려한 명산을 만들어 놓았다. 현의 상징과도 같은 이와테산은 현의 남쪽에서 보면 후지산과 모양새가 비슷해 ‘남부가타후지’로 불린다. 겨울에는 ‘설국(雪國)’을 연상하리만치 많은 눈이 내린다. 현의 동쪽은 태평양에 면하고 있으며 해안선의 북쪽은 단애(斷崖)와 해안 단구가 발달하였다. 남쪽은 만이 많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남북으로도 다양한 경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긴 해안선을 따라 천혜의 항구가 자리잡고 있으며 해산물이 풍부하다.

-신비로운 야케하시리 용암류

트레킹은 이와테산의 야케하시리 용암류가 펼쳐져 있는 국제교류촌 등산로에서 시작한다. 오늘 산행을 안내해줄 산악가이드 오다시마 다카시[小田島隆]씨와 같이 간단한 준비운동. “길이 좁고 험하기 때문에 보폭을 좁게 하시고 일렬로 즐겁게 걸으시면 됩니다.” 산악가이드 다카시씨의 말이다. 비바람이 몰아쳐 모두들 단단히 준비를 하고 용암류 지대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검은색 화산재가 깔린 길. 발에 닿는 촉감이 좋다. 주변엔 아름들이 소나무와 울창한 너도밤나무숲이 펼쳐져 있어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봄비에 젖은 신록은 더없이 싱그러워 보인다.

이 산은 일본 100명산의 하나다. 이는 유명한 산악문학가 후카다큐야[深田久彌]씨가 선정했다. 1959년부터 1963년까지 높이 1,500미터 이상 산의 품격, 역사, 개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가이드가 전한다. 30여분 올라 다리쉼을 한다. 모두들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어진다. 1시간쯤 오르자 등산로는 채 녹지 않는 잔설로 뒤덮여 있다. 봄비에 젖은 잔설위로 걷는 촉감이 좋다. 적당하게 녹은 잔설지대라 굳이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미끌어지는 일은 없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2분화구



2시간의 산행 끝에 제2분화구에 도착한다. 숲속 등산로를 벗어나 제2분화구 옆에 선다. 매섭게 몰아치는 비바람에 잠시도 서있기가 어렵다. 산 정상을 바라보니 자욱한 안개로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1732년 분출되어 형성된 용암류가 펼쳐진 이곳도 안개와 비바람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비바람이 덜한 숲속 등산로로 돌아와 긴급회의.

모두들 정상까지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결정은 산악 가이드의 몫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아름다운 고산식물들의 꽃밭이 펼쳐집니다.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루죠. 정상 분화구 옆 길은 폭 2미터 정도의 좁은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바람이 워낙 강해 밧줄을 잡고 이동하지 않으면 바람에 날아갈 우려가 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내려오는 길. 미안했던지 중간 중간에 다카시씨가 이와테 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년에 등산객이 약 12만명 정도 옵니다. 7월에 제일 많은 사람들이 붐비죠. 산의 7부 능선에 펼쳐지는 꽃밭은 장관입니다. 7월에 꼭 다시 한번 오세요.” 이와테산 곳곳에는 아직도 화산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가이드가 전한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화산활동이 시작되 입산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죠. 그러다가 작년 7월부터 다시 입산이 허용되었죠. 지금도 일부구간은 통제를 한답니다.”

짧은 우중 산행이였지만, 봄비속 숲길을 걷는 기분은 더없이 좋았다. 아쉬운 산행을 끝내고 이와테산 국제교류촌에 자리잡은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산행의 피로를 푼다.

★항공 |

이와테현 모리오카시까지 직항편은 아직 없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센다이 또는 아키타공항을 이용한다. 대한항공에서 인천~아키타간 직항편을 주 3회, 아시아나항공에서 인천~센다이를 매일 운항한다. 약 2시간 10분 소요.

★음식 |

모리오카 냉면. 함경도 ‘함흥’출신인 한국인이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는 냉면이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절묘하게 섞은듯 새콤매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얼음처럼 찬 소고기 육수를 쓰며 깍두기, 고기, 계란, 무우, 오이 등을 고명으로 쓴다. 한국의 쫄면과 비슷하게 쫄깃하게 씹힌다. 또 ‘귀여운 그릇에 담긴 소바’라는 뜻의 완코소바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종업원이 한입에 쏙 들어갈 분량의 소바를 작은 그릇에 계속 넣어준다. 이 지역에서는 매년 완코 소바 많이 먹기 대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200그릇 이상은 먹어야 우승권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숙박 |

앗피고원 리조트(전화 0197-65-0011)를 추천한다. 아피 그랜드타워, 그랜드아넥스, 그랜드빌라 등 3개 동에 약 83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각 동마다 온천이 있으며, 질 좋은 온천수를 이용한 스파도 인기다. 푸드 코트, 대형 슈퍼마켓 리조트 내에 있어 이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가족단위로 이용하면 좋다.


취재협조=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02-771-6191~2 www.beautifuljapan.or.kr
일본 글·사진=Travie write 김원섭 gid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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